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압박, 미국채 추가고통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심각한” 역풍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내년 중반이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는 괜찮지만 인플레이션 급등과 예상을 뛰어넘은 금리 상승,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며, 이미 올해 들어 거의 25% 추락한 S&P 500 지수가 추가 2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처음 100bp 오를 때보다 추가로 100bp 더 오를 때 훨씬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연구로 2명의 미국 경제학자와 더불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전쟁과 환율 변동에 따른 압박을 지적하며 정책당국이 전세계적으로 금융 여건의 악화 조짐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증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연준의 긴축 전망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속에 4거래일째 하락했지만, 일부 연준인사의 신중 발언으로 낙폭을 어느 정도 줄였다. 달러(BBDXY)가 4거래일 연속 올랐고,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을 초래했던 145.90선을 다시 넘보고 있다. 브레이너드 연준부의장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글로벌 리스크와 전망의 전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한 연설에서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당분간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정책 효과의 시차와 대외 수요 악화 등을 감안해 “신중하고 지표 의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 압박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 경기가 둔화되고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면서 개도국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이치은행은 신흥시장이 이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주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서 세계 각국 경제수장들이 1980년대 초 이래 가장 강력한 연준의 긴축에 따른 달러 초강세와 금융 불안 파장을 이유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시티그룹의 Nathan Sheets는 “파월은 보다 점진적인 긴축 경로를 놓고 찬반 양론 질문공세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 정책당국들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공개적 비판은 자제해왔다.

9월 30일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자국 기준금리를 50bp 올리면서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새로운 태풍의 눈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지난 금요일 연준의 액션이 세계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연준의 포커스는 미국의 물가 안정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을 비롯한 연준인사들은 견조한 고용과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다음달 FOMC에서 4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리만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 중단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빠르게 올린 뒤 오버슈팅을 피하기 위해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시장 변동성을 유의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2020년 팬데믹 초기보다는 2018년 12월 양적긴축에 시장이 초조해했던 모습과 더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채 추가 고통

23.7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 시장에서 큰 손들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일본계 연금 및 생명보험사, 외국 정부, 미국 시중은행에 이르기까지 한때 미국채를 사기 위해 줄을 섰던 이들이 대부분 뒤로 물러섰다. 연준 역시 양적긴축에 나서면서 올해 초까지 2년만에 두 배 넘게 늘어 8조 달러를 상회했던 채권 포트폴리오가 현 속도대로라면 2025년 중반까지 5.9조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대개 꾸준히 미국채를 사들였던 대규모 매수 주체들이 손을 바꿔가며 매도로 돌아섰던 과거와 달리 갑자기 한꺼번에 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당연히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전례 없는 변동성과 유동성 악화, 입찰 부진 등에 시달리며 블룸버그 미국채 토탈리턴지수는 올 들어 13% 가량 밀려 1973년 런칭 이래 최악의 연간 성적을 향하고 있다. 만일 새로운 매수 세력이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 고통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Mischler Financial의 Glen Capelo는 “중앙은행과 일반 은행 모두 무대를 떠나고 있어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며,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가격에 훨씬 더 예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이 다소 완화적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할 경우 지난주초 반짝했던 미국채 랠리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수십년래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정책당국의 손발을 묶고 있어 이번엔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뱅가드그룹의 John Madziyire는 미국 은행권에서 잠자고 있는 대규모 과잉 저축이 미국채 단기물로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英 추가 대책에도 시장 불안 여전

영국 당국이 금융시장 진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길트채 금리가 전구간에 걸쳐 급등했다. 길트 30년물 금리는 한때 36bp나 튀어올랐고, 파운드-달러 환율은 0.6% 하락했다.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자신의 재정 전략 및 중기재정전망 발표를 당초 예정했던 11월 23일에서 10월 말로 앞당겼다. 이로써 영란은행(BOE)은 11월 3일 정책회의에서 정부의 구체적 재정 계획을 참고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BOE는 긴급 채권매입 조치를 예정대로 14일에 종료하는 대신 일일 매입 한도를 100억 파운드로 두 배 늘리고, 11월 10일까지 한시적 확대 담보 레포 기구(Temporary Expanded Collateral Repo Facility)를 운영하기로 했다. 연기금이 담보 채권 가치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내몰려 시장 붕괴가 초래되지 않도록 백스톱 개입을 추가한 것이다.

Mediolanum International Fund의 Charles Diebel은 “최근 변동성과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떤 내용이 나올지 또 공공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알 수 없다”며, “다시 말해 시장은 당국의 대응이 만족스러울 것이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에너지 지원 대책보다 재원 조달이 담보되지 않은 감세가 더 큰 문제라며, 부자감세 외에도 법인세 인하 등 추가적인 정책 유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을 확실히 낮추려면 2026-2027년도 예산에서 580억 파운드 가량 지출 축소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추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을 지도하고 필요시 상응한 모든 군사적 대응 조치를 강력히 실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핵전투무력으로  북한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 사수의 중대한 의무를 자각하고 최강의 핵대응태세를 유지·강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국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전략 자산의 전개를 포함한 대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을 대대적으로 폭격한 뒤 추가 미사일 공격을 위협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시간 월요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우리 영토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는 그 위협에 상응하는 정도로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거의 8개월째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확전 국면에 접어든 모습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를 맹비난하며 새로운 제재조치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시사했다. 한편 Killnet이라는 친러시아 해킹 그룹이 일부 미국 공항 웹사이트를 일시 마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연합(EU) 공동 채권 발행을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 선회를 시사했다.

미-중 반도체 전쟁 ‘화해 가능성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금요일 미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최종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소위 “증명되지 않은” 기업 목록에 Yangtze Memory Technologies 등 31개 중국계 기업을 추가했다. 중국이 기업을 통해 미국 기술을 빼돌려 자국 군사력 및 감시 기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적 연결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조치로, 해당 리스트에 지정된 기업은 자사 제품이 어디로 가는지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 기업에 미국 기술을 제공하는 이는 해당 제품의 사용과 관련해 추가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몇 종류의 반도체가 수출이 제한되고, 중국 기업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판매하는 규정도 강화된다.

중국 당국과 국영언론은 지난 주말 강력한 비판과 함께 경제적 후과를 경고해 잠재적 보복을 시사했다. SemiAnalysis의 Dylan Patel는 미국과 중국이 이제 공식적인 “경제 전쟁”에 있다고 진단했고 한 중국 애널리스트는 더이상 “화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도체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금요일 6.1% 급락한 데 이어 월요일 장중 한때 4.6% 하락했다. 올해 들어 40% 넘게 밀려 2020년 11월래 저점에서 거래되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