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인하지연, 강달러 충격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 앞서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인정함에 따라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5%를 상회해 작년 11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긴장마저 겹치면서 달러는 1년여만에 가장 강한 랠리를 펼쳤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5거래일째 올라 상승폭을 2022년 10월래 최대인 2%로 확대했고, 달러지수(DXY) 역시 6거래일에 걸쳐 2% 넘게 올라 장중 한때 106.517로 작년 11월래 고점을 갈아치웠다. 일주일 전만해도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를 7월로 점쳤던 트레이더들은 놀라울 정도로 강한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에 이제 9월마저 의심하며 연내 1-2차례 인하에 그칠 것으로 베팅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등의 강세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3.2%로 높이고, 내년은 3.2%로 유지했다. 미국은 올해 2.7%로 1월 전망 대비 0.6%p 상향 조정했고, 내년은 1.9%로 0.2%p 올렸다. 25일 발표될 미국 1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2.0%로 작년 4분기 3.4%에서 둔화가 예상되지만 애틀랜타 연은 GDPNow는 2.9%를 가리키고 있다. 연준이 비인플레이션적으로 여기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할 경우 연내 인하 기대를 아예 접어야할 수도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 보복 공습에 대응을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핵시설이나 군사시설 타격 또는 사이버공격,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언급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2거래일에 걸친 급락을 딛고 반등을 시도했지만 S&P 500 지수가 0.2% 하락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과한 특별 부담금 7억 달러 등으로 1분기 비용 및 대손상각이 애널리스트 예상을 상회함에 따라 주가가 장중 한때 5% 급락했다. 캐나다는 주택 보급용 세수 마련을 위해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올리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 64억 달러를 지원받고 텍사스주에 400억 달러 넘게 투자할 계획인 가운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에 따라 삼성의 파운드리 칩 생산 능력이 2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 연준의장,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하 지연 시사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의 추가 진전이 부족하다며, 만일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연준은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워싱턴 윌슨센터에서 티프 맥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함께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밝혔다. 파월은 “최근 지표는 확실히 우리에게 더 큰 자신감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러한 자신감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노동시장 강세와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진전 상황을 감안할 때 제약적인 정책이 작동할 시간을 더 갖고 지표와 진화하는 전망이 우리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다소 매파적으로 돌아선 그의 메시지는 당장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연준의 생각을 보여준 것으로, 만일 금리를 내려야 한다면 올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Nationwide Mutual Insuranc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Kathy Bostjancic는 “연준의 확신이 흔들렸다”며, “파월이 경제 지표에 의거해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인하 기대를 확인해주고 강조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제퍼슨 연준부의장 ‘인플레 지속시 금리 보다 장기간 높게 유지’

필립 제퍼슨 연준부의장은 현 수준의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만일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를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워싱턴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2% 물가 안정 목표를 회복하려는 연준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 않다는 여러 연준 위원들의 견해를 지지한 셈이다. “나의 기본 전망은 정책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하락하고, 노동 수요와 공급이 리밸런싱을 지속하면서 노동 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 만일 향후 새로운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현재 내 예상보다 더 지속적임을 시사한다면 현재의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최근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연착륙을 지지하지 않았다며, 경제가 과열되고 있진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연준이 이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준이 금리 인하 결정에 있어 시간을 갖는 게 스마트하다고 주장했다.

달러 강세 충격…작년 10월 고점 시도 주목

중동 긴장에 유가 등 원자재 상품 가격이 요동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일각에선 달러 강세가 자칫 미국 외 지역의 금융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T. Rowe Price Group의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Quentin Fitzsimmons는 달러가 “아마도 지금 이 시점에서 돌파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지표가 계속 좋을 경우 다시 고금리 장기화 주장이 강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nulife Investment Management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Nathan Thooft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면서, “결국 연준도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달러 강세가 미국과 전 세계 경제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G Groep NV의 통화 전략 책임자 Chris Turner는 “현재 달러 강세 추세에 맞서 싸우는 게 매우 어렵다”며, 달러 벤치마크 지수가 상승폭을 확대해 작년 10월 고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 SA의 G-10 FX 전략 책임자인 Roberto Cobo Garcia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대가 달러의 피난처로서의 매력을 부각시켰다고 진단했다. 달러-위안화 환율은 이번 분기 말까지 7.3위안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블룸버그 설문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했다.

엘-에리언 ‘강달러·美고금리, 세계가 얼어붙었다’…연준인상시 파국

월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전세계 정책당국이 급등하는 달러와 높은 미국 금리에 맞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당국자들이 전반적인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다소 얼어붙었다”며, 과거에 달러와 미국 금리가 “너무 멀리 갔을 때 불행하게도 어디선가 무너지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무기력의 대표적 사례로 최근 달러-엔화 환율이 154선을 뚫고 급등했음에도 일본 외환당국이 아직까지 구두경고에 그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올해 들어 미국 경제지표의 호조에 트레이더들이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더 낮추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그는 세계 경제도 회복 탄력성을 보였지만 “현재 성장 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다”며, “우리는 정책뿐만 아니라 결과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국가나 일부 지역은행 등 대차대조표가 불균형적인 분야의 경우 보다 타이트한 금융 여건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제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심해지면 인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금리를 올릴 경우 지역 은행 위기에 직면하고 시장에서 온갖 종류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일 UBS Group은 미국의 강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경직성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을 단행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6.5%까지 올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자 어쩌면 고금리 덕분에 경제가 좋을 수도 있다는 급진적 이론이 확산되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한때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비주류 개념으로, 고금리가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채권 투자 수익 및 저축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 ‘큰 충격 없으면 금리 내릴 준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되는 한 금리 인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디스플레이션 과정이 ECB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2025년 중반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상황 전개에 큰 충격이 없다면 우리는 현재의 제약적 통화 정책을 완화해야 하는 순간을 향해 가고 있다”며, 구체적 설명 없이 “합리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그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지난주 시장 예상대로 단기수신금리를 사상 최고치인 4%로 5번째 연속 동결하고, 정책 성명서에서 처음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해 6월 인하 기대를 키웠다.

앞서 가브리엘 마클로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와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아마도 6월에 금리가 인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25bp씩 4차례 인하를 주장했지만 많은 이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라가르드는 향후 몇 번의 인하가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다만 소비 심리에 타격을 주고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일련의 지정학적 전개 상황”을 주목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도 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반응을 보였지만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은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우리는 어떤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고 지표에 의존해” 회의 당일날 판단해 정책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