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의장이 미의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재차 강조하며 점진적 긴축 경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채 2년물 금리가 2.61%를 넘어 2008년래 고점을 경신하고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미 증시 주요지수는 일제히 상승했고, 특히 나스닥 종합지수는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다만 신임 CEO에 데이비드 솔로몬을 임명한 골드만삭스 주가는 한때 2%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은 주식 트레이딩 실적의 깜짝 감소 등 실적 발표에서 부정적인 소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파운드는 정치 불안에 원빅 이상 급락하기도 했으나 브렉시트 수정안이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하면서 일부 낙폭을 줄였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전쟁 이슈에서 한발 물러나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와 전망에 보다 집중하는 분위기다. 파월 연준의장은 한국시간으로 오늘밤 하원 패널에 참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제출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할 예정이다. 18일 오후 6시에 발표될 유로존 6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2.0% 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미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프로세스(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 점진적 긴축 경로 유지…무역전쟁 영향 우려
파월 연준의장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고용이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에 유지하기 위해 “현재로선”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계속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금리를 너무 천천히 올릴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시장 과잉이 초래될 수 있는 반면 너무 성급하게 인상할 경우 경제가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계속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Miller Tabak의 Matt Maley는 파월 의장의 모두발언에서 과하게 매파적 내용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미국 정부가 중국은 물론 오랜 동맹국마저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꾸겠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가 경제 성장은 물론 임금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시간 1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무역 개방을 유지하고 관세 등 무역 장벽이 없는 국가들은 더 빨리 성장했으며, 소득과 생산성도 더 높았다. 반면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들은 더 상황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또, 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임금과 기업의 자본지출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며 “아직까지 그 영향을 숫자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 실제 설비투자 계획이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과 유럽연합이 경제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인해 일본-EU사이의 광범위한 관세 및 규제장벽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양측은 내년 후반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로 동맹국들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은 다자간 협정을 강화하기 위해 결집하고 있는 것.
브렉시트 법안 가까스로 통과..메이 실권 확률 50%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파운드가 간밤 한때 원빅 이상 급락했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 강경파가 제출한 브렉시트 수정안을 받아들였으나 친유럽주의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자칫 그동안의 중재 노력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야당인 노동당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영국 하원은 찬성 307표대 반대 301표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정안 통과 소식에 파운드는 낙폭을 일부 줄이는 모습이었지만,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더 흔들릴 경우 파운드가 5% 가량 더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즈호은행의 헤지펀드 세일즈 헤드 Neil Jones는 메이 총리가 실권할 확률이 50% 정도라고 진단했다.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영국이 EU와의 무역협상 타결 실패시 영국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회원국들에게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에 대비하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트럼프, 러시아 美대선 개입 인정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루만에 말을 바꾸며 러시아가 미 대선에 관여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는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다가 미 공화당과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이 실수였다고 인정하며 미 대선과 관련해 러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등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고, 일부 공화당원들은 러시아의 향후 미국 선거 개입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뮬러 특검은 돈세탁 혐의로 기소된 전 트럼프 대선 선대위원장 폴 매너포트에 불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는 5명의 증인에 대해 판사에게 면책권을 신청했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만나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핌코 ‘일드커브 역전시 연준 긴축 중단 신호 보낼듯’
핌코의 글로벌 경제 고문인 Joachim Fels는 미국채 3개월과
10년물의 금리가 역전될 경우 파월 미 연준의장이 “일드커브 역전 장기화를 막기 위해 기어를 바꾸고 금리인상 싸이클 중단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전망했다. 그는 미 연준이 점도표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무역갈등이 더욱 격화되면서 장기금리를 억눌러 단기적으로 커브 플래트닝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연준이 “이번엔 다르다”며 일드커브 역전을 허용할 경우 미국 경제가 이르면 2020년에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커브 플래트닝과 관련해 이번은 다르다는 논리에 반박하며,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공황 이전에도 연준 관료들이 비슷한 판단을 한 적이 있는데다 어떤 이유로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경우 은행들의 만기전환과 신용창출 능력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채 3개월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약 85bp로 2007년 이후 역전된 적이 없다.
美 원유재고, 예상밖 증가…WTI 주요 지지 테스트
시장 예상과 달리 미석유협회(API) 집계에서 미 원유재고가 지난 주 62만9000배럴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 반등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410만 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WTI 최근월물 가격은 69달러대에 위치한 50일 이평선을 뚫고 내려와 100일 이평선인 67달러를 테스트하고 있다. Tyche Capital Advisors의 Tariq Zahir는 사우디가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에 차질이 생겨야만 유가가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 이후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부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