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가지 이슈: 미-중 협상재개, 터키 강등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란 소식에 달러(BBDXY)가 17일 0.5% 가량 하락하며 한달래 최대폭 약세를 보였다.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위안화 지지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일며 역외위안화는 목요일에 이어 반등을 이어갔다. 최근 신흥시장을 뒤흔들었던 터키 리라화는 당국의 적극적 조치에 지난주 중반 반등했으나 금요일 다시 하락을 재개했고,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또다시 강등했다. 미국과 멕시코 간의 NAFTA 재협상에서 민감한 자동차와 농산물 분야에서 이견을 좁혔다는 소식에 멕시코페소가 이틀 연속 강세를 기록했다.

미 증시는 주요 지수 모두 상승했고, 미국채 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헤지펀드등 투기세력들의 미국채 초장기물 선물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이 8월 14일 마감 주간 기준 24만 계약을 넘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더블라인캐피털의 군드라흐는 10년물과 30년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엄청 늘었다”며 스퀴즈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가는 주간 기준 7주 연속 하락해 3년래 최장기 약세 행진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화폐개혁이라는 충격요법을 단행했다.

이번주 중앙은행 총재들의 모임인 잭슨홀 심포지엄과 연준의 FOMC 의사록 공개 등이 예정되어 있는데다 터키의 장기 휴일로 거래가 줄면서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고용 쇼크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내년도 일자리 예산 증가 폭을 올해보다 높게 책정하고, 올해 일자리와 추경사업의 집행 점검을 강화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패키지도 신속하게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오늘 금강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중국, 미국과 무역협상 재개…위안화 강세 지지할 듯

역외위안화가 최근 1년래 저점으로 밀렸다가 16일 작년 1월래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한데 이어 17일에도 반등을 이어갔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달러-위안화 일일 기준환율을 예상보다 낮게 고시한데다, 중국 상무부가 자국 대표단을 이달 말 미국에 보내겠다고 밝히면서 6월에 단절되었던 양국간 무역협상의 재개 가능성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협상단이 양국간 무역 교착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으며,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월 다자간 정상회담에서의 만남에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제안과 관련해 공청회를 시작한다.

코메르츠방크의 Zhou Hao는 중국과 미국이 마침내 위안화에 대한 공통 이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며 “워싱턴은 항상 더 강한 통화를 원하는 반면 베이징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충분히 떨어져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달러-위안화 환율이 7위안선에 다가설 경우 중국 당국이 강경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즈는 미 재무부가 향후 무역협상에서 중국에게 위안화 가치를 높이도록 압박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금요일 보도했다.

DBS Bank Hong Kong의 Nathan Chow는 “중국이 중요 회의를 앞두고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을 원치 않을 것이며, 이런 이유에서 최근 통화 방어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많아 위안화는 여전히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이 쉽게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안방보험이 2년전 55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내 럭셔리 호텔 포트폴리오를 매각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면서 차이나머니가 미국서 발을 빼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 AP몰러머스크의 CEO Soren Skou는 글로벌 무역전쟁 고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다름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연간 교역 성장률이 0.1~0.3% 가량 둔화되겠지만, 미국의 경우 3~4%가량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잭슨홀에 모이는 총재들…연준 긴축 기조 유지할까?

이번 주말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잭슨홀 연례 정책 심포지움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파월 연준의장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당국 수장들이 최근 신흥국 사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채권 트레이더들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베팅하고 있다. 터키발 혼란이 신흥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아르헨티나에서 남아공에 이르기까지 일부 취약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다. 신흥국 증시는 물론 구리와 유럽계 은행에 이르기까지 약세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미국 단기 금리는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고점 부근에 고집스럽게 머물고 있으며, 일드커브 또한 사이클상 저점으로 축소되었고, 미국채 선물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등 대형 투기세력들은 기록적인 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잭슨홀 회의와 8월 1일자 미연준 정책회의 의사록 공개가 이같은 자신감에 추가 근거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최근 몇 년간 대외 불확실성에 미 연준 관료들은 긴축 속도를 잠시 늦추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2% 목표치를 꾸준히 상회하고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와 디커플링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번은 다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RBC Capital Markets의 Michael Cloherty는 “예전 같으면 해외 돌발 악재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건너뛰었겠지만, 이제는 전역에 걸쳐 정말로 심각한 난기류가 나타나야만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5.3으로 예상치 98 및 이전치 97.9를 크게 하회하며 작년 9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무역 긴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내구재 구매에 대한 심리가 약해진 영향이다. 경기현황지수 역시 7월 114.4에서 8월 107.8로 떨어져, 201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은 예상치 못한 결과이지만, 그럼에도 소비심리가 여전히 높은 상태로 올해 말까지 견조한 소비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2분기에 비해 증가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구재 가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답변에 주목했다.

터키 신용등급 강등…에르도안 ‘경제 쿠데타’ 경고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가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금요일 추가로 강등하고, 환율 불안과 고공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적자 등을 주요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S&P는 지난 5월에 이어 터키 신용등급을 BB-에서 투자등급에서 네 단계 낮은 B+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그리스, 피지와 같은 정크 수준이다. 무디스 역시 3월에 이어 Ba2에서 투자등급보다 세단계 낮은 Ba3로 낮추었다.

S&P는 보도자료에서 “리라 약세는 부채가 많은 기업 부문에 압력을 가해 터키 은행들의 자금 조달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켰다”며 “경제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지만 터키의 통화 및 재정 당국의 대응은 현재까지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향후 4개월에 걸쳐 22%로 최고조에 달한 후 내년 중반쯤 20%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터키 상급 법원은 양국간 관계약화의 도화선이 된 미국인 목사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

한편, 터키가 기준금리 인상을 거부하고 있지만 사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300bp 금리 인상을 향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터키는 은행들에게 정책 금리인 17.75%의 레포 벤치마크 금리 대신 현재 19.25% 수준인 익일물 대출금리를 강요함으로써 사실상 150bp 금리 인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만약 익일물 시장마저 폐쇄될 경우 현재 20.75% 수준인 긴급 유동성 창구만 남게 된다. 터키 중앙은행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에 정책 금리를 올리지 못한채 리라화의 추락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리라화는 지난 한달간 20% 급락했다. 지난 주 반등하는 듯 했던 리라화는 미국의 추가 제재 우려에 금요일 다시 매도세를 재개했다. 이번주 장기 휴일로 리라화 거래는 한산해지면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터키는 외환 스왑거래 제한에 이어 비스왑 파생상품 거래 역시 은행의 자기자본 25%까지 제한하는 등 규제를 확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환을 이용해 “경제 쿠데타’를 시도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이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에게 목요일 전화통화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고 Spiegel이 보도했다. 터키 재무장관은 숄츠의 제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대신 걸프 지역의 우호적 국가들에게 재정 지원을 부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러시아 정부가 자국을 돕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해당 보도는 전했다. Spiegel은 IMF가 터키에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엄격한 재정 정책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30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Lloyds 프라이빗 뱅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Markus Stadlmann은 리라 약세와 인플레이션, 부채 등으로 터키가 미국의 제재조치에 취약한 상태이며, 보다 광범위한 신흥시장으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자노트에서 경고했다. 터키 문제가 중국보다 훨씬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최근 몇년간 일부 신흥시장으로의 비거주자 자금 유입이 이례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전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남아공, 인도네시아, 레바논, 이집트, 콜롬비아 등이 시장 불안정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멕시코, NAFTA 이달말 타결 목표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농산물과 관련해 양국간 이견을 좁히고 있다고 5명의 소식통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농작물 수입에 대해 계절적 진입장벽 요구를 철회하면서 협상이 진전되었으며, 양국은 토마토 등 일부 멕시코산 농산품에 대한 규제의 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해당 소식에 멕시코 페소는 17일 달러 대비 0.5% 가량 강세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플로리다와 조지아 지역의 농민들로부터 압력을 받아 딸기와 블루베리 같은 멕시코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려 애써왔다. 멕시코는 이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양국은 자동차 부문에서도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이달말 최종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멕시코와의 딜에 매우 매우 가까이 왔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말했다. “몇가지 쟁점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NAFTA의 또 다른 회원국인 캐나다는 최근 협상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가 7주 연속 하락…베네수엘라 화폐개혁

국제유가(WTI 기준)가 금요일 이틀 연속 반등에도 불구하고 주간 기준 2.5% 하락해 5주래 가장 큰 폭의 후퇴를 기록했다. 또한, 7주 연속 주간기준 하락 행진을 이어가 3년래 최장기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흥시장 수요 둔화와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영향이다. WTI 선물가격은 17일 달러 약세와 구리 가격 반등, 북해 석유·가스 플랫폼 파업 등에 힘입어 0.7% 상승했다. 그러나 6월에 도달했던 3년래 고점과 비교할 때 11% 이상 하락한 상태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에 산유국 증산까지 겹치며 약세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가 201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데다 OPEC은 7월에 산유량을 높였고 리비아는 일부 중단된 생산시설을 재가동했다. Mizuho Securities USA의 Bob Yawger는 “최근 전반적 지표들이 매우 약세를 나타냈다”며, 하지만 지난 수요일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통화인 볼리바르를 10만대 1로 액면절하한 ‘소버린 볼리바르’로 대체하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석유 자산에 기초해 발행한 가상통화인 페트로와 연동시킴으로써, 사실상 95%의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1페트로는 현재 3600 소버린 볼리바르 또는 60달러 수준으로, 페트로는 변동되며 재화의 가격을 정하는데 사용된다. 또한 세금과 휘발유 가격,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해 많은 상점들이 주말에 문을 닫았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1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반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Caracas consultancy Econometrica의 Henkel Garcia는 이번 조치들이 서로 일관되지 못하고 심지어 상충적인 부분도 있다며,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이지만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의 Café con Leche 지수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연율 10만8000%에 이른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