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글로벌 투매, 연준 선제인하?

(블룸버그) —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간밤 뉴욕증시마저 주요 지수가 3% 넘게 추락하는 등 글로벌 주식 투매가 나타났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통화정책 완화에 올인하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35%까지 밀렸고 30년물 금리는 1.81%로 사상최저를 경신했다. 극단적 안전자산 선호에 엔화 역시 급등했고, 금값은 7년래 고점으로 한때 2.8% 올라 1700달러를 향하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최대 5.5% 급락했다. 코로나19전세계 확진자수가 8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WHO가 아직 세계적 유행병은 아니라고 했지만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다. 백악관이 미의회에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최소 1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폭스 비즈니스가 보도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마스터카드 등 기업들의 실적 경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코로나19 악화가 미국 경제에 위협이라면서도, 아직 통화정책 변경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필립슨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의장대행은 코로나19가 경제에 “실제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글로벌 경제가 상당히 둔화될 위험이 있다며, 리스크가 보다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연준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25bp를 인하하고 50bp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는 경제를 위한 ‘값싼 보험’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미국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2%로 낮췄고, Columbia Threadneedle은 연준이 올해 1차례 넘게 인하할 수 있다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fA는 연준이 바이러스발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응해 글로벌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중국인민은행은 통화정책 유연성을 강조하고,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19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11명이 한국은행 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1%로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번 통방 취재를 제한해 금리발표와 통방결정문을 문자와 이메일로 제공하고 기자간담회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과 가계 재정상황 인식 악화 등에 한국 2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96.9로 전월대비 7.3p 하락했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6월과 동일한 하락폭이다. 한편 중국이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을 추방한데 이어 미국이 중국 언론인을 추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글로벌 인하 베팅

코로나19에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자 트레이더들은 중앙은행들이 결국 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적극 베팅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세계 금리 확률 추정에 따르면 시장은 7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총 205bp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2019년말 대비 3배나 높아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경우 올해 적어도 두 번 인하를 내다보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등은 최소 1차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 역시 그 뒤를 따를 확률이 최소 50%라는 판단이다. 이번주 들어 금리 인하 베팅은 더욱 가열됐다. 글로벌 위험회피에 주가가 급락하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16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하면서 약 10bp 정도 연준 인하가 가격에 추가 반영되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G-20 경제수장들은 지난 주말 코로나19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공급체인을 마비시킴에 따라 글로벌 성장에 있어서 하방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vercore ISI는 “글로벌 대유행은 공급체인과 무역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요에도 지속적인 충격을 주어 V자형 경기반등보다 U자형의 느린 회복으로 이어져 통화정책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IMF 경고

Gita Gopinath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억제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향후 며칠이 관건이라며, 경제적 충격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opinath는 현지시간 월요일 워싱턴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문제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대유행으로 번질지에 달려 있다”며, “정말로 어두운 하방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바이러스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확산될 경우 그 비용은 엄청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피해가 1분기 중국에 집중되면서 경기가 V자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가 바이러스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이번주와 다음주가 매우 중요하다”며,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취할지 불확실성이 높고 이를 둘러싼 역학이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채 랠리

JP모간은 미국 증시에서 촉발된 매도 신호가 변동성 확대와 채권 선호로 이어진 뒤 투자자들이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채 12월-2월 랠리가 끝나가지만 S&P 500 후퇴가 막판 안전자산 선호를 이끌 수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1.285%~1.36% 범위로 추락하거나, 추세를 바꿔 1.535%~1.58%으로 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sset Management One은 10년물 금리가 2년 내에 0%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고, 블랙록은 “탄력성(resilience) 플레이”를 권고했다. 한편 골드만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안전자산 랠리가 모기지채권 투자자들의 듀레이션 리스크 조정에 더 이어질 수도 있다며, 지표가 악화될 경우 채권 명목 금리가 추가 20bp 또는 35bp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간스탠리는 코로나19가 피크를 이루는 4월 10년물 금리가 1%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TD는 1분기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내렸다. 한편 투자자들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번주 1.10%까지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헤지하는 옵션을 수백만달러 규모로 사들였고, 3월 후반까지 1.25%로 하락하는 경우에 대한 베팅은 1170만 달러 거래됐다.

이탈리아 경기침체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이탈리아가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오랫동안 유럽의 취약점이었던 이탈리아는 이제 감염 급증에 금융과 산업 중심지인 밀라노마저 봉쇄되는 분위기다. 자동차업체인 피아트는 감염지역내 모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고, 의류업체인 아르마니는 밀라노 사무실은 물론 북부에 위치한 공장들을 1주일간 폐쇄했다.이미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탈리아가 다시 부진해지며 장기간 경기둔화에서 벗어나려는 유로존의 노력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연정은 해당 지역내 기업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필요시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ECB 정책 무기는 이미 고갈된 상태인데다 추가 재정 지원은 이탈리아의 재정 부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GDP 대비 이미 140%에 육박한 상태다. ADA Economics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를 권하지만 주요 지역의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며, 상황이 빨리 정리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GDP가 올해 1%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2013년 유럽 국채 위기 이후 최악이 될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장중 2016년 6월래 최대폭인 6.1% 급락했다.

엔화 안전자산 지위 회복

엔화의 종말에 대한 최근 보도는 과장된 듯 보인다. 코로나19 우려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일본 통화로 몰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간밤 한때 110.33엔으로 최대 1.2% 가량 빠졌다. 지난주 글로벌 바이러스 우려 고조에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엔화가 매도세에 시달린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당시에는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달러-엔 환율이 거의 10개월래 고점을 시도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Momtchil Pojarliev은 통화 중에선 엔화가 달러 다음으로 안전자산이라며, 달러와 엔화가 적어도 올 2분기까지 다른 G-10 통화를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엔 캐나다달러 대비 엔화를 샀으며, 월요일엔 유로화 대비 엔화를 매수했다. 또한 지난주 안전통화 포지션 다변화를 위해 일부 달러 롱을 정리하고 엔화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시장이 “매우 안이하다”며, 결국 코로나19의 잠재적 충격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