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CIO의 경고 ‘내년 금리 인하 기대에 지나친 흥분 위험’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다니엘 이바신은 채권 시장이 내년 금리 인하 기대 쪽으로 너무 많이 쏠릴 위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경고했다. 최대 액티브 채권펀드인 약 1260억 달러 규모의 핌코인컴펀드를 책임지고 있는 이바신은 현지시간 화요일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핌코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중앙은행의 2%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얼추 다른 얘기”라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로 확실히 둔화되기까지 “울퉁불퉁한 경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대체로 지난달 둔화된 것으로 나오자 시장에선 연준이 이르면 내년 5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이 일었다. 이바신은 “내년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다소 지나치게 흥분할 위험이 있다”며, 경제가 상당히 약화되기 전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채권 랠리가 너무 갈 경우 핌코의 채권 익스포저를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주에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방향을 틀어 다시 상승하는 “헤드페이크(head fakes)”가 몇차례 있었다며, 연준은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몇 달간의 양호한 지표로 오판을 하거나 과도하게 긴축할 두 가지 리스크”를 모두 경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 역시 사람들이 단기 수치에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그런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14일 El Financiero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라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 것은 옳지만 그들이 조금 더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美10월 PPI 깜짝 하락…소매판매는 예상보다 덜 부진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2020년 4월래 최대폭 하락함에 따라 전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표와 더불어 경제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를 더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휘발유 가격 약세 덕분에 최종수요 기준 전월비 0.5% 후퇴했다. 시장에서는 0.1% 상승을 내다봤었다. 전년비 상승률은 1.3%로 이전치 2.2%에서 크게 둔화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상승률은 전월과 변동이 없었으며, 전년비로는 2.4%로 2021년 1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PPI를 구성하는 여러 하위 지수가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추산하는데 이용되기 때문에 PPI 보고서는 월가와 연준의 이코노미스트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끈다.
한편 10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비 -0.1%로 시장 예상치 -0.3%보다 좋게 나왔고, 이전치는 0.7%에서 0.9%로 상향조정됐다. 국내총생산(GDP) 추계에 포함되는 관리그룹 소매판매는 0.2% 증가해 3분기 강세에 이어 순조로운 4분기 출발을 예고했다.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소비가 그동안 계속해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을 뛰어넘으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뒤집히곤 했지만, 이제 이같은 강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불확실하다. 고금리에 물가 부담이 여전한데다 고용시장마저 식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소비자들이 이전 몇달간 지출을 크게 늘린 후 이제 허리띠를 조이기 시작했다며, 소비지출 부진으로 경제활동이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가다 서다’식 정책 경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연준이 ‘가다 서다(stop-start)’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 경우 결국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FT)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추가적 후퇴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연준이 성급하게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그동안 연준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연준은 “신중하게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또 ‘제대로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야 한다”며, 디스인플레이션 추이가 2%를 확실히 향하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아직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과도한 긴축과 불충분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양쪽의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英인플레이션 2년래 최저…내년 금리 인하 6월 베팅
지난달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2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영란은행(BOE)이 이르면 내년 중반쯤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베팅이 힘을 얻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4.6%으로 이전치 6.7%에서 크게 둔화됐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4.7%을 내다봤었다. 이는 2021년 10월래 가장 낮은 수치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리시 수낙 영국총리는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약속한 5가지 우선순위 중 올해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전일 예상에 못미친 미국의 CPI 지표에 글로벌 채권시장이 환호하며 랠리를 펼치면서 BOE의 금리 인상도 끝났다는 전망이 더욱 굳어졌고, 이제 트레이더들은 첫 25bp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내년 8월에서 6월로 앞당겼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11월 2일 기준금리를 15년래 최고 수준에 동결한 뒤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으려 애썼다. 휴 필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화요일 서비스분야 인플레이션과 임금이 여전히 “고집스럽게 높다”며,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이 아직 BOE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자들은 목표를 향한 “마지막 구간”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BOE와 외부 이코노미스트들은 2025년이 되어서야 2%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PMG UK의 Yael Selfin는 “오늘 지표가 BOE의 시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리는 내년 하반기 전까지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역시 진전속도가 더디다며, 내년 하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연착륙 우려
마리오 센테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유로존 경제가 최근 몇 분기 동안 성장이 부진해 연착륙이 가능할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센테노는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5분기 연속 분기별 (GDP 성장률) 수치가 0%, 0.1%, -0.1%로 좋지 않아 연착륙에 대한 약간의 불안이 생겼다”며, “경기침체를 우려하진 않지만 하방리스크가 현실화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ECB 위원 중 비둘기파에 속하는 그는 그동안의 통화 긴축이 경제 전반에 절반 정도 효과를 미쳤다며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지금까지 양호한 진전을 이뤘지만 2%까지 가는 길에 좀 더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분간 2%-3%가 되겠지만 아마도 3%에 보다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인터뷰 직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CB의 공격적 긴축 속에 올 3분기 -0.1%을 기록한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4분기 0.2%로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지난 주에 유로존이 올해 말까지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주 발표될 유로존 10월 소비자 인플레이션은 전년비 2.9%로 2년여래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