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속내? 한미일 환율우려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한미일 3국 재무장관이 현지시간 17일 워싱턴에서 만나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하고, 기존 주요 20개국(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5거래일에 걸쳐 2%나 올랐던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가 장중 한때 0.4% 넘게 후퇴했다. 155선을 위협했던 달러-엔 환율도 일저점을 154.16로 낮췄고, 달러-원 1개월 NDF는 0.2% 하락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3국이 이례적으로 환율 관련 문구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라며, “성명서 그대로 평범한 우려가 아닌 심각한 우려로 읽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워싱턴에서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펀더멘털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다며, 필요시 FX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재원과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은 미국 연준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지정학적 상황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지난 몇 주 동안 엔화와 위안화가 상당한 압박을 받으면서 원화가 헤지에 사용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장이 연준의 새로운 스탠스에 적응하면 환율 압박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의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2%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미국채 금리가 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등 빅테크 매도세에 S&P 500 지수가 1월래 처음으로 4거래일 연속 밀려 사상최고치 대비 4% 넘게 후퇴했다. 한편 금리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장 컨센서스와 반대로 연준의 공격적 인하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베팅으로 몰리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인플레이션 경로를 확신하려면 추가 지표가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일 끈질긴 모습을 보일 경우 금리를 좀더 오랫동안 현 수준에서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의 속내?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정책 완화 여지가 좁아져 이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파월은 전일 발언에서 금리 인하 시기를 좀더 미룰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작년 12월 비둘기파적 피봇에서 크게 돌아선 듯 보인다. 이에 미국채 금리는 연고점을 경신했고 달러는 수일째 강세를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이나 영란은행, 호주중앙은행 등이 연준에 앞서 자체적인 완화 주기를 시작할 경우 자칫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를 높이고 인플레이션 둔화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 반면 금리 인하 타이밍이 늦어질 경우 경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 매파적 연준에 엔화가 달러 대비 거의 34년래 저점으로 무너지면서 일본은행은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말한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 약세 압력에 금리 인하의 문이 닫혔을 수도 있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올해 5번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고수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간스탠리 등 월가 은행들이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춘데 대해 다소 섣부른 판단이라며, 연준위원들이 디스인플레이션이나 경기 부진의 신호가 나오기만 하면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3월과 4월에 0.25%로 2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연준이 6월이나 7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급성은 없다고 말하지만 파월과 FOMC는 정책금리 하향 조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연준 반응 함수의 비둘기파적 비대칭성이 채권시장에서 저평가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6월 인하 확률을 10% 정도로 가격에 반영 중이며 올해 2차례 인하조차 의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거 몇년에 걸쳐 시장은 연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긴축할지, 또 얼마나 빨리 그 경로를 선회할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연준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2월 말 이래 “약간 확장”하는데 그치고 기업들의 비용 전가 능력이 크게 약해졌다고 전했다.

바이든, 중국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철강 산업을 강화하고 올해 대선에서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대중 관세 검토의 일환으로 광범위한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현행 0% 또는 7.5%인 관세를 25%로 높일 생각이다. 미국은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공식 조사도 개시한다. 바이든은 또한 US스틸이 미국 소유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일본제철의 인수합병 딜을 반대했다. 2023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강 및 알루미늄은 약 17억 달러로, 미국 시장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미 정부 관료들은 향후 예상되는 수입 급증을 막고 미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 제조업에 투자해야 하며, 또한 중국의 과잉 생산과 관련된 불공정 수출로부터 이러한 투자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최종 결정은 미 무역대표부에게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빠른 결과를 원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베네수엘라 석유제재 재개…유가 우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오는 7월 선거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실시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6개월간의 유예를 종료하고 석유 제재를 재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야권 대선 후보의 출마를 금지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진전이 없다고 보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 재무부의 석유 및 가스 거래 허가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의 제재 부활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자칫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이민은 바이든 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매치가 예상되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 등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브렌트유가 이번달 들어 배럴당 90달러를 상향 돌파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마저 제재를 받을 경우 100달러를 향한 행진을 늦춘 주요 완충 장치 중 하나가 제거될 위험이 있다. 브렌트유는 현지시간 수요일 장중 한때 3.2% 가량 하락해 87달러대로 후퇴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3% 넘게 밀려 82달러대로 내려왔다. 중국의 광공업생산이 시장 예상에 못미치고 미국의 원유 재고가 계속 늘어 작년 6월래 최대치를 기록한 점이 주효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전쟁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고 현재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브렌트유가 90달러를 상단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CB 홀츠만 ‘6월 인하 아직 확신 못해’…센테노 ‘정책 바꿀 때’

로버트 홀츠만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많은 동료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6월 금리 인하에 대해 아직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 상태라고 현지시간 수요일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표적 매파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 임금 협상 결과와 중동의 긴장 고조 등이 6월 인하 시나리오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라며, 특히 지정학적 상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여전히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봄에 종료되는 여러 임금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또한 “무엇이 유가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따라서 6월까지 기다렸다가 (인하를) ‘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몇 번의 인하가 단행될지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높아 “단정하기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더불어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다는 점도 ECB가 신중하게 움직여야 하는 또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리오 센테노 ECB 위원 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조만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을 바꿀 때가 되었다”며, 부진한 경제 성장과 디스인플레이션의 진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6월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후 경로는 정책회의 때마다 상황을 판단해 결정해야 하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통해 긴축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이사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ECB가 “2023년 시행했던 제약적 조치 중 일부를 거둬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기저 효과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현 수준 부근에서 머물겠지만 내년엔 하락세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불안이 “주요 우려사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전일 라가르드 ECB 총재는 큰 충격이 없다면 “합리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해 6월 인하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그 다음 행보에 대해선 ECB내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경제 책사들, 17% 단일세율과 온건한 무역정책 주장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책사들로부터 17% 단일 세율과 보다 온건한 무역정책을 도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포브스 미디어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포브스, 전 백악관 경제 고문 래리 커들로, 경제학자인 스티븐 무어와 아서 래퍼 등은 트럼프 선거 캠프의 공식 고문으로 임명되진 않았지만 그의 경제 책사로 여겨진다. 이들은 낮은 세금으로 경제의 공급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오늘날 주류 경제학에서 다소 벗어난 이론이다. 포브스는 현지시간 월요일 뉴욕시 행사에서 트럼프에게 “관대한” 조세감면과 더불어 모든 소득 구간에 일률적으로 17%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소득의 5만4000달러까지 연방 소득세를 면제해 주자고 제안했다. 무어는 트럼프가 아직 부유층에게 유리해 보이는 단일세 제도를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는 많이 벌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간에 트럼프가 2017년 실시했던 감세 정책의 주요 부분이 2025년 말에 만료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조세 제도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커들로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트럼프의 2017년 감세 조치가 “엄청난 성공”이라고 치켜세웠다. 래퍼는 법인세율 추가 인하를 지지하지만, 이상적인 목표는 법인 소득세를 부가가치세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래퍼는 지난달 트럼프 재선 성공시 잠재적 연준의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요일 인터뷰에서 자신은 연준의장보다 백악관 고문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노동계급 유권자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이전에 제안했던 대로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21% 세율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임을 측근들에게 얘기했다. 자칭 “자유무역주의자”인 무어는 트럼프의 일부 고관세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역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상호주의와 맞불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열망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며, 트럼프가 항상 책사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