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푸틴 전면전, 스테그플레이션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유럽 안보 위기가 우려되는 형국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독립을 인정한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돈바스 지역을 차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친미 정권의 전복을 목표로 대규모 교전을 선택한 듯 보인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부근까지 진격했고 체르노빌 원전마저 점령했다. 키예프 함락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서방세계는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공수부대 투입 등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키예프 북쪽 Luhansk와 Sumy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남쪽 역시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160기 이상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주로 단거리 탄두미사일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이 “침략자”로 “이 전쟁을 선택했다”고 말하며 전례없는 경제적 고통을 예고했다. 금융 규제 및 핵심 기술 수출 통제와 같은 보다 강력한 보복조치를 발동해 Sberbank 등 총 1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5개 러시아 주요 은행을 제재하고 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를 제한했다. 영국 역시 VTB 등 러시아 주요 은행과 부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금줄을 차단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러시아가 유럽의 금융 및 핵심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담은 광범위한 제재 패키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제재 대상 은행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약속하며, 은행들이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는 급락 출발했으나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아찔한 반등에 성공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장초 3.3% 빠지며 잠시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투자자들이 대형 기술주로 몰린 덕분에 3.4% 상승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러시아 보복 조치로 알루미늄이나 에너지 공급은 손대지 않으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유가 랠리는 다소 진정되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푸틴을 직접 제재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월가에서 우려했던 극단적 방안이 유보된 모습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장중 최대 3.4% 올랐다가 1% 넘게 빠지기도 했다. 한편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와 그의 동생 킴벌이 작년 회사 주식을 매각할 때 증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세계 경제 트리플 쇼크’…결국 스테그플레이션?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올 즉각적인 충격을 서둘러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원자재 상품 가격 폭등에 통화정책 전망마저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eToro의 Ben Laidler는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률 둔화, 불확실성 확대라는 “트리플 쇼크”에 휩싸였다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성장세가 견조하고 정책 당국과 투자자들이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상태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Rystad Energy는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DataTrek Research의 Nicholas Colas는 현재 시장이 조정이든 약세장이든 간에 의미가 없다며, 문제는 에너지의 가격과 글로벌 공급 및 미국 통화정책에 있어서 정보가 진공상태에 빠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지 않는 한 주식에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he Sevens Report”의 Tom Essaye는 지정학적 위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경제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악의 경우 연준 긴축과 과도한 상품 가격에 따른 성장 부담이 합쳐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atixis Investment Managers는 BEI 급등한데 대해 인플레이션 시장이 유가 상승으로 리프라이싱을 시작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다소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연준 3월 인상 유효

연준위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다음달 금리 인상 방침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이번 분쟁이 가져올 리스크를 우려하면서도 40년 만에 가장 뜨거워진 미국 인플레이션에 맞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지 않는다면 3월에 금리를 인상하고 몇 달 안에 추가 인상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라고 현지시간 목요일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가 중기적인 미국 경제 전망에 미칠 영향 역시 출구전략의 속도를 정하는데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 역시 경제가 자신이 예상한 경로대로 움직인다면 3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파장이 나타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지정학적 이벤트 발생시 연준이 통화정책 변경을 꺼려했으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ECB 정책위원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출구전략이 지연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과 ECB 금리 베팅

채권 트레이더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과 잠재적 성장 충격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요국 통화긴축 베팅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목요일 베팅이 약간 조정되긴 했지만 시장은 아직도 올해 말까지 25bp씩 연준 6차례, 영란은행(BOE) 5차례, 유럽중앙은행(ECB) 1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확고한 포지셔닝의 기저에는 군사 작전이 주요 에너지와 원자재 상품의 공급을 방해해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유로존과 영국 모두 1년후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Vanda Research의 Viraj Patel은 “문제는 어느 지점에서 채권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초점을 단기적 인플레이션 리스크에서 중기적 디플레이션 충격 가능성으로 옮겨가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마켓은 현지시간 3월 16일 연준의 25bp 인상에 이어 다음날 BOE 25bp 인상을 가격에 완전히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폭의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헤지에 나섰다. ECB는 3월 10일 회의에서 향후 정책 경로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MUFG의 Lee Hardman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국의 단기적인 통화 긴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과 미국의 경우 3월 50bp 대신 25bp 인상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금융시장 대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며 MOEX 러시아 주가지수가 한때 45% 가량 붕괴해 역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겪었다. 러시아 CDS 프리미엄은 2009년래 최고치로 급등했고, 달러-루블 환율은 장중 10% 넘게 급등해 90선을 육박하며 신고점을 다시 썼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년래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Freedom Finance는 루블화가 당분간 압박을 받겠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위기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InTouch Capital Markets는 달러당 100루블선이 쉽게 깨진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Viktor Szabo는 “이제 공은 서방에 있다. 제재조치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봐야 한다”며, 러시아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퇴출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주만해도 액면가 1달러당 지난주 80센트를 넘었던 우크라이나 달러채(2033년 만기)가 약 30센트로 무너지고 금리는 88%로 치솟았다. CDS는 5년래 디폴트 가능성을 80%로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긴급 조치를 취해 외환시장을 임시로 닫고 일일 현금 인출 한도를 제한하고 해외 송금을 금지했다.

UBS 마진콜

UBS Group은 일부 러시아 채권의 가치를 제로로 평가한 뒤 해당 채권을 담보로 거래한 자산관리 고객사들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며 마진콜에 나섰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러시아 국채가 아직 액면가 1달러당 50센트 정도에 거래되고 있고 많은 러시아 회사채가 그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UBS는 사실상 러시아 채권을 담보로 받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UBS는 마진콜에 응하지 못한 고객사의 경우 해당 증권을 시장 가격에 청산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스위스의 Pictet 역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러시아 자산의 가치를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