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vs 시장, 3월 인하베팅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이 현지시간 금요일 완화 논의가 성급하다며 못을 박았지만 시장에선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이르면 내년 3월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14bp 넘게 하락해 4.54%를 하회하며 6월래 저점을 경신했고, 분트채 2년물은 장중 한때 16bp 급락해 5월래 저점인 2.65%로 밀렸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 넘게 급락했다. 뉴욕증시에선 S&P 500 지수가 2022년 3월래 최고치로, 주간 기준 5주 연속 올랐다. 이번주 발표될 미국의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파업에 나섰던 자동차 노조원들이 복귀함에 따라 18만명 증가로 10월 15만명에서 다소 확대되겠지만, 실업률은 2022년 초 이래 최고치인 3.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형적인 경기침체 신호가 이미 10월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실업률이 내년 말이면 5%에 도달해 역사적 기준에서 볼 때 마일드한 침체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이면 첫 금리 인하를 시도하고, 내년 전체로는 125bp 인하에 이어 2025년앤 추가 125bp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장 기대 역시 내년 최소 125bp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빌 게이츠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정학적 긴장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진전을 이뤘지만,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한 2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 금리인하 베팅 저지 시도…시장은 오히려 3월 인하 베팅↑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아진 기대를 저지하려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우리가 충분히 제약적 스탠스를 달성했다고 자신있게 결론을 내리거나 언제 정책이 완화될지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현지시간 금요일 애틀랜타 연설에서 경고했다. 다만 “지금까지 매우 빠르게 왔기 때문에 긴축 부족과 긴축 과잉의 리스크가 보다 균형적인 상황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 연준위원들이 12월 12-13일 정책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현 5.25%-5.5%에 동결할 생각임을 시사했다. 동시에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책을 더욱 긴축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또한 정책이 현재 “상당히 제약적 영역에” 진입했으며, 과거 금리 인상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경제 전체에 파장을 미치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여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것을 얻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BMO Capital Markets의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파월의 발언이 매파적이기보다는 좀더 균형적이었다며, 이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비둘기파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내년 3월까지 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50% 위로 높이고 5월엔 100%로 가격에 반영했다.

미국채 10년물 내년 3.75%

연준의 완화 피봇 기대에 스왑시장은 현재 5.33%인 연방기금 실효금리가 2024년 12월엔 4%를 하회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미국채 금리는 수개월래 저점으로 밀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채권 스트래티지스트 Zachary Griffiths는 현재 4.2% 부근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년 3.75%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내년 3월로 내다봤다. “시장은 이미 연준이 금리 인하 피봇 쪽으로 훨씬 가까이 다가섰다고 결론 내린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 지수는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1월말 1.77%에서 1.19%로 낮춰 경기둔화 전망을 뒷받침했다. LPL Financial의 Quincy Krosby는 11월 이미 피봇으로 돌아섰다고 확신하는 시장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며, 내년 중반이나 그 이전이라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ECB 내년 금리 인하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로선 금리 인하를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내년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 문제를 고려할 생각이라고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이 말했다. 그는 “어떤 충격도 없다면 금리 인상은 이제 끝났다”며, “2024년이 되면 인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어떤 처방이 효과가 있다면 그 기간 동안 충분히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한 컨퍼런스에서 강조했다. 전일 11월 유로존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2021년 중반래 최저치인 2.4%로 예상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당국자들의 매파적 발언을 무시하고 내년 4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했다.

이어 빌르루아의 완화적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트레이더들은 내년 3월까지 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10%에서 75%로 크게 높였다. 머니마켓은 내년 말까지 총 125bp 인하 기대를 가격에 완전히 반영했다. 이전 주만해도 82bp를 예상했었다. Natixis의 금리 스트래티지스트 Theophile Legrand는 중도파인 빌르루아가 시장 기대에 찬물을 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사의 내년 125bp 인하 시나리오를 뒷받침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요하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속도가 느려지고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Kathimerini Cyprus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S&P 500의 기묘한 고요, 역사적 랠리 지속 뒷받침

11월 주식시장 급등의 흥분 이면에 적어도 연말까지 추가적 랠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기묘한 고요함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주 시장이 1980년 이래 두번째로 가장 좋은 11월 성적을 마무리하며 모멘텀을 일부 잃으면서 S&P 500 지수의 평균 일일 등락폭이 반년래 최저치인 0.3%로 얌전해졌다. 지난 금요일 파월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월가 공포지수인 VIX는 연저점으로 후퇴했고 뉴욕증시는 상승을 이어갔다. CappThesis의 설립자인 Frank Cappelleri는 “시장은 가격 하락이나 시간을 통해 과매수를 해소하는데, 지금까지 S&P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도를 늦춤으로써 급등세를 소화해왔다”며, “11월 초반 강한 랠리 후 둔화세는 건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세론자들에게 있어서 이같은 가격 움직임은 위험선호 심리가 종종 급락의 전조현상인 지나친 흥분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역사상 볼때 12월은 대규모 매도세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The Stock Trader’s Almanac 집계 자료에 따르면 1950년 이래 S&P 500 지수는 12월 평균 1.4% 올라 일년 중 3번째로 좋은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의 긴축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성장의 회복탄력성이 자칫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ISM 제조업 지수는 11월 46.7로 13개월째 기준선인 50을 밑돌아 위축을 이어갔다. Frank Value Fund의 Brian Frank는 미국 주식이 단기간에 과매도에서 과매수로 돌아섰다며, 11월 랠리가 12월의 역사적 강세를 일부 선반영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재개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이 1주일만에 끝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재개했다. 국제사회가 영구적인 휴전을 선언하라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미국마저 지난 두달 간 이스라엘의 1만 건에 달하는 공습으로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사망했다고 우려했지만, 가자지구 북부의 3분의 2를 점령한 이스라엘 군은 이제 가자지구 남부로 전선을 확대했다. 이스라엘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 무장세력의 소탕을 위해 다음 단계의 작전으로 넘어감에 따라 미국측은 가자지역의 인도주의적 원조를 확대하고 민간인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안전지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할 생각이라며, 지상전 작전 없이 이러한 모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퇴역장군인 Amos Yadlin은 하마스 정권 전복이라는 목표에 있어서 약 30%를 달성했지만, 하마스 궤멸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목표가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라면 이번 전쟁이 10년이나 지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