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PCE 우려? 사라진 빅테크숏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보다 뜨겁게 나온 가운데 이번주 나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전월비 상승률이 0.4%로 1년래 가장 가팔라진 것으로 우려된다. 3개월 및 6개월 기준 모두 연율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을 수 있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연준의 신중한 스탠스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시장의 인하 기대 역시 더욱 후퇴할 가능성이 있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월 인플레이션 상승이 주로 한시적 요인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위원들이 대체로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추가적인 지표, 특히 임금 증가 추이를 좀더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 Yannis Stournaras는 4월은 물론 6월도 금리 인하가 힘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엔비디아가 불지핀 인공지능(AI) 흥분에 따른 빅테크 랠리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뉴욕증시는 현지시간 금요일 혼조세로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장중 한때 5100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을 이어가 반도체 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노리고 있다. Nationwide의 Mark Hackett는 현재 강세론자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기술적 순풍이 펀더멘털의 긍정적 전개와 맞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CIBC Private Wealth US의 David Donabedian은 최근 강력한 랠리에도 여전히 모멘텀이 살아있다며, “반대 방향에 베팅하는 이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뉴욕 연은총재 ‘금리 인하 올해 나중에 가능할 것’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올해 나중에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보도된 Axios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는, 아마도 올해 나중에(later this year), 제약적인 통화 정책에서 물러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표를 읽고 또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일관된 신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차량 결제 대금 및 신용카드 연체가 급증한 점을 주목하며, 올해 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차대조표와 관련해 2019년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연준위원들이 3월 회의에서 이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위원들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전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투자자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월 고용 및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오자 조기 인하설이 잠잠해졌고 첫 인하 시기에 대한 베팅은 6월 또는 7월로 늦춰졌다.

AI 매수 열풍에 월가서 빅테크 공매도 거의 사라져

월가에서 모두가 매수를 외칠 때 혼자 비관론자가 될 경우 그 위험에 대한 교훈을 얻고 싶다면 5개월 전 엔비디아가 거품이라고 주장했던 리서치 어필리에이츠(Research Affiliates)의 설립자인 롭 아노트를 되돌아보자. 작년 9월 그는 엔비디아 주가가 1년 만에 4배가 뛰자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며 “교과서에 나올 법한 엄청난 시장 착각의 이야기”라고 경고했다. 이 후 그가 말한 ‘버블’은 8000억 달러 가량 더 부풀려졌고,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이에 뒤처지는 것이다. 아노트는 최근 “버블 주식이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절대 공매도에 나서지 말라”며,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 주식을 소유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월가는 오직 소수의 고평가 주식이 시장을 지배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잘 알고 있고 어쩌면 아노트의 견해가 종국엔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이래 인공지능(AI) 파티는 누구도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여겨진다.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투어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고, 헤지펀드에서 개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더욱 공격적인 포지션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JP모간 추정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Mag7)의 경우 가파른 주가 랠리에도 공매도 미상환 잔고율은 1%로 적어도 2015년래 최저치다. 지난 22일 엔비디아 주가가 16% 급등하면서 약세 베팅 포지션을 들고 있던 이들은 약 30억 달러의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S3 Partners LLC는 분석했다. 데이터 플랫폼 맵시그널스(Mapsignals)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알렉 영은 “약세론자가 설 자리가 있었다면 이렇게 덩치가 큰 기업이 이처럼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러시아 대규모 제재 발표…러시아 경제에는 별 타격 없을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에 맞서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 규모의 신규 제재를 내놓았지만, 러시아 경제를 확실히 마비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금요일 바이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인한 정복 전쟁과 (그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응해 500여 개의 새로운 제재를 발표한다”며, “우리는 지금 물러설 수 없다. (포기는) 푸틴이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의 금융 부문, 방위 산업 기지, 조달 네트워크는 물론 UAE와 중국 등 여러 국가에 걸친 제재 회피자, 나발니 투옥 관련 개인들도 포함됐다. 미국 상무부는 기업 93곳을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했는데, 미국산 공작기계와 전자시험장비를 러시아 쪽에 팔기 위해 허가 없이 구매했다는 이유로 한국의 ‘대성국제무역’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KBS 뉴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자칫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과 세계 경제 전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러시아의 금속 산업과 에너지 분야, 은행에 대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 같은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다 공격적인 대응으로는 미국이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기술 및 재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국계 은행에 제재를 가하거나 농축 우라늄과 알루미늄, 니켈 등의 교역을 금지할 수 있다. 또한 동결된 러시아 국유자산을 압류해 배분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Alexander Isakov는 “이번 발표는 제재 체제를 약간 강화하는데 불과해 러시아 경제가 여전히 올해 1%-1.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 결제시스템인 Mir에 대한 제재는 서방 기술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완전히 차단시키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Mykhailo Podolyak는 푸틴을 겁먹게 하는 서방세계의 유일한 액션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요청한 6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트럼프, 헤일리 텃밭에서도 압승…감세와 관세 카드 만지작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간 토요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약 20%포인트 격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사실상 본선서 재대결을 하게 될 조 바이든에게 “당신은 해고됐으니 나가라”며 선전 포고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원치 않는 공화당 큰 손들의 후원 속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적어도 3월 5일 슈퍼화요일까지는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신이 주지사를 지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조차 트럼프에게 내주며 패색이 짙어진 모습이다. 트럼프측은 3월 중순이면 공화당 후보 지명을 확정짓기에 충분한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금요일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새로운 감세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당시 도입된 트럼프 감세안 중 가계와 소상공인을 위한 많은 혜택이 2025년말 일몰 예정으로, 이를 연장하거나 확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여러분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트럼프 시대의 경제 호황과 추가적 감세를 통해 모두가 사상 최대의 감세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또한 “외국에 대한 관세는 올라가고 미국인 근로자와 가정이 내는 세금은 매우 상당히 내려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의 경우 훨씬 높은 세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2017년 단행했던 한시적 개인소득세 인하를 영구적으로 돌리고 대신 법인세는 21%로 유지할 생각으로 알려졌다.

포트리스 CEO ‘CRE 붕괴로 더 많은 은행 실패 발생할 수도’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의 붕괴가 대출 기관의 대차대조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미국 은행들이 실패할 위험이 있다고 포트리스투자그룹(Fortress Investment Group LLC)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조슈아 팩이 경고했다. 그는 포트리스가 이미 금융기관들로부터 약 15억 달러 상당의 오피스 대출액을 달러당 50센트-69센트에 인수했다고 블룸버그 Credit Edge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출기관들이 자산 가치가 더 떨어질까 두려워 차라리 지금 당장 타격을 입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그처럼 할인된 가격에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가 시스템적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규제당국이 해결책을 찾고 있어 “미국 은행들이 청산되거나 통합되는 경우를 더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및 다세대 부동산 관련 부채 중 9000억 달러 이상이 올해 재융자나 건물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물 가치가 하락한데다 대출을 받았을 당시보다 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은행들은 팬데믹 기간에 CRE 대출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치솟는 금리에 보다 취약해진 모습이다. 팩의 주장에 따르면 약 1조 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CMBS) 대출이 2025년까지 만기 도래 예정으로, 이 중 절반 정도가 부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만해도 자산 가치 대비 80%였던 부채비율이 건물 가격 하락으로 이제는 100%나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CRE 시장 문제가 수조 달러 규모라며, 비은행권 민간 투자자들이 나서 부실을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규제당국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