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더오래 더높게’ ECB 75bp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잭슨홀에서 혹시나 했던 비둘기파적인 피봇은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8분간의 연설에서 오히려 경제 고통 우려에도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며 매파의 발톱을 바짝 세웠다. 도이치은행의 Peter Hooper는 “더 오래 더 높게(higher for longer)’가 연준 금리 정책의 새로운 구호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일부 정책 입안자들이 9월 75bp 금리 인상을 논의하고 싶어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금융시장은 일말의 완화 기대를 접어야 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8bp 가까이 올라 연고점 부근으로 올라섰고, 달러(BBDXY)는 강세로 돌아섰다. OIS 가격을 보면 시장은 9월 예상 금리 인상폭을 61bp에서 64bp 가량으로 높였다.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크게 빠져 S&P 500 지수가 6월 중순래 최대폭인 3.4% 급락했다.

Isabel Schnabel ECB 집행이사는 1970년대 경험에서 물가 압력의 첫 둔화 신호에 긴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성급하게 포기할 경우 나중에 더 급격한 조정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반적으로 중앙은행 총재들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어느 정도 피해가 초래되더라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중앙은행들의 인플레 대응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그 임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 결정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 후 지난 주말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선 내년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다만 내년 말까지 3% 밑으로 떨어진다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또한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해도 기대에 부합하는 한 기존 금리 전망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환율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 잭슨홀 찬물

파월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금요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을 끄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연준이 조만간 정책 경로를 바꿀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일축했다.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역사는 섣부른 정책 완화를 조심하라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비록 소비자와 기업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 현재 연준의 “지배적 관심”이라며, 다음달 FOMC에서 “이례적으로 큰 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9월 회의에서 우리의 결정은 전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지표와 바뀌는 전망에 달려 있다”면서 구체적인 인상폭을 예고하진 않았다.

잭슨홀 리뷰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파월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높이 사며 그가 잭슨홀에서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Integrity Asset Management의 Joe Gilbert는 “파월이 금융여건을 더욱 타이트하게 가져가고 싶어하며, 연준이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시장에게 알리려 했다”고 진단했다.  MBB Capital Partners의 Mark Spindel은 파월의 결연한 어조가 다음달에도 공격적 긴축을 가리킨다며, 만일 추가적인 75bp 인상에 실패할 경우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파월의 잭슨홀 연설이 내년 금리 인하 베팅을 완전히 꺾는데 충분치 않았다며, 특히 8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약하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 9월 75bp 인상론

Robert Holzmann 정책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라며 최소한 50bp는 올려야 한다면서, ECB가 다음달 회의에서 75bp 금리 인상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laas Knot 정책위원 역시 다음달 최대 75bp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워낙 심각해 물가가 2% 부근에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매 6주마다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NO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ECB 위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Martins Kazaks 정책위원은 50bp나 75bp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sabel Schnabel 집행이사는 “경기가 침체에 들어선다 해도 정책 정상화 경로를 지속하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몇몇 ECB 위원들은 연말까지 5조 유로에 육박하는 보유 채권을 언제 어떻게 축소해 나갈지 논의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양적긴축에 대한 결정은 ECB가 지난달에 2011년 이래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에 당연히 고민해야 할 다음 수순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일부 ECB 정책 입안자들이 9월 75bp 금리 인상을 논의하고 싶어한다는 로이터 보도에 트레이더들은 ECB가 9월초 회의에서 주요 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을 50%로 베팅했다.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17bp 넘게 급등해 1.05%에 근접하며 두달래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유로-달러 환율은 1.2% 가까이 점프했다.

에너지 위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급등을 불러온 에너지 위기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공급 차질과 전력 요금 급등에 중국에서 독일, 미국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비용 상승과 이익 마진 압박은 물론 소비자들의 수요까지 약해져 에너지 충격 여파가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의 Ben Powell은 “소비자들이 사실 모든 면에서 가격 상승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불안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EPFR Global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펀드는 8월 24일 마감 주간에 51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씨티그룹의 Beata Manthey는 “정부가 기업을 돕기 위해 돈을 찍어내듯 천연가스를 찍어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공업주와 화학주는 물론 소비재와 테크, 소매업종도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미-중 회계감독 합의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온 미국과 중국이 마침내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회계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중국 기업의 회계 자료와 담당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9월 중순까지 홍콩에 감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던 약 200개에 달하는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과 홍콩은 지금까지 국가 안보와 기밀 유지 우려를 내세워 세계에서 유일하게 PCAOB 감독을 거부해왔다. PCAOB 위원장인 Erica Williams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에서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규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