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판깨진 무역협상, 中긴급방어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인상 위협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겹치며 한국 시장이 쉬는 동안 글로벌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중국 당국은 월요일 폭락하는 증시와 위안화에 놀라 긴급 방어에 나섰고 이번주 무역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함으로써 합의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기대됐으나, 뉴욕 증시 마감후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판을 뒤집어 금요일 관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막판 극적 타협이 나올수도 있으나 일단 역외위안화와 미증시 선물 등은 약세로 반응했다.
간밤 글로벌 증시를 따라 급락세로 출발한 미증시는 중국이 이번주 무역협상을 보이콧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에 낙폭을 상당부분 줄였다. 한편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한때 작년 2월 이후 최대폭인 46% 급등했고, 연준 금리 인하 베팅이 다시 살아나면서 미국채 금리는 후퇴했다. 블룸버그 곡물 하위지수 총수익은 1977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3.1% 급락했으나 미국이 이란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편 터키에서는 이스탄불 지방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에 리라화 가치가 3% 넘게 급락했다. 최근 글로벌 성장 둔화에 무역전쟁 우려마저 재개되면서 오늘 호주중앙은행에 이어 내일 뉴질랜드마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논쟁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4월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4040.3억 달러로 전월말 대비 12.2억 달러 감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중국 말바꾸기에 화난 트럼프…결국 파경

지난주 회담 후 중국이 무역합의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는 보고에 화가난 트럼프가 일요일 대중관세를 올리겠다는 위협을 하게 되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중국측은 미국에게 자국의 법령 변경을 필요로 하는 무역합의엔 동의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기술 이전 강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었으나, 중국측이 법률 변경을 거부하며 재협상을 시도한다고 보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중국을 비난하며 약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중국 대표단이 이번주 예정대로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미국은 금요일 대중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라이트하이저가 밝혔다. 그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중국이 지난주 일부 약속을 철회한데다 관세 유지 문제 등 주요 사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발언에 파월 피봇 되감기

단지 무역협상 중에 나올 수 있는 엄포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대중 관세 인상 위협은 파월 연준의장이 차단시켰던 금리 인하 기대를 되살리는데 충분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이 흔들리고 시장이 파월의 피봇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파월은 지난주 인플레이션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라며 통화완화 기대를 낮추었다. 파월의 메시지에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25bp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내년 중반으로 미뤘으나 이제는 내년 4월로 앞당겼다. Medley Global Advisors 등은 달러 강세와 주가 약세가 겹치면서 금융여건이 보다 타이트해져,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가 보다 빨리 단행될 수 있다는 베팅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금융 여건이 계속해서 타이트헤지면 연준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미국 금융여건 지수는 월요일 4월 초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보다 타이트해졌다.

中당국 시장개입

미국과의 갑작스런 무역 긴장에 중국 증시가 타격을 받자 중국 국영펀드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페트로차이나와 중국석유화공 등이 반등을 시도했다. 중국공상은행 역시 비슷한 거래 패턴을 보였다. 많은 투자자들이 합의를 기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트럼프가 갑자기 관세무기를 꺼내들자 중국 당국이 구원투수로 나선듯 보인다. 대형주의 선전에 주요 주가지수는 일중 저점에선 벗어났지만,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3년여래 최대폭인 5.6% 하락 마감했다. 시장 안정 유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협상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과거 당국의 증시 개입은 보통 오후에 대형주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증시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역시 당국의 지원이 나왔다. 달러-역내위안화 환율이 6.8선에 근접하자 적어도 한 곳의 대형 중국계 은행이 달러 매도에 나섰다고 트레이더들이 전했다. 해당 환율은 한때 1% 가까이 급등했다.

신흥시장 흔들

신흥시장(EM) 자산은 연준이 비둘기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두 전제를 토대로 올해 상승했다. 그러나 두번째 가정이 트럼프의 위협에 흔들리면서 EM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 위안화는 월요일 급락했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3년여래 최대폭 추락했다. 남아공 란드와 터키 증시 역시 희생양이 되었다. 지난 몇주간 양국 협상단이 긍정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합의 기대에 들떠 있었다. MSCI EM 주식 지수는 올해 10% 이상 올랐으며, 블룸버그 바클레이의 개도국 달러 채권 지수는 6% 상승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월요일 급락세에서 매수 기회를 찾았다. Bulltick LLC는 결국 무역 합의가 타결되어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MSCI EM 지수 매수를 추천했다. 그는 브라질, 멕시코, 중국에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월요일 급락 후 S&P 500 지수와 EM지수간 미래 수익 기준 밸류에이션 격차는 11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SG는 향후 시장 움직임이 트럼프의 위협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있느냐에 달려있다며, 트럼프의 트윗에 안정적 위안화가 개도국 자산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시동?

호주중앙은행(RBA)과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가 연이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글로벌 완화 물결에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RBA의 경우 블룸버그 설문에서 15명은 인하를, 14명은 동결을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부진에 금리 인하를 피하기 어렵지만, 2주도 채 안 남은 선거 때문에 6월로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호주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월요일 1.25%를 하회, 기준금리 대비 25bp 넘게 아래로 밀려났다. 이는 가장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2016년 8월 2일 이후 처음이다. RBNZ 역시 경기가 식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더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수요일 이미 사상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도 있다. 오어 총재는 이미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시장은 기준금리가 1.5%로 25bp 인하될 확률을 50% 가량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 설문에서 20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14명이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