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中 추가 고통, BOE인상

미국과 중국이 다시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글로벌 무역전쟁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보복’을 예고했고 로스 미 상무장관은 ‘더 큰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며 추가 압박을 시사했다. 이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달러지수(DXY)가 3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위안화 등 신흥시장 통화는 맥을 못추고 줄줄이 미끄러졌다. 영란은행(BOE)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파운드는 잠시 힘을 얻는 듯 했지만, 카니 총재가 ‘제한적이고 점진적’ 인상 경로를 강조하고 시장의 초점이 브렉시트 협상으로 옮겨가며 파운드는 원빅 가량 하락했다. 미국채 금리는 무역전쟁 우려가 공급 충격을 누르며 하루만에 반락했다. 일본은행의 서프라이즈 채권시장 개입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정부 예산 우려에 10년물 금리가 7주래 고점으로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애플의 뒤를 따라 페이스북 등 다른 기술주들 역시 최근 급락세를 떨치며 미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테슬라는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며 주가가 16%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공급과잉 우려 속 배럴당 67달러를 하회하며 한달여래 저점까지 밀렸으나 쿠싱지역 재고 감소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이란 군사훈련 계획 등이 전해지며 반등에 성공했다. 멕시코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비둘기파적 성명서에 스왑시장이 향후 긴축 확률을 재검토하며 커브를 낮추었다.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북측의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 송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소통이 이뤄짐에 따라 ‘친서 정치’가 협상의 교착 국면을 뚫을지 주목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오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7월말 4024.5억 달러로 전월말 대비 21.5억 달러 증가했으며, 6월 경상수지는 7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오늘 유로권 7월 마킷 종합 PMI·6월 소매판매 등도 발표된다. 미국 7월 비농업부분고용자수 증가는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BOE 만장일치 금리인상..‘향후 인상 제한적이고 점진적’

영란은행(BOE)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0.7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내년 3월 예정된 브렉시트 전까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마지막 한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으면서 파운드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카니 BOE 총재가 점진적 정상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광범위한 달러 강세에 밀려 원빅 이상 하락했다. BOE는 성장 전망은 대체로 유지했으나 2% 물가목표 달성 시기는 2020년말로 늦췄다.

카니 총재는 브렉시트가 무질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며, “다양한 브렉시트 가능성에 손발이 묶일 수는 없다. 실수는 상황이 완전히 확실해질 때까지 항상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카니 총재는 목요일 금리인상이 임기 중 마지막일지 묻는 질문에 “왜 내가 그 가능성을 포기하겠는가? 확실히 나의 마지막 결정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위원들이 “경제가 현재 경로를 유지할 경우 향후 몇년에 걸쳐 몇번 더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내년 5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약 6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브렉시트 때문에 임기를 내년 6월말까지 1년 늘렸던 카니 총재는 추가 임기 연장 가능성에 대해 묻자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훨씬 전에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자신의 퇴임 계획은 “아무것도 바뀐게 없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중요한 시기다. 브렉시트 시행일인 3월 29일까지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가장 심각한 일련의 이슈들이 그 시기에 몰려 있다”고 카니는 설명했다.

UBS Wealth Management의 Dean Turner는 “앞으로 6개월에서 8개월 동안 통화정책을 또다시 움직여야할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며 “무엇이 됐든 브렉시트 뉴스는 단기적으로 더 활발해져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이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지만, 우리 예상대로 영국이 협상 타결에 성공한다면 다음 금리 인상은 내년 5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美 ‘중국 더 큰 고통’ 경고…위안화 1년여래 최저치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이 자국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추가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현지시간 목요일 Fox Business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개혁 대신 나쁜 관행을 지속한다면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상황을 만들어야만 한다”며, 중국이 공정한 경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부터 시작한 이유는 중국이 그들의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국은 대신 보복을 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아마도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로스 장관은 말했다.

앞서 중국은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에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 무역전쟁 우려가 짙어지며 위안화가 약세를 확대해 1년여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무부는 목요일 성명서에서 “중국은 자국민의 존엄성과 이익을 보호하고 자유 무역과 다자주의 체제를 수호하며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보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당근과 채찍” 전술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수요일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예고했던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이전에 제시했던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세는 이르면 다음달 시행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서에서 “중국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고 상대방의 말을 존중한다는 조건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며 “중국측은 늘 악재가 호재로 바뀔 수 있고 도전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므누신 마술봉..미국채 공급충격에도 무역전에 시간벌어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사실상 그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마술봉을 휘두른 듯 보인다. 미국채 발행 확대 계획을 발표한 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조짐에 그 충격이 묻히며 시간을 번듯 하다.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전일 상승분을 절반 가량 되돌렸다.

재정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가 계속되며 정치적 리스크가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 재무부는 수요일 장기 채권 발행을 2010년래 최대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예산 적자가 1조 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미국채 발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올해 약 2% 가량 올라 미국채 투자자들에게 현재로서는 환차손 위험을 덜어주고 있다. Intellectus Partners의 Ben Emons는 “달러가 아직 많은 정치적 재료에 충격을 받지 않은 상태라 미 재무부는 공급 물량을 확대하더라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며 “만약 뮬러 특검 조사 등 정치적 리스크가 달러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이는 변곡점이 되어 공급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의도와 반대로 가는 강달러…EM 악화일로

바로 2주전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강달러가 미국의 경쟁우위를 낮추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연합 등의 환율조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최근 무역 관련 위협은 오히려 달러의 추가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인상과 보복 위협을 서로 주고 받은 바로 다음 날, 달러는 대부분의 신흥시장(EM)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2017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고, 남아공 란드화 역시 2주래 가장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위안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5% 평가절하되었다.

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의 Jim Caron은 무역 긴장이 고조될수록 트럼프는 약달러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간 위협속 글로벌 성장 불안이 부각되면 신흥국 통화는 고통을 받게 되고 달러의 피난처 지위는 안전자산 선호 자금을 끌어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역 우려가 생기면 더 심각한 글로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달러에 매수가 몰린다”고 지적했다. Caron은 안전자산 선호 다이내믹스를 반영해 올해 자신의 포트폴리오상 달러 비중축소를 줄여왔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1-2년에 걸쳐 달러는 약세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전쟁 공포가 다시 밀려오면서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4개 EM 통화 대부분이 약세로 거래됐다. MSCI EM 주식 지수 역시 1.8% 가량 하락하며 4거래일 연속 밀렸다. 중국 증시 주요지수는 목요일 2% 가량 급락했다. 미국의 전례없는 제재에 터키 리라는 1% 이상 또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했고, BIST100지수 역시 3% 가까이 급락했다. 터키 10년물 국채 금리는 89bp 급등한 19.4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집권당의 토지 개혁 계획과 플래티넘 분야의 정리 해고 소식등이 전해지며 란드화 가치가 2% 가량 하락했다. 구리 가격이 내려간 영향에 칠레 페소가 남미통화 약세를 이끌었다.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며 지난 10년간 위험자산을 띄웠던 유동성 노다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EM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M 기업 중 3분의 2가 실적 호조를 발표했지만 선진국발 먹구름에 가려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viva Investors의 Aaron Grehan는 “무역 긴장이 확실히 전반적으로 시장의 핵심 주제다. 이같은 관심은 심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고, 심리는 뉴스 헤드라인과 발언 수위에 따라 거의 매일 조정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관세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에 우려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BOJ 개입에 日국채금리 반락…소방수 역할

일본은행(BOJ)이 예정에 없던 깜짝 일본 국채 매입을 통해 정책 운용의 유연성을 보이며 소방수 역할에 나섰다. BOJ는 목요일 10년물 국채금리가 18개월래 고점인 0.145%를 터치하는 등 채권 매도세가 심해지자 이에 맞서 약 4000억 엔 규모의 5년-10년만기 국채 매입에 나섰다. 트레이더들은 BOJ가 화요일 정책회의에서 10년물 국채금리 허용범위를 0.2%까지 확대한다고 밝히기 전까지 BOJ의 인내심 한계를 시험해왔다.

이번 오퍼레이션은 일본 재무성이 만기가 같은 국채를 발행한 날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또한, 지정가에 무제한 채권 매입을 실시해왔던 BOJ의 평상시 전략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을 멈추고 0.5bp 가량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석가들은 시장이 국채금리를 0.2%까지 밀어부칠 것이라며, 결국 BOJ가 다시 지정가 오퍼레이션을 실시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BOJ는 7월 31일 정책 결정 전 3차례에 걸쳐 지정가 채권 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SMBC Nikko Securities의 Hidenori Suezawa는 “시장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2%까지 오를 수 있는지 보기 위해 BOJ를 다시 테스트하길 원할 것”이라며, “BOJ는 매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시장에게 보여주었다”고 진단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요일 예정된 BOJ의 정규 채권매입 오퍼레이션에 쏠려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J의 개입에 대해 금리 상승세를 멈추기보다는 속도조절이 목적이라며, BOJ는 아직 일드커브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확대된 허용 범위인 ±0.2%의 상단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데다, BOJ가 급등세를 억제하고 필요할 경우 목표 범위 수호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높은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듯 보인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