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푸틴 핵위협, 채권시장 항복?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 굳어짐에 따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14bp 넘게 급등하며 3.96% 부근까지 밀고 올라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5년물 역시 장중 15bp 점프해 4.18%을 돌파하며 작년 11월래 고점을 다시 썼고, 2년물은 4.73%를 넘어 작년 11월 기록했던 2007년래 고점을 바라보고 있어 연준에 대한 채권시장의 항복은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스왑시장은 이제 3월과 5월, 6월 FOMC에서 각각 25bp 추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에 월마트와 홈디포 등 대형 소매업체의 어두운 전망까지 더해지며 뉴욕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크게 밀렸다. 그동안 잠잠하던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시장 변동성 지수 역시 이틀 연속 급등해 한때 23을 상회하며 1월초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적 컨설팅 전문회사인 맥킨지가 지원 업무를 위주로 약 2000명의 직원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푸틴, 미국과의 핵군축조약 중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까지 밀고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의 “역사적 영토”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 임무를 단계별로 신중하게 일관되게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New START 중단으로 러시아가 먼저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진 않겠지만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똑같이 하겠다고 위협했다.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추가 지원을 약속했던 바이든은 푸틴의 전쟁이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방문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핵군축조약 중단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푸틴의 결정이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군비통제를 위한 기반을 무너뜨렸다며 러시아에게 재고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직후 해당 조약을 2026년까지 5년 연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New START는 양국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규모 이하로 감축하고 양측의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러시아의 결정으로 미국은 대러시아 핵사찰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골드만, 연준 추가 75bp 인상 전망

Jan Hatzius 골드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연준이 오는 3월과 5월은 물론 6월에도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화요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최근 수치가 성장 측면에서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온데다 1월 인플레이션 수치도 높았다”며, “그렇다고 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향한 추세가 끊겼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연준이 여전히 할 일이 있다는 믿음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추가 75bp 인상이 이어진 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다시 50bp 인상으로 긴축 속도를 높일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회의적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만일 3월에 50bp를 한다면 시장은 아마도 최소한 또 한번의 50bp 인상 베팅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중요한 스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방향으로 밀고 가려면 상당히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내 생각엔 아직 이를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주 나올 미국 1월 개인 소비와 연준이 선호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부추길 수 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5% 상승으로 작년 중반 이래 가장 큰 폭의 월간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최종금리 베팅↑

S&P Global이 발표한 미국의 2월 제조업 및 서비스 PMI 잠정치가 각각 47.8과 50.5로 시장 예상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를 더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생활비 물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해석이 나오자 시장은 연준 최종금리 전망치를 7월 5.38%로 높였다. LPL Financial의 Jeffrey Roach는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소비자들의 수요 회복탄력성이 연준의 긴축 주기를 올 여름까지 끌고 갈 전망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시장과 중앙은행이 금리의 예상 경로에 대해 동의할 때까지” 변동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NatWest Markets의 John Briggs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시장이 너무 과하게 앞서나가서는 안된다며, 연준 최종금리를 5.25%로 내다봤다. 내일 공개될 지난 1월 31일-2월 1일 FOMC 회의 의사록은 당시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적 의견이 얼마나 강했는지 엿볼 수 있겠지만 이 후 고용과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가 나오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혹시 긴축 중단에 대한 시그널이 나온다 해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진단했다.

미증시 ‘데드존’ 경고

마이클 윌슨 등 모간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미국 주가가 비싸져 경고등이 켜졌다며 S&P 500 지수가 올 상반기에 최대 26%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표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연준의 비둘기파적 피봇 가능성마저 테이블 위에서 치울 수 있어 주식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연초 가파른 랠리로 미국 주식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볼때 2007년래 가장 비싸져 “데드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연준이 긴축을 마무리하기엔 아직 갈 길이 먼데다 전구간에 걸쳐 채권 금리가 높아지고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여전히 10%-20% 가량 높은 상태인 점을 감안할 떄 주식의 위험-보상 비율이 “매우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다음 기업 실적 가이던스를 기다릴 때”라고 조언했다.

유럽 경기침체 피하나

기업 활동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유럽 주요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 경기침체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S&P Global의 2월 PMI 종합 잠정치가 독일의 경우 2월 51.1로 시장 예상치 50.3을 웃돌며 작년 6월래 처음으로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인 50을 넘어섰다. 프랑스 역시 51.6으로 작년 7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4개월 연속 위축을 예상했었다. 유로존 전체로는 52.3으로 작년 5월래 가장 좋았다. 영국도 PMI 지수가 1월 48.5에서 2월 53으로 크게 개선되며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상회했다.

S&P Global 이코노미스트 Chris Williamson는 “침체 우려가 후퇴하고 인플레이션이 피크 신호를 보내면서 자신감이 상승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제조업 역시 공급쪽이 크게 개선되어 혜택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경기 침체를 우려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진 않은 듯 보인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통화정책도 보다 매파적으로 기울 위험이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