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보복•제재, NAFTA 진전

세계 여기저기서 보복과 제재 조치가 난무하면서 좀처럼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맞불작전을 확대하며 2주후 관세전쟁 2차전 충돌을 공식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인권을 둘러싼 외교 갈등에 캐나다 자산 처분 등 추가 보복을 경고했다.

영국 이중 스파이 부녀 독극물 암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겼다며, 미 정부가 8월 22일경부터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고 추가 제재 가능성도 경고하면서 루블화는 3% 이상 약세를 확대했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지속되며 파운드는 달러와 유로화 대비 연저점을 경신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상당한 진척을 보여 이르면 이번주 민감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과 멕시코간 합의가 기대된다.

미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고, 미국채 금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채 10년물 입찰이 무사히 마무리된 가운데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다. G-2 무역전쟁 불똥에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도 국제유가(WTI 선물)는 장중 4% 넘게 급락했고 달러지수(DXY) 역시 하락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오늘 아침 기준금리를 1.75%에 시장 예상대로 동결하고, 성장 전망 악화에 금리 인상 추정 시기를 2020년 3분기로 미뤘다. 이에 뉴질랜드달러는 최대 0.7% 급락했고, RBNZ 총재는 자국 통화 가치 수준에 매우 만족한다며 성장률이 잠재 수준 아래로 추가 둔화될 경우 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지난 주 2년만에 가장 중요한 정책 변경을 발표한 후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제 2019회계연도까지 추가 조정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오늘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7월 PPI·6월 도매재고 등이 발표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NAFTA 자동차 합의 임박…사우디, 캐나다 추가보복

미국과 멕시코측 협상 대표들이 이번주에 NAFTA 자동차 딜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합의 성공시 캐나다가 다시 협상에 들어와 3개국 모두가 영향을 받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차 분야 타결시 미국은 유제품 등 캐나다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3개국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아 소위 일몰조항과 분쟁 해결위원회 등 가장 민감한 이슈 해결을 위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멕시코 경제부와 미국 무역대표부 공보실은 논평을 거부했다. 멕시코페소는 달러 대비 0.2% 가량 강세를 보이며 3개월여래 고점 경신을 시도했다. 캐나다달러는 사우디 보복 충격에 장초반 약세를 보였으나 0.3% 정도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은 임금이 싼 멕시코로 공장과 일자리가 이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모색해왔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 비슷한 입장이다. Guajardo 경제장관 등 멕시코 협상단은 현지시간 수요일 오후부터 목요일까지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양국이 3주 연속 대화를 이어가면서 자동차 제조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건과 임금 등에 대해 의견일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3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캐나다와의 외교 관계 단절 및 무역·투자 동결을 선언한데 이어 캐나다 주식과 채권마저 팔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했다. 캐나다 외무부가 사우디 당국에 체포된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Adel Al-Jubeir 사우디 외무장관은 리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분쟁은 중재할 필요가 없다며 “캐나다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중앙은행과 연기금이 해외 자산 운용 담당자들에게 화요일부터 캐나다 자산을 처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후 캐나다달러는 미달러 대비 0.5% 가량 가치가 하락하기도 했다.

Chrystia Freeland 캐나다 외무장관이 사우디의 여성 인권운동가 체포를 비판하고 나서자 사우디는 지난 일요일 늦게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신규 무역 거래를 중지시켰다. 뒤이어 국영항공사의 토론토 직항편을 폐쇄하고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귀국을 명령했다. 사우디의 자산 매각은 캐나다 통화에 큰 충격을 미치지 않겠지만, 8월 계절적으로 한산한 거래에 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Canada Imperial Bank of Commerce의 추정에 따르면 사우디의 캐나다 달러 보유액은 100억~250억 캐나다달러로, 상단치는 캐나다달러 일일 거래규모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CIBC의 북미 외환전략 헤드인 Bipan Rai는 “이는 거래량이 대체로 줄어든 8월에 루니에 자국을 남길 정도로 충분한 규모”라면서도, 사우디와 캐나다간 무역 규모가 워낙 작아 캐나다통화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들어 캐나다는 사우디에 14억 캐나다달러의 상품을 수출하고 사우디로부터 20억 캐나다 달러치를 수입했다.

중국, 미국에 관세 똑같이 되갚는다…트럼프 약달러 노릴수도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통보에 중국 역시 똑같이 되갚는다며, 8월 23일부터 추가로 16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측 보복대상엔 자동차, 석탄, 가솔린, 디젤, 일부 의료장비 등이 포함된다. 원유는 일단 제외됐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측 결정에 대해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자국의 정당한 이익과 다자무역체제 보호를 위해 보복이 필요하다고 성명서에서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관세를 발동해 1차전을 시작했다. 미국은 추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세율을 25%로 올려 9월 6일 의견 청취 기간이 끝난 후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해당 계획을 행동에 옮길 경우에 대비해 중국은 추가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는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왔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5000억 달러가 넘었다.

UBS의 수석 중국 리서치 헤드인 Wang Tao는 “아직 상황을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끝장난 것은 아니지만 최악에 한발 다가섰다”며 “미 행정부가 조금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도록 힘으로 중국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결국 미국이 계속해서 관세를 높이는 상황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수요일 G-2간 무역분쟁의 확산은 “세계 경제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7월 수출수입 증가율 모두 예상을 뛰어 넘은 것으로 나타나, 현재로서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대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7월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281억 달러 흑자로, 6월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달러 선호에 따라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JP모간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Michael Feroli는 이번주 보고서에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현 정부가 때때로 달러 약세에 대한 선호를 암시하거나 중국 통화 조작에 반대해 왔기 때문에 보다 개입주의적인 환율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000년 G-7 차원의 유로화 구조작전에 참여한 이후 달러 매도를 위해 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 2011년의 경우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엔화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 공조의 일환으로 달러를 사들인게 마지막이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을 방해하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Feroli는 “연준은 달러 정책에 있어서 미 재무부의 뜻을 따르는 통상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앙은행의 불태화로 인해 외환시장 개입은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가치를 만지작거리는 시도는 중국의 환율 조작을 비판했던 트럼프의 입지를 뒤흔들 수 있다. 미국은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경쟁의 목적으로 환율을 타겟으로 하지 않는다는 G-20의 합의를 오랫동안 옹호해왔다.

사상최대 10년물 미국채 입찰…바킨 총재 점진적 인상 지지

현지시간 수요일 진행된 사상 최대인 260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미국채 입찰이 기존보다 높은 응찰률을 기록하며 낙찰금리 2.96%에 마무리되었다. 지난 5월 입찰 물량보다 10억 달러가 늘어난 이번 발행에서 응찰률은 2.55배로, 지난 4차례 분기 리펀딩 입찰 당시 평균치인 2.4배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전장 거래에서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바람에 쿠폰금리 3%는 얻지 못했다. 일부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은 옵션을 이용해 3% 쿠폰에 베팅해왔다. 소시에테제네랄의 Subadra Rajappa는 “수요가 과거 입찰 때와 매우 비슷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입찰이었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금리가 3%에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이 들어와 매수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보다 정상적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올려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얼마까지 금리를 올려야 할지는 경제 성장에 달려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버지니아주 연설에서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연준의 목표에 와 있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수준보다 낮은 금리가 적절하다고 주장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서술하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신뢰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결정하는 FOMC에서 올해 투표권을 갖고 있다.

그는 또한 금리 인상 전망이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며, “좀더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기존 속도대로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경우 모두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연설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연준이 선택한 점진적 인상 경로가 합리적으로 보여 이를 지지한다며,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ETF 승인 연기…가상화폐 줄줄이 급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을 기초로 한 VanEck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여부 결정을 9월 말로 연기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뉴욕장에서 한때 10% 넘게 빠져 62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리플과 이더리움 역시 각각 최대 17%와 9% 급락했다. 광범위한 매도세에 Coinmarketcap.com이 추적하는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약 2300억 달러로 감소해 작년 11월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가상화폐 광풍이 정점을 찍었던 1월 대비로는 6000억 달러 가량의 가치가 증발했다. 이는 상위 4대 기업을 제외한 S&P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액수다.

낙관론자들은 가상화폐의 보급 확대가 가격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규제당국과 많은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보안 문제와 시장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신생기업인 Amun Technologies의 최고경영자인 Hany Rashwan은 시장이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SEC 신청이 바로 승인되긴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SEC는 내년 2월까지 결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올해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가능성은 늘 낮았다”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가상화폐 펀드를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는 호재도 전해졌지만,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디지털 통화가 아직 “통화로서 희망하는 수준의 보호 장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노딜’ 브렉시트 준비…伊, EU와의 예산전쟁서 강경전술 예고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한 가운데 파운드화가 유로화 대비 장중 기준 작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달러 대비로는 5거래일 연속 약세행진을 이어가며 약 11개월래 저점을 경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이 영국총리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 9월초 국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고위 정부 관료들로 구성된 실무그룹이 소집되어 브렉시트 합의 불발시에도 세관과 경찰이 없는 아일랜드 국경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안 중이라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영국은 내년 3월 29일 유럽연합(EU)을 떠날 예정이지만 양측 간의 대화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양측 정치인들은 협상 결렬 위험을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70건의 문서를 공개해 협상 실패시 경제 각 분야에서 벌어질 예상되는 변화를 설명할 예정이다.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지난 일요일 노딜 가능성이 60%에 달한다고 밝히는 등, 일부 정부 관계자들과 장관들은 브렉시트 합의 타결에 대해 점점 더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무역 측면에서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영국의 입지가 더 좋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영란은행(BOE) 정책위원인 Ian McCafferty가 현지시간 수요일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다가오는 유럽연합(EU)과의 예산 관련 대결에서 지난번 난민 문제 협상때와 마찬가지로 강경 전술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의 발언에 이탈리아 10년물 금리가 장중 고점으로 급등했고 분트채와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디 마이오는 이탈리아의 파퓰리스트 연정이 EU의 예산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내년 예산에 기본소득과 단일세를 도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연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만약 EU가 예산적자 계산 방식을 바꾼다면 이탈리아 정부의 계획이 EU의 제한선 안에서 실행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EU와 이러한 개혁을 논의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난민 문제 의논 때와 마찬가지로 할 것이다. EU와 충돌하진 않겠지만 진솔한 논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