오늘5가지 이슈: 美휴장에도 숨가쁜 신흥국

미국 노동절 휴일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초긴축 대책을 내놓고 터키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페소와 리라, 브라질 헤알 등이 약세를 이끌며 MSCI 신흥시장(EM) 통화지수는 약 0.1% 하락했다. 파운드는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영국 8월 제조업 PMI가 약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는 소식에 3거래일째 하락하며 1.29달러를 하회했다. 유럽증시는 소폭 올랐다.

이번 주에도 NAFTA를 둘러싼 미-캐나다 갈등과 미-중 관세 보복전이 이어질 수 있는데다 9월말로 예상되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예정되어 있어 시장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 개정협상 문안을 공개하고 내년 1월 1일까지 개정안 발효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비 0.6%로 속보치 대비 0.1%p 하향 수정됐다. 8월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4%로 시장예상치에 부합했다. 오늘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중환자’ 아르헨티나 긴축 약속…IMF와 시장의 판결은?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폭락과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수출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당초 계획을 1년 가량 앞당겨 내년에 재정균형을 달성하고 2020년에 예산 흑자 전환을 약속했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같은 입장 선회는 화요일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기 집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Balanz Capital의 최고투자책임자인 Walter Stoeppelwerth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결심을 환영하면서도, 아직 Macri 측에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변인이 없어 경제정책 팀에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르헨티나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페소화는 금요일 반등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사상최저치 부근으로 다시 밀렸다.

터키 중앙은행 금리 인상 시사…물가 잡을 수 있을까

터키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결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앙은행 발표에 리라는 잠시 낙폭을 반납하기도 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물가 전망이 악화되었다며 “최근 전개상황을 고려해 9월 통화정책 위원회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의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전년동월비 17.9%로 시장 예상치 17.6%를 뛰어넘어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32.1% 급등했다.

라보뱅크의 Piotr Matys는 터키 중앙은행이 인상신호를 보냄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같은 약속은 적절한 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터키 중앙은행은 9월 13일에 대한 기대 수준을 스스로 높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재정규율 vs 선거공약 사이에서 갈팡질팡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내년도 예산 적자가 유럽연합(EU)이 정한 GDP의 3% 한도를 “터치”할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던 트리아 재무장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졌다. 살비니는 EU의 모든 규정을 존중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이탈리아 국민의 복지가 우선”이라고 일요일 한 행사에서 주장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월요일 오후에 예산안이 “모든 규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Corriere della Sera의 보도에 따르면,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장관은 투스카니의 한 집회에서 선거공약을 재차 강조하면서 기본소득이 현 정부의 우선 정책 순위라며 내년에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 금요일 이탈리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이탈리아 신정부의 재정정책에 우려를 제기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에 아시아-유럽 제조업체 심리 위축

최근 PMI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심리가 약해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독일과 이탈리아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Pernod Richard의 CEO인 Alexandre Ricard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나타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일종의 뉴노멀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심리는 올해 초부터 현저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이르면 이번주 추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차이신 중국 제조업 PMI는 8월 50.6으로 재차 둔화됐고, 해외 신규 수주 역시 5개월 연속 감소추세에 있다. 차이신의 거시 경제 분석 국장인 Zhengsheng Zhong은 수출 상황이 “암울하다”며,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분명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제조업 PMI는 8월 54.6으로 거의 2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신규 주문 지수 역시 떨어졌고 기업 기대는 2015년래 가장 약해졌다.

OECD 시장혼란 경고 vs ECB 금리인상 두려워말라

OECD는 세계 중앙 은행들이 위기시 도입한 통화 부양책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과 같은 시장의 혼란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대차대조표가 2007년 대비 거의 5배나 늘어난 상태로, “정상화를 향한 전환은 이미 2018년 초 자산가격의 극단적 움직임을 초래했다”며 “이는 앞으로 다가올 현상의 맛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정책연구센터(CEPS)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을 보다 광범위한 금융시장 불안정의 조짐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정책입안자들과 시장을 안심시켰다. 정책 정상화가 리스크 회피나 리스크 프리미엄의 갑작스런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별로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지나치게 오래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경우 취약성이 누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ECB의 정상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