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테이퍼링 속도업? 유럽봉쇄

(블룸버그) — 유럽이 다시 팬데믹 봉쇄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오스트리아가 전국적 봉쇄령을 발표했고, 독일 일부 지역도 비필수적 사업장을 닫았다. 네덜란드는 이미 가게와 술집의 폐점 시간을 앞당겼다.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며 감염 우려가 재차 높아지고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공급망 병목현상에 물가가 급등해 통화정책 당국이 긴축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지 주목된다.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는 유럽의 코로나19 감염 재확산과 연준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전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이번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러시아가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대를 집결하고 있다는 첩보를 유럽 동맹국들에게 알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시 “매우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자국 영해와 영공을 지키는데 필요하다며 미국 국방부에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테이퍼링 속도업?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는 상황에서 고용이 견조하게 증가한다면 연준이 자산 매입을 보다 빠르게 축소하고 제로 부근인 기준금리를 더 빨리 올려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금요일 “노동 시장의 급격한 개선과 인플레이션 지표의 악화로 인해 2022년에는 더 빠른 테이퍼링과 더 빠른 완화 제거를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지표를 토대로 정책이 좀더 빠른 테이퍼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 시장이 빠르게 최대 고용에 다가서고 있다며, 수요가 계속 강해 노동 공급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등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어 최대 고용을 향한 진전이 막힐 경우 FOMC는 테이퍼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최대 고용이 빠르게 이루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현재 높은 수준에서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FOMC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럴 경우 필요시 그 다음 통화정책 긴축 단계 역시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라리다 연준부의장 역시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야할지 논의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 나올 지표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한 상태라며, 인플레이션에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으로 유럽이 봉쇄 공포에 휩싸이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현지시간 금요일 한때 4% 넘게 급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3.9%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공조해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 나설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발 악재가 다시 터진 것이다. 중국은 이미 목요일 방출을 밝혔고, 미국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수급 불균형으로 갑자기 7년래 고점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최근 한달 사이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Rystad Energy의 Louise Dickson은 “유럽의 경우 특히 오스트리아의 봉쇄 조치가 대륙 전역에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경우 위험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Saxo Bank A/S의 Ole Hansen은 유럽의 암울한 코로나19 뉴스가 “석유 강세론자들의 파티를 망치고 있다”며, “유가는 비록 거의 가격에 반영되긴 했지만 전략적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감안할 떄 단기적으로 상승 모멘텀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은 이르면 이번주 비축유 방출을 공동으로 발표할 수도 있다.

ECB 베팅 시들

일부 유럽 국가의 봉쇄 조치에 대한 두려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능가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긴축에 나설 것이란 베팅이 갑자기 시들해지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일주일 전만해도 2022년 12월까지 20bp 인상 가능성을 점쳤으나, 이제는 아예 금리 인상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마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유럽의 봉쇄 소식에 유로-달러 환율이 한때 1% 넘게 급락하고, 안전자산 수요가 일며 길트채와 유럽 국채에 이어 미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앞서 라가르드 ECB 총재는 반갑지 않은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통화정책을 너무 일찍 조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트만 ECB 정책위원 겸 분데스방크 총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 2% 위에서 머물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전망하는 것처럼 빠르게 둔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금요일 경고했다. Commerzbank의 Christoph Rieger는 ECB에 대해 “내년 금리 인하까지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느 시점엔가 시장은 내년 금리 인상 견해를 완전히 버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올 겨울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할 경우 “내년에 대한 모든 시장의 베팅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OE 또 서프라이즈?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휴 필은 12월 금리 인상의 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번 금리 결정이 “미세하게 균형적”이라며 경제 회복의 장애물을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데 있어 “즉효약은 없다”며, 중앙은행은 브렉시트와 팬데믹으로 인해 엉망이 된 공급망 문제를 해소할 정책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난 진정 내가 (12월 금리 결정에) 어떻게 투표할지 지금 모르겠다. 심지어 내 마음 속에도 불확실성이 있다”며, 경제가 “양방향”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11월 BOE가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하기 전에도 그는 비슷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도 시장이 다음달 BOE 금리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그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지난 9월 통화정책위원회에 합류한 필은 “경제가 잘 회복되고 모멘텀이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증명해야할 부담이 약간은 반대 방향에 있어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OE의 의사소통 방식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중앙은행이 일일이 신경쓸 수 없다며 “언론과 시장이 주도한 다이내믹에 사로잡힐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 역시 영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속에 “양면적”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경제공약 하원 통과

사회 안전망을 확장하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며 조세제도를 재정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 어젠다가 현지시간 금요일 오전 하원을 통과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수개월에 걸친 민주당 내 분란을 잠재우고 해당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0대 반대 213표로 승인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민주당에선 Jared Golden 메인주 하원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은 모두 반대했다. 의회예산국은 해당 법안이 법제화될 경우 향후 10년에 걸쳐 정부 재정적자가 3670억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아마도 12월쯤 표결을 하기 전에 법안 내용을 상당부분 손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조 맨친과 키르스텐 시네마 상원의원은 아직까지 미온적인 입장이다. CBO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의 ‘위대한 재건법(Build Back Better)’은 향후 10년간 1.64조 달러를 지출하게 되며, 세금 크레딧까지 합치면 경제 투자는 2조 달러가 넘는다. 감시 단체인 책임연방예산 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지출 증가와 감세가 총 2.4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