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공포 도미노
9월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예상을 깨고 10년래 최저치로 추락한데 이어 ADP 취업자수 역시 13만5000명 증가에 그쳐 예상을 하회했다.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월 ISM 비제조업 지수가 예상치 55를 크게 하회한 52.6로 2016년 8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주문과 비즈니스 활동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고용 지수는 5년여래 가장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금요일 나올 고용보고서 역시 실망을 더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9월 서비스 PMI가 51.4로 하향조정되면서 유럽 최대 경제에 악재를 더했다. 유로존 서비스 PMI는 9월 51.6으로 하락했고, 영국 서비스 PMI는 예상과 달리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며 위축을 경험했다. IHS Markit은 유로존 경제는 9월에 멈춰섰다며 3분기 성장률이 기껏해야 0.1%에 불과할 것으로 진단했다.
10월 인하베팅↑
채권 트레이더들이 보다 공격적인 연준 완화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OIS 기준 월요일 45%에 불과했던 10월 25bp 인하 확률이 95%까지 급등했고, 심지어 연내 50bp 인하기대도 커졌다.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올해 남은기간 42bp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거의 100bp를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25% 정도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Columbia Threadneedle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며, 올해 2번 남은 FOMC에서 연속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일드커브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는 최근 제조업 부진에도 연준이 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확신이 아직 적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경제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고,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기업을 휩쓴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 신뢰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통화정책으로 얼마나 멀리 갈수있는지에 대해 매우 신중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WTO 승소한 트럼프, EU 때리기
세계무역기구(WTO)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에어버스 불법 정부 보조금에 대한 보복으로 연간 최대 75억 달러 상당의 유럽산 수출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인정했다. 이는 WTO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이전 기록인 2002년 40.4억 달러에 비해 거의 2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10월 18일부터 항공기와 주류 등 유럽산 상품에 10%~25% 수준의 관세를 발동할 예정이다. 당초 예고했던 명품 가죽제품의 경우 이번 관세조치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 목적은 EU를 설득해 무역 합의를 타결하는데 있다고 한 미국 고위 관료가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과 EU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미 취약한 유로존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원칙과 플랜B
존슨 영국 총리는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브렉시트 제안서에서 5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신속한 협상”의 토대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아일랜드 평화 협정과 호환적이어야 하며, 북아일랜드의 경우 의회에 4년마다 발언권을 주고 과도기후 EU 관세동맹이 아닌 영국 세관 관할구역이 되며, 영국은 자국의 무역정책을 책임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플랜B로 뜨거운 감자인 백스톱 조항을 유지하는 방안을 아직 배제하지 않았으며, 단 EU가 분명한 시한을 정한다는 단서를 주요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현재 존슨의 목표는 향후 며칠 안에 자신의 공식 제안에 대한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그는 또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신의 제안이 광범위한 착륙지점을 제공했다고 말해, EU가 양보할 의사가 있다면 자신도 좀더 움직일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EU는 존슨에게 1주일 안에 브렉시트 제안을 수정하라며, 아니면 굴욕적인 탈퇴 연기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달러 약세?
미국 경제지표 실망에 달러를 매도하고 싶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달러 약세 근거는 많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다 이번주 예상치 못한 제조업과 서비스 지표 부진은 미국 성장 둔화를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BBH는 미국 소비 부진이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인데다가 유럽 경제 상황이 미국보다 훨씬 어둡다며, “달러를 판다고 하면 어디로 가겠는가? 유로? 유로존 최대 경제인 독일은 이미 침체 상태다. 파운드? 브렉시트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데다 영국 경제 역시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Jefferies는 “연준이 보다 비둘기파적 태세로 바뀌기 전까지 달러는 형편없는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이라며, 이같은 지표 부진이 일반적 현상으로 고착되고 고용에서 취약성이 나타날 경우 달러의 탄력성은 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G-10 통화에서 주요 기회는 여전히 엔화”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성장이 정체되고 무역 긴장이 전이되면서 전형적 안전통화인 엔화가 달러를 “상당히”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