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구두개입 무용지물? 리프라이싱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시장을 달래자 잠시 주춤했던 미국채 금리 상승세가 다시 고삐가 풀리는 모습이다. 본격적 리프라이싱이 시작되었다는 진단 속에 10년물 금리가 간밤 한때 23bp 급등해 1.60%을 돌파하며 1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30년물 역시 16bp 올라 2.40%선에 바짝 다가섰다.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이 팬데믹 시대 승자를 버리고 경제 재개 수혜주로 눈을 돌리면서 나스닥 100 지수가 한때 4% 가까이 추락했다. 유가(WTI)는 글로벌 원유 재고 소진 기대에 4거래일 연속 올라 배럴당 64달러 부근으로 작년 1월래 고점을 기록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수십년래 가장 강한 성장을 보일 수 있다면서도,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예상보다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용시장을 지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최근 미국채 10년물 상승세가 코로나19 침체로부터의 강한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연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완화정책 후퇴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미국 경제지표는 코로나19 감염이 줄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좋아지는 모습이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2월 20일 마감 주간에 73만 명을 기록해, 이전치 대비 11만명 넘게 줄며 시장 예상치 82만5000명을 하회했다. 1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비 3.4% 늘어 예상치 1.1%를 뛰어넘었다. 아문디자산운용의 John Carey는 “경제가 이미 회복되고 있는데다 이번 부양책이 필요 이상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너무 많은 석탄을 부으면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사람들은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에 유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구두개입

유럽중앙은행(ECB)이 부당한 채권 금리 상승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투자자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인 듯 보인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현지시간 목요일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통해 지나친 긴축을 막겠다고 말하자 채권 매도가 잠시 주춤했지만 전반적인 금리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 이사 역시 ECB가 금융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 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레인은 ECB 관료들이 “항상 세계 다른 곳의 보다 빠른 성장을 환영하지만” 유로존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주 ECB가 채권 금리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발언을 되풀이하며, 필요시 1.85조 유로 규모의 팬데믹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같은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작년 3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프랑스 10년물은 6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을 시도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장중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고, 그리스 10년물은 12월 기록한 저점 대비 두 배 가량 높아졌다.

위험자산 적신호

미국채 금리 급등세가 실질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그동안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초완화적 금융 여건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위험 자산에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실질 금리는 한때 -0.54%로 지난 11월 미국 대선 이후 고점인 -0.75%를 훌쩍 넘어섰다. 이번주 글로벌 채권 금리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오르자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 통화당국이 시장 진정에 나섰으나,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의 지속성을 믿기 보다는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리스크에 초조해하는 모습이다. ADM Investor Services의 스트래티지스트 Marc Ostwald는 “위험자산이 하락할 때마다 저가매수세가 나타나곤 하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따른 실질 금리 상승세는 신중함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Deutsche Bank Wealth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인 Christian Nolting은 “실질금리를 봐야만 한다”며, “실질금리가 정말로 오르고 빠르게 상승할 경우 이는 과거에 항상 주식에 문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EM투자자, 미국채 단기물 주목

신흥시장(EM) 투자자들이 미국채 매도세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만일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단기물 채권까지 미친다면 진정한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Fidelity International과 Aberdeen Standard Investments는 만기 3년 이하의 단기물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단기물 금리마저 급등할 경우 향후 통화정책 긴축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고 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개도국 자산의 매도세가 보다 파괴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Aberdeen의 EM국채 책임자인 Edwin Gutierrez는 “미국채 커브 단기 쪽이 오르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단기물 쪽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EM 통화가 EM 크레딧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회복력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즈호는 미국채 5년물 금리가 연준의 중립금리를 판단할 수 있는 최고의 시장 지표로, 0.75%에 도달할 경우 금융여건의 긴축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개도국 부채위기 경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해도국이 글로벌 팬데믹 충격에 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은행이 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경감분을 보건과 기후변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맬패스는 부채 위기가 일부 최빈국에게 “현저한 리스크”로 이로 인해 새로운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다른 나라들은 개도국의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줄이는데 있어서 “이로운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금요일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팬데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개도국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IMF의 특별인출권(SDR) 발행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IMF 재원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다.

비트코인으로 헤지

JP모간이 비트코인을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전통적 자산군의 상당한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추천했다. 비트코인에 크게 베팅하기보다 가격이 많이 하락더라도 피해를 적게 볼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소규모 투자를 권했다.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리스크 조정 수익에 있어서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산 배분의 1% 정도까지 암호화폐를 추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크투자운용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수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기관들의 관심과 다양한 사용처를 고려할 때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9500억 달러로 애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비트코인은 저금리와 양적완화의 세계에서 헤지와 보험 역할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