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 신뢰 흔들, `양손에 현금'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이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8%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을지 그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뉴욕증시가 또다시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3.2% 후퇴해 4000선이 무너지며 2021년 3월래 저점을 경신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4% 추락해 지난주 연준의 50bp 금리 인상 이후 3거래일 동안 10%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1.5조 달러 증발했다. 연준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통화 긴축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리스크 확대 속에 주요 금융시장에 걸쳐 유동성 악화를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장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 하더라도 증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진단했고, BofA는 S&P 500 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할 경우 매도세가 10월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미국과 유럽 지수 선물에 약세 포지션이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며 가라앉고 있는 주식시장이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시장이 중앙은행 매파 기조의 피크에 도달했다며 크레딧물 등 리스크를 더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양손에 현금’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서 현금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을 피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 주식과 채권이 폭락하는 동안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0.6% 상승했고, 미국 단기 재정증권을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에 5주째 현금이 몰려들었다.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지속, 중국 코로나19 봉쇄 확대 등이 겹치면서 심지어 원자재 상품조차 월요일 글로벌 매도세에 굴복했다. Richard Bernstein Advisors의 Dan Suzuki는 “이런 유형의 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때마다 투자자들은 안전한 현금으로 몰려든다”며, 주식과 채권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어 현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인 Rick Rieder는 지난주 “우리는 양손에 현금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투자등급 크레딧과 유럽 국채를 ‘중립’으로 상향조정하고 중국 자산과 아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췄다. Tudor Investment의 최고경영자 폴 튜더 존스는 “금융자산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나쁜 환경을 상상할 수 없다”며, “당신은 분명 채권과 주식을 보유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이달 CNBC에서 말했다.

미국채 고통의 끝 안보인다

미국채 트레이더들의 경우 연준이 이번 긴축을 언제 어느 수준에서 멈출지 몰라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도이치은행의 Alan Ruskin은 연준이 “얼마나 멀리 갈지 측정할 수 없다”며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사이클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연준이 상당히 뒤처져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선물시장 포지션닝을 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연방기금금리가 현재 0.75%-1% 범위에서 내년 중반이면 3.15% 부근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금리에 대해서는 월요일 기대를 약 20bp 낮춰 지난주 상승분을 일부 되돌렸다. 게다가 2024년 초가 되면 연준이 다시 완화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베팅 신호도 있다. Brandywine Global은 미국채 금리가 경제나 인플레이션이 무너지기 전까진 상승할 전망이라며, 타이트한 금융 여건이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낼 경우 미국채를 매수할 타임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16bp 가까이 후퇴했고, 10년물 역시 10bp 가량 하락했다.

보스틱 ‘50bp로도 충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보다 큰 폭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50bp 인상은 “이미 상당히 공격적인 조치”라며, “이보다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속도와 흐름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정책금리를 중립 범위까지 끌고 가야한다며, 자신이 판단하는 중립금리는 2%-2.5% 사이에 있다고 밝혔다. 일단 중립 수준에 도달하면 멈춰서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생각에 우리는 두번이나 세번 올린 뒤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가까워지는지 봐야 한다”며, “그때에는 잠시 쉬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이를 통제하기 위해 확실히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연은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향후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월 3.9%로 12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사상최고치서 반토막

비트코인이 한때 11% 넘게 하락해 3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지난 1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서 절반 이상 추락한 셈이다. Genesis Global Trading의 Josh Lim은 “슬로우모션 멜트타운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 보유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Galaxy Digital Holdings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새로운 균형을 찾을 때까지 암호화폐 거래가 나스닥과 동조화를 보일 수 있다”며, 추가 손실이 예상되고 적어도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변동성이 심하고 어려운 시장을 겪게 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알고리즘 기반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가 1달러 아래로 하락하자 1:1 페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비트코인 대출 등을 발표했다. 로스틴 베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금융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다룰 수 있는 규정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 루피 방어

인도중앙은행(RBI)이 루피화 가치가 월요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자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현물과 선물환, NDF 등 모든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앞으로도 개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외국인들이 인도 주식을 계속 팔면서 달러-루피 환율은 한때 0.8% 오른 77.53으로 신고점을 기록했다. RBI는 질서정연한 통화 절하를 추구하고 있으며, 약 6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투기 세력에 대응하는데 막강한 보호막을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인도내 문제보다는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 압력 때문에 루피화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Finrex Treasury Advisors의 Anil Kumar Bhansali는 “RBI가 소규모의 산발적인 개입을 했다”며,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추가 500억 달러를 매도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를 위해 아껴두고 싶어할 것으로 진단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급등과 공격적 통화 긴축 전망이 신흥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RBI가 지난주 전격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루피화 가치의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