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OPEC+깜짝감산, 美인플레둔화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2월에 시장 예상보다 더 둔화되고 개인소비 역시 안정화됨에 수십년래 가장 공격적인 연준의 긴축 행진이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했다. 이에 뉴욕증시가 지난 금요일 기술주 매수세에 힘입어 랠리를 이어가 S&P 500 지수의 경우 3.5% 상승으로 작년 11월래 최고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올 1분기에 20% 넘게 올라 강세장에 진입하며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씨티그룹은 기업 어닝 침체 시기에 미국 증시가 다른 곳보다 잘 버텼다며,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주 나올 미국 3월 고용지표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다소 둔화되고 임금 상승세 역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블룸버그 설문 중앙값 기준 24만명 증가로 2월 31만1000명에서 후퇴가 전망된다. 한편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내리면서 올 1분기 글로벌 인도량이 사상 최대인 42만2875대로 시장 예상치를 다소 상회했다.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한 셈이지만, Deepwater Asset Management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지난 어닝콜에서 50% 성장을 주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간 화요일 맨해튼 법정에 출두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그의 변호인이 CNN에 밝혔다. 역대 첫 미국 대통령 형사 기소라는 불명예에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선거 캠프는 기소 보도 후 24시간만에 400만 달러 넘게 기부금을 모았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OPEC+ 깜짝 감산 

OPEC+가 산유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깨고 돌연 하루 100만 배럴 넘게 감산하겠다고 현지시간 일요일 발표했다. 최근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이미 올해 남은 기간 타이트한 공급이 예상되는 시장 상황에서 이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공급 부족에 유가가 뛸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할 수 있어 중앙은행들이 더 오래 더 높이 금리를 가져가야 할 수도 있으며 경기 침체 리스크를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약속하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등이 뒤를 따랐고, 러시아는 3월부터 6월까지 실시하려 했던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감산의 초기 영향은 하루 약 110만 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7월부터는 러시아의 기존 감산 연장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약 16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 덜 풀릴 예정이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 간의 긴장이 다시 한번 고조될 수 있다.

미국 PCE 인플레이션 둔화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행히 둔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이 줄어든 모습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비 0.3%로 시장 예상치 0.4%와 이전 수정치 0.5%를 하회했다. 헤드라인 PCE 상승률 역시 전월비 0.3%으로 0.6%에서 후퇴했다. 전년비로는 근원 PCE 인플레이션은 4.6%, 헤드라인은 5.0%으로 모두 시장 예상을 소폭 밑돌았다. 실질 개인소비는 1월 수정치 1.5% 증가에서 2월 0.1% 감소로 돌아섰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총재는 지표가 한달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해서 이를 추세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우리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더 있고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향 경로에 있는지 확신하려면 더 봐야 한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최근 은행 실패로 어느 정도 신용여건이 긴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채 추가 랠리?

미국채 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올해 1분기 투자 수익률이 3%를 기록했다. 2008년래 첫 미국 은행 실패로 연준 금리 예상 경로가 갑자기 리프라이싱되면서 2020년 1분기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단기적으로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재료도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회계년도가 바뀌며 미국채 매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미국 정부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주엔 미국채 장기물 입찰도 없다. 물론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좋을 경우 연준의 5월 금리 인상 기대에 불을 지필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T. Rowe Price의 Steve Bartolini는 미국채 랠리가 일시적으로 피로해 보이더라도 올해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미국채 금리에 계속해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일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상업은행들의 예금이 3월 22일 마감 주간 1257억 달러 감소해 9주 연속 위축을 기록했다. 대출의 경우 2021년 6월래 최대폭인 204억 달러 줄어들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많은 기업의 재무팀이 금리가 더 좋은 MMF를 선호하면서 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더이상 전이되진 않고 있지만 신용 여건이 계속해서 타이트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위원들은 최근 은행 혼란이 경제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금요일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우리의 정책 결정은 지표 및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우리의 책무 달성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금융혼란 ‘아직 안심 이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금융 혼란이 고비를 모두 넘겼다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지진이 여러 차례 이어지면 꽤 시간이 지나야 그 마지막을 봤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그래서 연준의 일이 그만큼 어렵다”고 진단했다. 3월과 같은 뱅크런이 재발될 확률은 절반도 안되지만 신용을 위축시킬 또 다른 종류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금융 다이내믹스가 “비선형적” 방식으로 전개되어 신용 위축이 자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부실채권이 발생해 이로 인해 신용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발전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경보 해제 신호를 주기엔 시기상조”라며, 여름은 되어야 좀더 확실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닥터둠’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는 “우리는 물가 안정, 경제 성장, 금융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며, 세계 경제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결국 “경제와 금융의 붕괴”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Ellen Zentner는 “항상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걱정해야만 한다”며, 특히 그림자 은행 시스템의 경우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지역은행을 더욱 압박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UBS 최대 30% 감원 

UBS그룹이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마무리 지은 뒤 직원의 20~30%를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국내에선 최대 1만100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며, 글로벌 부문의 경우 2만5000명이 해고된다고 스위스 신문 SonntagsZeitung이 UBS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UBS와 CS의 직원수 합계는 2022년말 기준 거의 12만5000명에 달하며, 이 중 약 30%가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다. UBS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절했다. CS는 정부 중재로 긴급 구제가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90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한편 스위스 검찰은 현지시간 일요일 UBS의 CS 인수와 관련해 불법 행위를 찾아내기 위한 형사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위스 재무장관은 CS가 수년에 걸친 스캔들 때문에 신뢰를 잃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지는 바람에 당시 UBS 인수가 아니었다면 바로 그 다음날 붕괴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