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미국채 발행 규모 확대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흔들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결정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가 다시 주목을 받는 가운데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면서 이 같은 우려가 이어질 듯 하다.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민간고용 지표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의 추가 긴축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인 50bp 전격 인하하며 같은폭으로 향후 추가 인하할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 들이다.
美재무부, 분기 채권 발행 규모 2년 반만에 증액..“향후 추가 확대 필요할수도”
미 재무부가 재정적자 급증 속에 분기 채권 발행 규모를 2년 반만에 처음으로 확대했다. 재무부는 다음주 분기 리펀딩 입찰에서 3년, 10년, 30년채를 총 1030억 달러 상당을 발행한다. 이는 대부분의 딜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해당 발표는 미국채 매도세에 기여해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러한 발행 규모 확대는 미국 정부의 차입 필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화요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결정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이 향후 3년동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 전 딜러들은 다른 증권의 발행도 확대되고 발행 확대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수요일 재무부도 이를 확인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러한 (발행 규모) 변화로 입찰 규모를 중장기 차입 필요에 맞춰 조정하는 쪽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루겠지만 향후 몇분기 동안 추가로 점진적인 (발행) 확대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향후 중장기물 발행 추가 확대 정도에 대해서는 재정상황과 연준이 얼마나 오랫동안 채권 포트폴리오 축소를 이어갈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7월 ADP 민간고용 32만4천 명 증가…예상치 상회
미국 기업들이 지난달 예상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면서 노동시장이 계속해서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ADP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스탠포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과 공동으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문 고용은 32만4천 명이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참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모든 전망치를 상회하는 결과다. 고용 증가는 비교적 광범위했지만 특히 레저 및 접객 분야에서 20만1천 명이 증가했다. 지역 별로는 남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고용이 증가했고, 규모 별로는 직원 250명 미만 기업에 집중됐다. 직원수 500명 이상 기업들은 석 달 연속으로 일자리를 줄였다.
임금 상승률은 계속해서 둔화됐다. 같은 직장에 머문 근로자들의 임금은 7월중 전년 동기 대비로 6.2% 증가했는데,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이직을 한 근로자들의 경우 연봉 상승률이 중앙값 기준 10.2%로 2년만에 가장 낮았다.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Nela Richardson은 성명에서 “경제가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고 건전한 노동 시장이 계속해서 가계 지출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광범위한 실직 없이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요일에는 정부의 고용 보고서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블룸버그 서베이에서는 미국의 7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중간값 기준 20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피치 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비판 목소리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치가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이번 조치를 저울질 해보는 가운데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들과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대체로 동요하지 않으면서 미국채가 계속해서 톱티어 투자대상으로 남을 것이며 수요도 아마 계속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이 받을 하락 압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이번 조치를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래리 서머스 전(前) 재무장관, 모하메드 엘 에리언, 폴 크루그먼 등도 이에 동참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 재정적자의 장기적 궤도에 대해 우려해야할 이유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채무 상환 능력에는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달간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사람들이 생각했던것 보다 강함을 보여줬으며 이는 미국 채권 신용도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이자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이번 발표 시점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도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이번 결정이 피치가 스스로 규정한 기준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며 분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던간에 이는 피치 상황이지 미국의 지불능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美경제, 연착륙 가능”…기존 경기침체 전망 철회한 BofA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월가 대형은행들 가운데는 처음이다. 지난주에는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들에게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제 더 이상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Michael Gapen 등 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요일 보고서에서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내년 중 완만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에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라는 우리의 이전 견해를 다시 평가하게끔 만들었다”면서 “지난 세 분기 동안 경제 활동은 평균 2.3% 성장했으며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 부근에 머물렀고 임금과 물가 압력은 점진적이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에 올해와 내년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에 대한 전망도 바꿨다. 이들은 이제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시점인 내년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며 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 다이먼 “美 은행 자본규칙 강화 계획, 아주 실망스러워”
JP모간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이 미국 규제 당국에서 내놓은 보다 엄격해진 은행 자본 규정 계획에 대해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수요일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은행들의 모기지 및 소기업 대출과 같은 특정 활동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그러면서 JP모간은 이에 맞춰 조정하겠지만 이것이 미국에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따로 떼어 둘 것을 요구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8대 대형 금융업체들은 약 19%의 자본 증액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자본 확대 방안에 오랜기간 비판적이었던 다이먼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는 JP모간의 자본 확대가 “미국에 좋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한 컨퍼런스 콜에서는 헤지펀드 및 사모 펀드(PEF) 등 비은행 경쟁자들이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에 “춤을 추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호(서울), klee1072@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