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깜짝선물, 내년75bp인하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이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75bp 인하를 시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던 파월 연준의장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자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30bp 넘게 급락하고 뉴욕증시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왑시장은 내년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총 140bp 이상으로 가격에 반영했고, 달러-엔 환율이 한때 2%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ING는 연준이 2024년 비둘기파적 전환이라는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며, 내년 5월부터 시작해 2024년 총 150bp 인하를 단행한 뒤 2025년 초 추가 100bp 인하를 전망했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흐는 CNBC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만 할 수도 있다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년 3% 초반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PMG의 Diane Swonk는 연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둘기적이었다고 평가했고, Bolvin Wealth Management Group은 연준이 시장에 이른 성탄절 선물을 줬다며, 산타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낙관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안전장치 결점을 고치기 위해 200만대 이상 리콜을 결정했다. 화이자는 내년 실망스런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장중 10% 가까이 밀려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씨티그룹은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부 직원들에게 퇴직에 동의할 경우 조기 보너스 지급을 제안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미국채 RP 거래시 청산소를 통해 결제하도록 의무화하고, 다만 헤지펀드의 미국채 현물 거래는 중앙 청산소 이용에서 면제해줄 예정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동결…점도표 내년 75bp 인하 전망

연준이 기준금리를 세번째 연속 동결하고 그동안 단행해 왔던 공격적 인상 행진이 마침내 끝났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연준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5.25-5.5%로 2001년래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점도표에서 2021년 3월래 처음으로 중앙값 기준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지웠다. 또한 점도표상 내년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중앙값 기준 4.6%으로 낮춰 총 75bp 인하를 시사했고, 8명의 위원은 그보다 소극적인 인하를, 5명은 더 큰 폭의 인하를 내다봤다. 2025년말 전망은 3.6%로 제시했다.

FOMC는 현지시간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앞으로 추가적 정책 강화(“any” additional policy firming)가 필요할지 판단하기 위해 지표와 전개상황을 모니터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적절한 추가적 정책 강화의 “정도”를 평가하겠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지난 성명서에서 확실히 기조가 달라진 부분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이번 성명서에 “any”란 문구가 삽입된 점은 정책금리가 정점 또는 그 부근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난 한 해에 걸쳐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경계했다. 대부분의 연준위원들은 물가 상승세의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오늘 인하 시점 논의’

파월 연준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우진 않았다며, 필요시 추가 긴축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지에 대해 논의했음을 인정했다. 일부 연준위원이 전망을 오늘 업데이트 한 듯 보인다며, 이번에 누구의 전망이 옳은지는 토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2%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지속적이고 추가적인 진전을 확인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 결정을 매우 신중하게 내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 성명서와 점도표 모두 상당히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하고, 파월의 기자회견 발언은 특히 비둘기적으로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살려두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FOMC에선 동결이 예상되지만 인하도 가능해 보인다며, 기본 시나리오로 내년 3월 인하 전망을 고수했다.

옐런 ‘금리인하 자연스러워’…PPI 둔화, 소매판매 부진 예상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됨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면서 금리도 다소 내려오는 게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금리가 상승해 금융 여건을 타이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이면 2% 부근 범위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최종 수요 기준 전년비 0.9%로 시장 예상치 1.0%와 10월 수정치 1.2%를 하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전월비로는 0.0%로, 서비스 물가가 두달 연속 제자리에 머물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연간 상승률은 2021년 1월래 최저치 2.0%로 후퇴했다.

전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연준의 2%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PPI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산정에 필요한 일부 헬스케어 품목과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시하는 자료다. 한편 현지시간 14일 발표될 11월 미국 소매판매는 블룸버그 설문 결과 전월비 0.1% 감소가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 여름 소비를 즐겼던 미국인들이 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지갑을 닫고 있다며, 경기침체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 어느 정도 소비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라잔 전 RBI 총재 ‘3월 연준 금리 인하 희망, 지나치게 낙관적’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내년 3월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연준은 아마도 정책을 완화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로 충분히 빠른 속도는 아니라며, 게다가 노동시장도 아직 뜨거워 연준 입장에서는 경제가 크게 어렵지 않다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블룸버그 행사에서 말했다. 저명한 글로벌 경제 전문가인 라잔은 현재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 역시 리스크가 있다며, 미국의 신용카드와 부채, 자동차 대출 등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소형 은행들이 경색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준이 경제를 연착륙으로 유도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공격적 금리 인상 행진을 마무리짓고 내년엔 기어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통화정책 당국이 과거 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심각한 경기 불황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방향 전환이 가능할지에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의 고집스런 기저 인플레이션과 견조한 경제 성장을 감안할 때 연준의 금리 인하는 ECB가 움직인 이후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3월보다는 내년 상반기 말쯤이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시 랠리 과열 신호…골드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S&P 500 매도’

연준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간만 밀어내더라도 10월말부터 지속된 증시 랠리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유럽과 미국 주식 시장 모두 모멘텀과 기술적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부담스러운 상태로, 파월 연준의장의 메시지가 실망스러울 경우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까지 불과 3% 남았고 Euro Stoxx 50 지수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 모멘텀에 따라 거래하는 추세추종형 상품 트레이딩 어드바이저(CTA) 펀드들은 빠르게 숏에서 롱으로 전환하며 10월 27일래 4.6조 달러의 미국 주식 랠리를 이끌었다. 그 결과 이들의 롱 포지션이 1060억 달러에 이르면서 이제 추가 매수보다는 매도 쪽으로 기울었다고 골드만삭스는 진단했다. CTA란 알고리즘과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원자재 등 파생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파생상품과 자금흐름 전문가인 골드만의 Cullen Morgan은 CTA 펀드들이 “향후 일주일에 걸쳐 모든 시나리오에서 S&P 500을 매도하는 쪽으로” 나타났다고 투자자노트에서 지적했다. 골드만은 지난주 주식에 대한 낙관론이 위험할 정도로 지나쳐 “더이상 약세론자들이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Morgan의 분석에 따르면 증시가 상승할 경우 CTA 펀드들은 200억 달러 가량 주식을 매수하고 13억 달러 정도 S&P 500 선물을 매도할 수 있다. 반대로 증시가 하락할 경우 50억 달러의 주식과 19억 달러의 S&P 500 선물을 매도해야 한다. 보합 시나리오에선 180억 달러의 글로벌 주식을 사들이고 4억3600만 달러의 S&P 500 선물을 매도할 전망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