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소매↓, 매파 ECB, BOE 분열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긴축의 고통을 예고하면서 위험회피가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쓰는 모습이다. 유럽증시는 매파적 ECB에 놀라 Stoxx Europe 600 지수가 2.9% 하락해 약 한달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뉴욕증시에선 애플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몰리며 나스닥 100 지수가 한때 3.8% 급락하는 등 전일 FOMC 여파에 따른 불안을 이어갔다. S&P 500 지수도 2.5% 약세로 마감했다. 달러(BBDXY)는 파운드 급락 속에 장중 최대 1.2% 가까이 점프했다. 3거래일간 랠리를 펼쳤던 국제유가(WTI)는 통화정책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1.5% 하락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4연속 75bp 인상에 이어 50bp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긴축을 약속했다. 스위스 역시 50bp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소매판매 타격

미국의 소매판매가 11월 들어 0.6% 감소해 올해 들어 최대폭 축소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간값 기준 0.2% 감소를 예상했었다. 휘발유 및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0.2% 감소했다. 총 13개 소매 카테고리 중 자동차, 전자제품, 가구, 건축자재 등을 포함한 9개 분야가 지난 달 판매가 하락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유일한 서비스 분야인 식당과 술집의 경우 11월 매출이 0.9% 증가해 4개월 연속 호조를 보였다. 이번 보고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소비자들의 재화 수요 모멘텀이 일부 시들해지고 수요 선호가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금 인상과 팬데믹 당시 모아둔 저축 덕분에 소비가 그동안 견조했지만 이제 미국인들은 금리 인상 등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저축률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신용카드 잔액이 급증하는 등 여러 징후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예상보다 약한 소매판매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파월 연준의장이 전일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데다 소비가 재화에서 서비스로 옮겨감에 따라 소매판매 부진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2월 10일 마감 주간 기준 21만1000건으로 9월말 이후 최저를 기록해 여전히 강한 고용시장을 증명했다. 반면 12월 뉴욕주 제조업지수는 -11.2로 시장 예상치 -1.0을 크게 하회했고, 필라델피아 연준 경기전망 역시 12월 -13.8로 기대에 못미쳤다.

매파 ECB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에 이어 금리 인상 속도를 75bp에서 50bp로 낮췄지만 인플레이션 고삐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상당폭”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시장 예상대로 단기 수신금리를 2%로 올리고 “꾸준한” 추가 인상을 약속했다.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상 베팅을 높여 내년 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는 것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만 한다”며, “당분간 50bp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우리는 더 해야 하며 더 오래 가야 한다. 우리는 장기전에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ECB는 또한 5조 유로 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줄이기 위한 양적긴축 계획을 밝혔다. 내년 3월부터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에 따라 투자한 채권의 경우 만기 도래시 일부는 재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2분기에 월평균 150억 유로씩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이후 규모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ECB 정책위원 중 3분의 1 이상이 이번 회의에서 75bp 금리 인상을 선호했으나,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과 확실한 양적긴축 합의를 조건으로 50bp 인상에 타협했다. 유로는 매파적 ECB에 장중 한때 달러 대비 0.5% 상승했으나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분열된 BOE

영란은행(BOE)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로 50bp 인상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 이래 최고 수준이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다수는 경제가 11월 전망대로 갈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베일리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상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겠다는 BOE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BOE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피크에 도달했을 수도 있으며 영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게다가 2명의 정책위원이 금리가 이미 물가 압력을 낮추는데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의 Karen Ward는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지만 BOE가 승리를 선언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BOE는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수도 있지만 최종금리까지 최소 100bp는 더 남아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BOE 발표 후 영국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상 베팅을 8월까지 4.52%로 4.61%에서 낮췄다. 파운드는 한때 달러 대비 2.2% 급락했다.

미국, 中기업 블랙리스트 추가

미국 상무부가 양쯔 메모리(YMTC)와 상하이 마이크로 전자장비, Pengxinwei IC Manufacturing 등 중국 테크기업 수십 곳을 사실상 특정 미국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금수 명단에 추가함에 따라 양 경제 대국간 무역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및 인공지능(AI)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차관은 중국이 AI와 첨단 컴퓨팅 등의 기술을 군대의 현대화와 인권 남용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한편 중국 경제는 코로나 유행이 확대됨에 따라 11월 광공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약해진 가운데 추가 혼란이 우려된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정책 급선회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경기침체 준비된 美은행 추천

웰스파고의 베테랑 은행업종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마요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은행주가 내년 50% 급등할 수 있다며 ‘쇼타임’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주는 근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가오는 경기침체기에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며, “은행들은 10년에 걸쳐 이 순간을 준비해왔다”고 투자자노트에서 진단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윤이 늘어난데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추진된 개혁으로 크레딧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Bank of America와 US Bancorp, PNC Financial Services Group을 최고 종목으로 꼽았다. 이들 은행 주가는 올해 최소 24% 하락했다. 씨티그룹 역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중국내 소매은행 비즈니스를 접는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