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매파 FOMC, 미국채 발행확대

일본은행에 이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노이벤트’로 끝난 분위기다.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일부 문구 조정으로 매파적 신호를 보냈지만 이미 대부분이 9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분위기라 시장을 크게 뒤흔들진 않았다. 한편, 미 재무부가 미국채 발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를 넘어섰다. 달러는 대부분의 G-10 통화 대비 올랐으나 엔화와 파운드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물밑협상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중간 긴장은 여전한 모습이다. 트럼프가 관세율을 두배 이상 높이겠다고 위협하자 중국은 미국의 “협박과 압력”을 비난하면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실시될 수 있는 추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 의회는 첨단기술 분야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 투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위험조사 현대화법(FIRRMA)’을 통과시켜 중국을 상대할 또 하나의 공격수단을 확보했다.

미국이 결국 터키에 제재조치라는 칼을 휘두르면서 터키 리라는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처음으로 중국 투자자의 독일기업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인도중앙은행은 환율전쟁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렸고 브라질은 정책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에 동결했다. 미국 원유 재고의 깜짝 증가와 주요 산유국의 증산 소식에 WTI 최근월물 가격은 장중 2% 넘게 하락해 2주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영란은행은 오늘밤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 일본은행 아마미야 위원 발언과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미국 6월 제조업수주·내구재 주문 등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북한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제조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FOMC 경기평가 ‘strong’…‘매가 비둘기 물었다’

미 연준은 만장일치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1.75%-2%로 동결하고, 미국 경제가 건전한 속도로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기존 경로를 재확인했다. FOMC는 현지시간 수요일 성명문에서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고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가계 지출 및 기업 설비투자는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6월 성명서의 경우 경제 활동 증가 속도에 대해 “견조하다(solid)”고 표현했으나 이번엔 “강하다(strong)”로 단어를 바꾼 것이다.

FOMC는 6월 성명서와 마찬가지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점진적 추가 인상이 경제 활동의 지속적 확대와 견조한 노동 시장 상황, 연준의 대칭적 2% 목표치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등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망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적”이며 “통화 정책은 완화적”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한편, 성명서에 “현재로선(for now)”이란 단어를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약간 매파적 신호를 보낸듯 하다.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7월 의회 증언에서 FOMC가 “현재로선” 점진적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어는 정책 경로가 데이터에 기반한다(data dependent)는 기조를 의미하곤 했다. 만약 이번 성명서에 해당 단어가 포함되었다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었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FOMC는 확실히 9월 인상을 지지하고 있는듯 보이며, 향후 쉬어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다음번에도 기회는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이 미묘한 경로 변경은 고려할 수 있겠지만 적절한 정책 처방에 대해 대폭의 재검토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라보뱅크는 “매가 비둘기를 물었다…그리고 파월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9월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진단했다. 무역분쟁이 악화되지 않고 장단기 금리가 연말전 역전되지 않는다면 12월 추가 인상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내재된 실효금리 기준 9월 금리인상 확률은 80%, 12월은 60% 부근에 머물렀다.

미국채 발행 확대에 10년물 금리 3% 돌파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채 장기물 발행을 2010년래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하며 5월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미 재무부는 현지시간 수요일 장기채 발행 규모를 이번 분기에 78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감세 부양책과 지출 프로그램으로 재정 부담이 확대된 영향이다. 이는 지난 분기 730억 달러에서 늘어난 것으로 3분기 연속 증가다. 또한, 10월부터 새로운 2개월 만기 재정증권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당장 8월 7일 340억 달러의 3년만기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330억 달러, 5월에는 310억 달러를 발행한 바 있다. 10년물의 경우 8월 8일 260억 달러가, 30년물은 8월 9일 180억 달러가 발행된다. 이번 분기에 걸쳐 2년, 3년, 5년물 월별 입찰 규모를 각각 10억 달러씩 늘리고, 7년, 10년, 30년물 발행은 8월에 10억 달러씩 증액한 후 10월까지 8월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Amherst Pierpont Securities의 Stephen Stanley는 이표채 발행 규모가 금융위기래 수년간 나타났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모든 이표채 발행이 사상최고치가 된다 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터키 리라 사상최저 경신..트럼프, 터키 정부관료 제재조치

터키 리라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인 목사의 석방을 요구해온 미 행정부가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재조치를 발표한 영향이다. 앞서 미국은 자국 시민과 외교 공관 직원들을 구속한 에르도안 터키 정부를 상대로 경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대상 기관과 인물 명단을 마련했다고 2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이번 경제제재안은 대러시아 제재를 모델로 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미국은 Brunson 목사의 석방을 위해 협상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해당 제재 조치는 2016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세계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법(Global Magnitsky Act)에 따라 마련되었으며, 이는 인권 남용이나 부패와 관련된 개인, 기업,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미국내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미국과의 사업 거래 금지 등이 포함된다.

터키는 역외 자본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에 특히 취약한 편이다. 이번 조치로 환율과 채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BlueBay Asset Management의 Timothy Ash는 터키 경제가 매우 곤란한 시점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고, TD증권은 달러-터키리라 환율이 5리라 선을 넘어설 경우 매도세가 더 이어져 5.25까지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 무역전쟁 실감?…美 고용은 활활

미국과 유럽, 아태지역 등의 주요국 제조업 활동이 지난달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보호 무역주의가 글로벌 성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7월 ISM 제조업지수 분석 결과 글로벌 무역전쟁이 가열된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 속도를 높이지 않는 듯 하다. 미국의 경우 7월 ISM 제조업지수는 58.1로 예상치와 이전치를 모두 하회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수입관세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이치은행의 Stefan Schneider는 “글로벌 교역에 대한 기대 약화가 확실히 생산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독일과 같은 많은 개방적 경제는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마저 수출 기대가 악화되어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7월 민간고용 증가는 시장 예상치(18만 6000명)를 훌쩍 넘어선 21만 9000명으로 2월 이후 최고를 경신했다. ADP는 전문직과 비즈니스 서비스, 의료, 복지, 레저, 제조업,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노동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용 증가는 감세 및 억제된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의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입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어느 정도 상쇄되는 모습이다. 견조한 노동시장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금 증가 속도가 꾸준히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 Moody’s Analytics의 Mark Zandi는 “고용 시장이 감세와 정부 지출 확대에 영향을 받아 호황을 보이고 있다”며 “관세는 아직까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달 일자리를 줄였다는 점은 해당 위협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RBI 환율전쟁 우려에 연속 금리인상

인도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를 25bp 올려 2년래 최고 수준인 6.5%로 인상했다.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고, 글로벌 환율 전쟁 발발시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2016년 9월 통화정책위원회 도입후 처음으로 연달아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파텔 RBI 총재는 글로벌 무역과 환율 긴장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 속에 경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파텔 총재는 “지난 몇 달간 난기류를 겪었다”며 “이것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모르겠다. 무역 교전은 관세 전쟁으로 확대되었고, 이제 환율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뭄바이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RBI 외에도 이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여러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와 미 금리 상승에 따른 환율 불안과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애쓰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7% 절하되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장 성적이 나쁘다. 게다가 미-중간 무역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에도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L&T Finance Holdings의 Rupa Rege Nitsure는 “모든 국가가 무역 난기류를 헤쳐나가기 위해 통화를 조정하고 있다”며 “인도의 금리 인상은 자본 흐름을 자극해 환율변동성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RBI의 목표인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