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끈질긴 인플레, 5연속 75bp?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지난주 나온 견조한 고용보고서에 이어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마저 예상을 상회하며 미국의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확인시켜주면서 연준이 11월은 물론 12월마저 75bp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일었다. 스왑시장은 전일만해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총 130bp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으나 CPI 발표 후 142bp로 기대를 높였다. 또한 예상되는 최종 금리는 4.9% 부근으로 상향 조정됐다. 바클레이즈는 9월 근원 서비스 물가 지표가 “특히 우려스럽다”면서, 11월 75bp 인상에 이어 12월 전망치를 기존 50bp에서 75bp로 높였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Diane Swonk 역시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이 추세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5연속 75bp 인상을 점쳤다. SPI Asset Management는 올해 연준 ‘피봇’ 기대는 접으라며, 인플레이션의 2차 효과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PI 충격에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13bp 넘게 올라 2011년래 처음으로 4%선을 터치했고, 10년물 BEI는 2.41%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 역시 장초반 S&P 500 지수가 2.4% 급락했으나 3500선마저 무너지며 포스트-팬데믹 랠리의 절반을 내주자 매도세가 바닥을 쳤다는 기술적 신호에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와 장중 최대 3% 급등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장 마감 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연방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트위터측 변호사가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며, 정책 공조를 촉구했다.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재무장관은 “세계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간밤 군용기 위협 비행에 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지속했다. 한국 9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2.8%로 시장 예상치와 이전치를 상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근원 인플레이션 40년래 최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 9월 근원 (CPI)가 전년비 6.6% 올라 1982년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6.5%를 상회함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11월 4연속 75bp 인상 기대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전월비로는 0.6%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 0.4%를 뛰어넘었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역시 전년비 8.2%, 전월비 0.4%로 예상보다 높았다. 광범위한 물가 상승세 속에 주거비와 식료품, 의료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라이더는 11월 75bp 인상이 “이제 확실하다”며, 시장이 12월과 2023년까지도 추가적인 공격적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Seth Carpenter는 CPI 지표가 “시장에 분명 충격”이라며, “특히 서비스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CPI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긴축 속도를 50bp로 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OPEC+ 감산으로 기름값이 다시 오르고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해 당분간 물가 전망이 밝지 않다며, 10월 CPI 상승률은 전월비 0.7%로 높아져 연준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중반이면 연간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4%대로 내려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일부 주택 임대료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CPI에 본격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물건너간 연착륙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림에 따라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 정책 입안자들이 뜨거운 경제를 식히기 위해서는 아마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심각한 침체시 시장이 추가 20%-30% 하락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워싱턴 컨퍼런스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은 파월 연준의장에 대해 “전적인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은 연준의 물가 진정 노력에 따른 다른 대부분의 잠재적 결과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의 “직감”상 연준의 기준금리가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4%-4.5%보다 더 올라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유로 내년 중반이면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가솔린 가격이 아직도 높다며 다음주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영국 유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실과 재무부 관료들이 시장 혼란을 초래한 감세안을 수정 중에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정책 유턴 가능성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한때 2.5% 급등했고, 길트채 30년물 금리는 46bp나 빠져 4.36%로 후퇴했다. 더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내년 법인세 동결 방침을 철회하고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가 계획했던 대로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던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무효화 하는 것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9월 23일 발표했던 부양책의 주요 골자 중 하나였다. 일단 정부 관료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에 간 콰텡 장관이 귀국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해외에 있는 동안 런던에서 주요 경제정책의 유턴 보도가 나오자 그가 사임 압박을 받을 것이란 추측이 불거졌다. 콰텡은 워싱턴에서 “난 어디도 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Monex Europe의 Simon Harvey는 “정부가 마침내 시장과 영란은행(BOE)의 외침에 귀기울인걸까? 길트와 파운드 가격 움직임은 시장이 그렇게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Aegon Asset Management의 Gareth Gettinby는 “투자자들이 숏을 취한 상태에서 파운드의 반응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영국의 펀더멘털이 취약해 정부 노이즈에 따른 파운드 반등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 길트채 변동성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유동성 압박이 연기금을 넘어 확대되면서 머니마켓펀드에 “갑작스런 대규모 환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엔 1990년래 고점 경신

달러-엔 환율이 미국 CPI 발표 후 0.5% 가량 올라 147.67을 기록하며 1998년 8월에 기록했던 전고점 147.66마저 넘어 199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오름폭을 다소 줄였지만 여전히 147선 위에 머물고 있어, 일본 당국의 개입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레이더들은 다음 타겟으로 1990년 4월 고점인 160.20을 주목할 전망이다. 지난달 달러-엔 환율이 145.90으로 급하게 치솟자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20여년래 첫 시장 개입을 단행해 거의 2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가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방침을 다시 한번 약속하면서 공격적 인상 기조를 예고한 연준과 대비되며 수요일 엔화 매도세가 거세졌다.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당국의 개입이 특정 환율 수준 보다는 가파른 속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는 9월 22일 개입 이후 3% 넘게 떨어졌다. Bank of Montreal의 글로벌 FX 전략 책임자 Greg Anderson는 “시장이 개입에 초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불안

OPEC+의 대규모 감산으로 유가가 급등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내놓았다. 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OPEC+ 석유 공급의 대규모 축소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높이고, 가격 상승이 시장 변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보다 거세진 경제 역풍”을 이유로 내년 글로벌 석유 소비 증가 전망치를 하루 21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낮췄다. 미국 등 석유 소비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를 비롯한 OPEC+는 지난주에 일일 산유량을 200만 배럴 축소하기로 합의해 국제유가 급등을 촉발했다. IEA는 많은 산유국이 이미 할당된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어 약속한 200만 배럴 감산 중 절반 정도만 이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에 추가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