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디스인플레 의심, 2년물 5%?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이 선호하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인플레이션이 지난달 시장 예상보다 가속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물가 불안과 연준 긴축 우려를 부추겼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금요일 장중 한때 14bp 가까이 급등해 4.8%선을 뚫고 2007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이달 들어 70bp나 올라 이 속도라면 5%는 시간문제인듯 보인다. 스왑시장은 연준 최종금리 기대치를 7월 5.45%까지 높였다. 뉴욕증시 역시 1%대 하락을 기록했다. Gramercy Funds 회장 겸 블룸버그 칼럼리스트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더 이상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말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이달초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발언해 시장 낙관론을 키운 바 있다.

연준 긴축 경로의 리프라이싱으로 최근 달러가 크게 반등하면서 신흥시장(EM) 강세에 베팅했던 일부 자산운용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작년 10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9% 가량 랠리를 펼쳤던 MSCI EM 통화 지수는 최근 연초 상승분을 거의 모두 반납했다. abrdn의 James Athey는 “EM 환율이 너무 멀리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고, Fidelity International은 필리핀 페소와 폴란드 즈워티 대비 달러를 매수 중이다. 한편 RBC Capital Markets의 Alvin Tan은 한국 원화와 태국 바트화가 아직도 상대적으로 싸보인다며, 아시아가 올해 경기침체를 피할 수만 있다면 아시아 자산과 통화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PCE 인플레이션 가속화 

1월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비 0.6%, 전년비 5.4%로 시장 예상치 0.5%와 5.0%을 넘어섰다. 이전치는 각각 0.2%와 5.3%으로 상향 조정됐다. 근원 PCE 상승률 역시 각각 0.6%과 4.7%로 이전치와 예상치를 모두 상회했다. 파월이 “어쩌면 제일 중요할수도” 있다고 말한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월비 0.58%, 전년비 4.61% 올라 물가 압력이 더욱 가팔라진 모습이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실질 개인소비는 지난달 1.1% 늘어 거의 2년래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소비 지출과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물가와 수요의 고삐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 경로가 보다 험난하고 장기화될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견조한 지출과 보다 빨라진 근원 물가 상승세는 인플레이션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며, 공급망 차질이 대부분 해소된 상태에서 최근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지난 12월 점도표에서 예고했던 5.25%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rean Capital의 Russ Certo는 이번 지표가 인플레이션의 경직성을 보여줬다며 연준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최종금리 6.5%

일부 연준 위원들이 물가상승세가 너무 높다며 이를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수치가 아직도 필요로 하는 수준에 와 있지 않다”며, 시장 예상을 넘어선 1월 PCE 지표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내려가도록 연준이 정책금리를 좀더 올려야 한다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3월 50bp 인상으로 의견이 기울었는지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긴축 보폭보다 최종금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CNBC 인터뷰에서 금리를 5% 약간 위까지 올린 뒤 당분간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이사 역시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서비스 분야에서 인건비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직 느리게 내려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연준이 빠르게 움직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콜린스 보스턴 연은총재는 충분히 제한적 수준까지 금리를 올린 뒤 상당기간 이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명한 월가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자 5명이 공동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워 이기려면 기준금리를 최고 6.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연준이 연착륙을 주도해 완만한 경기침체 없이 2025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릴 수 있을지 그 능력에 의심이 간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시뮬레이션별 모델 분석에 따르면 연준 금리는 올 하반기에 5.6%이나 6%, 6.5%에서 정점이 예상된다.

위안화 불안

달러 강세와 미국의 대중 제재조치 우려에 위안화가 5개월래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지난주 1.5% 넘게 올라 작년 9월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고, 달러-역내위안화 환율 역시 1.4% 상승으로 5주 연속 올랐다. 둘다 200일 이평선을 크게 상회하며 작년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달러 강세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위안화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기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훨씬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간 연대가 신냉전 구도를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금요일 러시아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AOOK Technology 등 중국 소재 기업 5곳과 중국 기업의 유럽 자회사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특히 중국을 겨냥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제재 회피로 “매우 심각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러시아 무기 판매 주장에 대해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JP모간은 연준 최종금리 리프라이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중국 채권시장이 당분간 자금 유출 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내 공장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앨런 에스테베스 미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밝혔다. 2월 16일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이른바 ‘칩4(Chip 4)’로 불리는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 본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미국은 24일 러시아를 겨냥한 무더기 제재조치를 내놓았다. 모든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수입관세 200%를 부과하고 250명 이상의 개인 및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 금융기관 블랙리스트도 확대해 모스크바 신용은행은 물론 UAE 아부다비에 지점을 보유한 MTS Bank마저 포함시켰다.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수행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방 및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도 액션을 취했다. 한편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내용의 문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포함해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견해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교수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에 동참하지 않아 제대로 타격을 주지 못했다며,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더 타이트하게 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의 투자 전략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채권 ETF 미국팀을 이끌고 있는 Stephen Laipply는 금리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서 일부 걸림돌이 나타나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연준이 금리를 다소 더 높게 올리고 그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을 60:40으로 배분한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그동안 비중을 축소했던 채권 쪽을 강화할 때라고 조언했다. 채권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2년물 등 미국채 단기물쪽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주식 매도에 대비해 미국채 장기물이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Subadra Rajappa 역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육박함에 따라 매수 기회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번주 주요 경제지표가 나오지 않는데다 월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펀드매니저들이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 Federated Hermes의 RJ Gallo도 연준의 공격적 긴축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여 향후 채권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현재 채권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자사의 토탈리턴 채권펀드는 미국채에 대해 비중확대 상태라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