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트럼프식 도박, 의회합의기대

(블룸버그) —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사례가 40만건을 넘어서고 이 중 미국이 5만명에 육박하며 세계보건기구마저 미국이 새로운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인 4월 12일까지 경제활동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생활고 비관 자살 등 끔찍한 비극이 초래될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치료법이 전염병 자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 예배에 교회가 사람들로 가득찬 장면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과 주정부 당국의 신중한 경고에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위기는 막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도박을 하는 모습이다.
가라앉고 있는 미국 경기를 띄우기 위한 역대급 재정 지출 법안에 미 의회가 합의에 가까워지면서 뉴욕증시는 강세로 출발, 다우지수가 11% 넘게 반등해 1933년래 최대폭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달러(BBDXY)는 10일간의 상승 행진을 멈추며 달러 유동성 경색이 일시나마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지시간 화요일 오후 현재 미 상원은 약 2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펠로시 하원의장은 당일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원 공화당에게 최선은 상원서 통과한 부양책을 수용하는 것이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강조했다. 블랙록은 에이전시 MBS 등 연준의 3개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투자 조언과 자산운용을 담당한다.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을 위한 구제 패키지에 한발 다가섰다. 모간스탠리는 달러 자금조달 사정이 진정되고 있다는 조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브라질 등 남미 위험 자산 투자를 권고했다. 크레딧 리스크 완화 조짐에 미국과 유럽에서 회사채 발행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도쿄 올림픽이 결국 1년 연기되었고, 인도는 21일간 전국 봉쇄를 명령했다. 중국 우한은 4월 8일 봉쇄를 해제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민간부문의 외화조달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외화 LCR 규제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주요국 PMI 붕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시민들의 사회 생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수십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 피해 정도를 보여주는 첫 주요 척도로 주요국 PMI가 3월 사상최저로 추락했다. 먼저 3월 유로존 마킷 PMI 종합지수는 예상치 38.8을 하회한 31.4로 이전치 51.6에서 무너졌다. 제조업 PMI는 44.8로 예상보다 선전했지만 서비스 PMI는 28.4로 크게 위축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HSBC Holdings의 Stephen King은 “단기적 경제 전망은 끔찍하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 수치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종합 PMI는 40.5로 9.1포인트 후퇴해 기록이 시작된 2009년 10월래 최대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제조업 PMI는 49.2로 악화됐고, 서비스 PMI는 39.1로 예상을 하회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IHS Markit은 “이번 설문결과는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고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3월 PMI 수치는 GDP가 연율 5% 가량 감소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지만, 바이러스 관련 도시 봉쇄와 사업장 폐쇄가 늘고 있어 훨씬 빠른 속도로 경제가 수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전년비 -2%에 이르고 유로존은 역사상 최악의 두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의 경우 실업수당 청구가 지난주 거의 100만명에 육박해 노동인구의 약 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역대급 지출안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지원용 기금의 독립적 감사에 동의한 뒤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 의회가 조만간 대규모 부양책에 합의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번 부양 패키지는 약 2조 달러라는 전례없는 규모로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5조달러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부양책은 약 8000억 달러로 다섯달이 지나서야 겨우 통과된 바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기업 지원안이 결국 백악관이 맘놓고 주무를 수 있는 “비자금(slush fund)”과 마찬가지라며 공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호텔과 리조트를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 상원은 대부분의 중산층 성인에게 1인당 1200달러와 어린이 500달러를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펠로시는 1인당 1500달러를 주문했다. 민주당은 앞서 두번이나 상원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퇴짜놓은 바 있다. 한편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취약해보인다며, 자산가격의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원자재 상품 가격 침체, 글로벌 무역 붕괴, 경기침체 동조화 현상을 지적하며, 특히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해 신흥국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G-7 약속…한미 정상 통화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과 현지시간 화요일 전화로 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는 신뢰와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일자리와 비즈니스,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미 재무부는 성명서에서 밝혔다. 코로나19가 공급체인과 소비 수요에 충격을 가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올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국가가 강력한 전국적 봉쇄 등 팬데믹 확산을 늦추기 위해 각종 대책을 취하고 있다. G-7은 오늘날 글로벌 금융 시장이 충격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상태이지만 금융 시스템이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4일밤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모레 개최될 G-20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선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정상들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각국의 방역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역활성화와 기업인의 활동 보장 등 국제 협력 방안이 심도 있게 협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ECB 선택은?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약속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75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시장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QE 규모와 ETF 등 매입 자산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드라기 전 ECB 총재가 2012년 도입했지만 사용된 적이 없는 무제한 채권 매입프로그램(OMT)을 통해 이탈리아 등 가장 취약한 시장을 지원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화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유로존 탄생 이후 최악의 경기위축이 예상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9%로 전망했다. ING는 OMT가 연준의 무제한 QE에 준한다며, 3년 만기 이내의 이탈리안 국채를 ECB가 무제한으로 사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라보뱅크는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랑해 마지않는 다우존스 지수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백스톱을 지원하고 있다며, 연준의 경우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지만 ECB는 유통시장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안정기금(ESM)을 통해 모든 유로존 회원국에 크레딧 라인을 제공할 경우 이탈리아는 낙인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은행은 ECB가 채권은 물론 투자등급 회사 ETF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재정 패키지 역시 늘어야하며 따라서 QE도 확대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Visco ECB 정책위원은 ECB가 유동성 지원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고, 슬로바키아 중앙은행장은 ECB가 ETF 매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뉴노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비상 대책이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금융 시스템을 바꿀 수 있어 채권 투자자들이 새로운 노멀에 갑자기 눈뜨고 있다. 월요일 공개된 연준의 무제한 채권 매입 계획을 트레이더들이 소화하면서 불편한 고요가 화요일 시장에 찾아들었다. 일주일 전만해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긴급 인하하고 대규모 미국채 매입 프로그램알 발표했을 당시 주가가 급락했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상황을 핌코는 “뉴노멀”이라고 정의했다. 연준이 제로금리에서 벗어나기까지 7년이 걸렸고 연전의 대차대조표 역시 당시 QE 시작 시점보다 훨씬 크다. 금융권 규제 역시 강화되었다. 이에 일부에선 미국이 유럽과 일본의 운명을 따라 장기간 제로금리와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TCW Group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Bryan Whalen은 “상황이 좀 진정되고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정책금리, 미국채 매입 등의 차원에서 나중에 지금을 돌아본다면 장기적으로 꽤 암울한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위기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크레딧 시장의 경우 스프레드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높다고 진단했다. 수익률이 낮은 미국채를 좋아하진 않지만 성장과 인플레이션, 연준 정책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장기물은 선호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적어도 2년간 제로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