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EM전이? 연준 비둘기도 인상 지지

미국발 제재 긴장 속에 터키 리라가 사상 최저를 또 다시 경신하고 러시아 루블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신흥시장 위기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이 위험은 낮다는 평가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제재 추가 강화시 신흥시장이 더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당국의 정책 완화 시사에 뉴질랜드 달러도 크게 밀리면서 달러지수(BBDXY)는 장중기준 7월 20일래 고점을 찍었고 안전자산 통화 인기에 유로-스위스프랑 환율이 2개월래 저점으로 후퇴했다.

연준내 비둘기파로 알려진 시카고 연은총재가 낙관적 물가와 경기 전망에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내놨지만, 30년물 미국채 입찰이 180억 달러라는 사상최대 규모에도 무난히 소화되면서 미국채 금리는 전구간에 걸쳐 하락했다. 미 증시는 또다시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 폐지 관련 테슬라 CEO의 발언을 조사하고 있으며, 테슬라 이사회는 해당 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주 투자자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가 6거래일 연속 약세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번주 시장 전문가들은 4분기 환율 전망치(중앙값)를 1.34달러에서 1.33달러로 낮췄지만 내년 2분기와 4분기의 경우 각각 1.37달러와 1.42달러로 전망을 높였다. Ian McCafferty 영란은행(BOE) 정책위원은 임금 상승률이 4%에 달할 수 있다며 향후 18~24개월 안에 2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앞서 갤럭시 노트 9을 선보였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 터무니없이 북한을 압박하며 국제적 대북제재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미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 북한 측과 다양한 방식으로 ‘거의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 호주중앙은행 통화정책 분기 보고서, 중국 7월 외국인 직접투자·7월 통화공급·사회융자총액 등이 발표된다. 미국 7월 CPI 상승률은 전월비 0.2%가 예상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러시아와 터키 ‘탈출 러시’…위기 전이 가능성은?

미국이 영국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에 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러시아가 보복을 예고하면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 관료에 따르면 미국은 먼저 국가 안보에 중요한 미국산 제품과 기술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거래를 제한할 예정이다. 시장이 향후 전개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 초에 루블화 매수 포지션을 구축했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빠져나가며 루블화가 2거래일 동안 5%나 급락해 약 2년래 저점을 경신했다. 러시아 국채 금리와 CDS 역시 크게 올랐다.

한편, 터키 정부가 양국간 긴장을 초래한 미국인 목사의 석방 약속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터키 리라는 신저점 기록을 다시 썼다. 9일에만 5% 가량 밀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하락헸고, 올해에만 30% 넘게 가치가 증발했다. 늘 말이 많았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번주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어 금요일 예정된 그의 연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는데 실패할 경우 리라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보인다. 라보뱅크는 최근 전개상황이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터키 정책당국의 무능력 등 기존의 국내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7월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악화된 시장 심리를 지적하고, 통화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중앙은행의 행동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씨티뱅크 애널리스트들은 트레이더들이 러시아 은행과 국채 발행에 대한 최악의 제재 시나리오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Union Bancaire Privee(UBP)의 Koon Chow는 “사람들이 매우 좁은 문을 통해 한꺼번에 빠져 나가려고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장은 이미 어제 조정을 받았지만 아직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Bluebay Asset Management의 Tim Ash는 “미 행정부나 의회가 러시아에 대해 주요 제재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의 Thu Lan Nguyen와 Elisabeth Andreae는 신흥시장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터키 리라의 위기가 스스로 만든 상황임을 인식하는 듯 하다. 다른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있으며 과거 몇년간 시장에서 신뢰를 높여왔다”고 지적했다. Dai-ichi Life Research Institute의 Toru Nishihama는 “위안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아시아 통화들이 일부 지지력을 얻고 있다”며 “미국 금리 전망과 무역 정책 조치와 같은 외부 요인이 역내 통화를 계속 주도하겠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어 당분간 상당한 재료가 나오지 않는 한 큰 폭의 움직임은 없을 듯 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위험 전이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만만치 않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Paul Greer는 터키와 러시아의 자산가격 급락이 EM에서 자본 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터키와 러시아, 아르헨티나로부터의 전이 위험은 제한적이었으나, 이제 보다 광범위해졌다고 진단했다. 미-러 제재 조치가 확대될 경우 러시아에서 추가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으며, G-3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흡수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EM 통화 전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분쟁은 EM 자산의 글로벌 교역에 대한 민감도를 감안할 때 EM 투자를 피해야할 또 다른 이유라면서, 터키 리라와 러시아 루블은 비중축소 의견을,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 대만 달러, 브라질 헤알, 이스라엘 셰켈 등에 대해서는 ‘매도(short’) 의견을 제시했다. ING는 ‘더블샷 제제’시 달러-루블 환율이 현재 66루블 부근에서 70루블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RBNZ 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져…NZD 2% 급락

존 맥더못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부총재보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기가 반등할지 지표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RBNZ의 완화 시사에 뉴질랜드달러(NZD)는 미달러 대비 2% 가량 하락해 2016년 3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섰다.

RBNZ 수석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한 맥더못은 RBNZ가 금리 인하 “트리거 포인트 쪽으로 더 밀려났다”며 3분기에 경제가 성장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목요일 웰링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헀다. 이에 앞서 RBNZ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75%에 동결했으며,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바로 3개월전 추정했던 것보다 1년 늦춘 2020년 후반으로 전망해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RBNZ가 내놓은 이유는 성장 둔화와 기업 심리 약화에 따른 투자 부진 위험이었다.

맥더못은 “경제에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중요하다”며 “경기침체를 자꾸 얘기하다 보면 자기실현적 기대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애쓸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심리적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RBNZ가 최근 몇 개월간 진행된 NZD의 약세에 만족하지만, 일드커브가 통화 긴축 기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RBNZ는 금리인상이 가까운 장래에 단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장이 인식하길 원한다며, “일드커브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RBNZ가 보증하지 못하는 것을 예상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둘기파 연은총재도 인상 지지…30년물 입찰 무난히 소화

비둘기파로 알려진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가 미 연준이 최근의 재정부양책으로 인한 경제 성장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향후 2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약간 제한적” 수준까지 올려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2%, 2.2%를 보인다면, 2.5%까지 높아지진 않겠지만, 이는 중립적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제약이 2020년에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시카고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연준이 약간 제한적 환경으로 움직이겠다는 판단을 내린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추정하는 중립금리 2.75%보다 0.5%p 정도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향후 제약적 정책이 적절하다는 발언은 오랫동안 가장 비둘기파적 연준 인사 중 한명으로 평가되어온 그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 지난 12월만 해도 에반스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 2%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하에 금리인상을 반대한 바 있다. 그는 이제 물가 전망에 보다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물가 환경을 떠받치는 기저 기대인플레이션이 나의 기대수준보다 약간 낮지만, 견조한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기대인플레이션이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실업률이 2020년 말까지 3.5% 부근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추정한 자연실업률은 4.3%다. 하지만, 자연실업률은 워낙 불확실성이 많아 최대 ±2%p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의 경우 일부 불확실성 요인이긴 하지만 미국 경기가 워낙 좋은데다 고용시장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30년 만기 미국채 입찰은 사상 최대 규모인 180억 달러로 낙찰금리 3.09%에 마무리되었다. 응찰률은 2.27배로, 이전 4차례 리펀딩 입찰 평균치 2.30배에 약간 못미쳤다. 연금 및 뮤추얼 펀드를 포함한 간접입찰자가 발행 물량의 62.2%를 가져갔다. 과거 평균은 63.1%였다. PD 비중은 29.7%로 2월래 최대였다.

유가, 러시아등 일부 산유국 통화와 디커플링

유가가 적어도 일부 산유국들의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트레이더들에게 예전만큼 큰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소시에테제네럴 분석에 따르면 유가는 최근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 등의 통화 움직임과 디커플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 캐나다 달러는 박스권에 갇힌 유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유가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핵심 동인으로 산업주기를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유가가 너무 올라가면 세계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산유국의 부는 증가한다. 정치적 요인 등이 이들 국가의 통화를 사로잡고 있지만, 원유는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유용한 분산투자가 될 수 있다고 소시에테제너럴은 지적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현재 배럴당 약 72달러 수준에서 연말 78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와 산유국 통화 간에 존재했던 오랜 상관관계가 무너졌다”며, 국제 분쟁이나 선거 등 정치적 환경 변화가 이들 통화를 움직이는 핵심 재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가 현재 가장 중요하며, 브라질은 10월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한편, 유가는 OPEC이 여전히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측 요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BN Amro의 Georgette Boele는 “러시아 루블의 경우 미국 제재조치가 유가보다 더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캐나다 달러는 NAFTA 불확실성에 억눌려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등 다른 산유국의 경우 유가와 통화가치 상관관계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소시에테제너럴은 지적했다.

한편, 미 재무부가 달러를 매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지켜봐야 할 리스크”라고 JP모간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Michael Feroli가 지적했다. 그는 미 재무부가 공식적으로 달러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연준이 그동안 개입 공조에 있어서 미 재무부를 따라왔지만 만약 재무부가 일방적으로 행동한다면 연준과 긴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시 개입은 특히 다른 나라의 환율 조작에 비판적인 일부 노조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시장 개입이 광범위하게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시도로 여겨질 경우 국제적 반발은 상당히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전쟁에 중국 내부 균열…中 기술주 ETF 타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이데올로기 책사인 왕후닝이 내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가 중국을 위해 제시한 비전이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고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중국 정부와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비판가들은 왕후닝의 견해 때문에 미국이 더욱 강경노선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내 소식통에 따르면 그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미-중간 관세 보복전은 중국 최대의 기술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KraneShares CSI China Internet Fund(KWEB)의 주가가 지난 2주간 10% 이상 급락하면서 12억 달러 규모의 해당 펀드에서 2억 2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35억 달러 규모의 iShares MSCI China ETF(MCHI)는 4.4% 하락했으나 87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40억 달러의 iShares China Large-Cap ETF(FXI)는 겨우 1.8% 손실에 그쳤고 자금 유출이나 유입은 없었다.

기술주 펀드의 타격이 유독 심한 이유는 명백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텐센트 홀딩스 주가가 1월 이후 7%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50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는 ZhongAn Online P&C Insurance의 경우 9월 기업공개후 급등했으나 상장가 대비 42% 급락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주식은 수요일 중국의 보복 관세 발표에 하락했으며, 두 회사 모두 성장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JonesTrading Institutional Services의 ETF 책임자인 Dave Lutz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대표 주자들이 밸류에이션을 지탱하려면 빠른 성장을 해야 한다”며 두 주식 모두 글로벌 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매수한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세관이 미국 앨라배마주 Tuscaloosa 공장에서 생산된 메르세데스 벤츠사 SUV의 잠재적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다임러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보낸 차량과 관련해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으며, “전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로 관련 당국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