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미국채·주식 투매, 옐런 경고

(블룸버그) — 미 의회가 부채한도 유예 또는 상향 조정에 좀처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정부 셧다운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자 채권은 물론 주식 시장마저 투매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S&P 500 지수는 2% 급락하며 5월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미국채 금리 상승에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기술주를 던지며 나스닥 지수는 2.8% 추락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56%를 돌파했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0월 18일 경에 국고가 바닥날 전망이라며 의회를 압박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해 9월 109.3으로 7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델타 변이와 물가 상승이 소비 심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는 우려를 부추겼다. 미국 집값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년비 19.7% 상승해 30여년래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한편 북한은 28일 오전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채 장기물 압박

연준의 테이퍼링 전망 속에 미국채 매도세가 글로벌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한때 11bp 급등해 2.1%를 돌파하며 7월초 이래 고점을 경신했다. 지난주 매파적 FOMC 이후 거의 30bp 오른 셈이다. 2년물 금리는 0.32% 부근으로 2020년 3월래 고점을 기록했고,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10년만기 BEI는 4거래일 연속 올라 2.4%를 상회하기도 했다. 영국 길트채 10년물 금리는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지난주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를 이르면 11월 단행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데다가 영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매파 기조를 더한 영향이다. JP모간 설문에 따르면 미국채 숏 포지션을 보유한 고객이 순 기준 지난주 20%에서 25%로 늘어났다.

Russell Investments는 “시장이 통화정책 전망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채권금리 상승세가 다소 더 진행될 여지가 있다. 현재 장기물쪽이 다시 정상화(re-normalizing)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DBS Bank는 “달러 금리가 여름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며, 시장이 이제 보다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을 줄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채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이 예상되지만 아마도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도세가 과하다는 판단 속에 국내외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고 단기와 중기물 중심으로 중앙은행들의 매수세도 목격되었다고 트레이더들이 전했다. 7년물 입찰 결과도 견조해 뉴욕 오후장 들어 시장은 다소 진정되었다.

옐런의 경고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유예하거나 인상하기 위한 입법 조치가 제때 취해지지 않는다면 10월 18일 경에 국고가 바닥날 전망이라고 현지시간 화요일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혔다. 이는 많은 월가 전문가들이 추측했던 것보다 빠른 편이다. 옐런은 또한 상원 청문회에서는부채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등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이 월요일 상원에서 부채한도 법안을 상정 저지하자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르면 현지시간 화요일 새로운 법안을 하원에서 표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세와 사회적 지출 패키지를 계속 고집하는 한 공화당은 부채한도 조정을 지지하지 않을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골드만삭스의 Alec Phillips는 마감시한이 가까워질 수록 공화당이 논의에 필요한 시간을 일부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오히려 시간을 끌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RBC Capital Markets의 Blake Gwinn는 미국이 디폴트 직전까지 가거나 2011년처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지 않는 한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을 전에도 겪어봤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순간에 딜이 나올 것으로 사람들은 예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디폴트 위험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기축 통화로 부상해 달러를 위협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미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데 실패할 경우 달러의 지위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상원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부채한도 문제로 디폴트에 봉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경제 혼란 속에 달러의 “절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는 지위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재정증권을 투매하면서 연준이 운영하는 자금 피난처인 역레포에 사상 최대 규모인 1.365조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이미 연준의 자산 매입과 재무부의 예금 잔고 축소로 남아돈 자금이 갈 곳이 없어 역레포 수요가 한달 넘게 1조 달러를 상회한 상태다. 10월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재정증권의 금리는 한때 0.0775%를 터치하기도 했다. 만기가 다른 유사 금리는 0.04% 부근 또는 그 아래에 머물렀다. MUFG 증권의 George Goncalves는 미 의회가 부채한도 유예 또는 인상 합의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록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기 시작할 수 있다며 레포 시장과 10월 만기 재정증권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헝다그룹 또 고비

Jumbo Fortune Enterprises라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한 일부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의 보증을 중국 헝다그룹과 계열사인 Tianji Holding가 섰다며 디폴트에 대비해 채권 회수를 위한 위원회를 결성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Jumbo Fortune이 발행한 2억6000만 달러의 채권이 10월 3일 만기 도래한다. 10월 3일이 일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만기는 다음 날이 된다. Jumbo Fortune은 조인트벤처로 헝다의 주요 역내 계열사인 Hengda Real Estate 등이 소유하고 있다. 이번 채권 만기는 헝다그룹에 또다른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 규제당국은 최근 헝다그룹에게 달러채 디폴트를 피하도록 지시했다. 헝다는 이미 은행과 하청업체, 역내투자상품 투자자에게 제때 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8350만 달러의 쿠폰 이자를 제대로 지급했는지 조차 확실치 않는 상태에서 9월 29일 4500만 달러의 달러채 쿠폰 이자도 만기가 돌아온다. 한편 연준 관료들이 몇몇 미국 대형 은행들에게 헝다그룹 익스포저에 대해 질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워렌, 파월 ‘위험한 인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파월 연준의장에 대해 금융 규제에 있어 그의 행적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연준을 이끌기엔 위험한 인물로 재임에 반대한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상원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며 은행들이 리스크를 과도하게 가져가 경제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연준의장은 문지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내 진보파를 대변하며 대선 후보까지 나섰던 워렌이 공식적으로 파월의 연임을 거부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파월의 임기는 2월 끝나게 되며, 백악관 고문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파월 연임을 추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재무장관의 경우 8월 백악관 고문들에게 파월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