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오미크론 비상, 검은금요일

(블룸버그) — 남아공을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해 보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영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미국등이 여행을 제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1.1.529를 우려 변이로 지정, 오미크론(Omicron)으로 이름짓고 아직까지 증상이 경미하다지만 확실한 정보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강한 전파력을 우려하며 백신과 부스터샷 접종을 촉구했다. 뉴욕시가 이미 겨울 감염 급증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호컬 뉴욕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모더나는 오미크론을 위한 새로운 백신이 필요할 경우 내년 초쯤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엔테크는 오미크론이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될지 판단하려면 적어도 2주 정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수감사절로 목요일 쉬었던 뉴욕증시는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했지만 오미크론 공포에 S&P 500 지수가 2.3% 급락하며 ‘검은 금요일’로 조기 폐장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성적으로는 1941년래 최악을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47%로 16bp 하락해 2020년 3월 팬데믹 공포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채권시장 역시 바이러스가 이미 취약해진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약세로 출발했다. 다만 오늘 아침 일찍 아시아장에서 달러가 엔화와 유로, 파운드 대비 소폭 오르며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단 시장참가자들이 패닉 매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긴축 베팅 후퇴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장에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며 머니마켓이 연준의 첫 금리인상인 리프트오프 예상 시기를 9월로 늦췄다. 두번째 금리 인상의 경우 2023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와 조기 긴축 기대가 빠르게 되돌려지는 모습이다. 영국 역시 영란은행(BOE)이 다음달 통화정책 긴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2월로 인상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내년 금리 인상 베팅은 약 10bp에서 5bp로 낮아졌다. Mizuho International의 Peter Chatwell는 만일 ‘누’ 변이가 강력한 위협이 될 경우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필요성을 상쇄할 것이라며, 이 경우 금리인상 시기가 약 6개월 정도 연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스틱 ‘테이퍼링 가속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수도 있지만 팬데믹 경험상 과거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보스틱은 현지시간 금요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경제는 많은 모멘텀이 있다. 이 모멘텀으로 다음 파고를 넘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변이가 델타 변이와 유사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했다. 따라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앞당기는데 찬성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나는 자산매입 둔화의 가속화에 매우 열린 마음”이라며, “경제 모멘텀이 지난 몇달처럼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 2분기 초나 1분기 말이 자산매입을 종료하는 시기로 합리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두차례 금리 인상 역시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종류의 액션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유가 폭락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나타나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 재개시 글로벌 경제 회복이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지난 금요일 유가가 10% 넘게 무너졌다. 뉴욕상업거래소(NT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67달러로 14% 급락했고, 브렌트유 역시 12% 넘게 하락해 72달러까지 후퇴했다. 올해 들어 경제 리오프닝에 힘입어 유가가 급등하자 OPEC+의 점진적 증산 속도에 불만을 품은 미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최근 비축유 방출을 통해 유가 조절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최악’의 변이 출현으로 산유국들의 계산이 훨씬 복잡해졌다. UBS는 OPEC+가 원래 예정된 하루 40만 배럴의 증산 계획을 멈추거나 감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Again Capital의 John Kilduff는 “시장이 다시 휩쓸리고 우리가 여전히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Vitol Group은 OPEC+가 지난주 유가 급락에 조심스런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변동성↑

트레이더들이 남아공에서 발견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의 영향을 가늠하느라 바쁜 가운데 유로와 엔 변동성 지수가 2020년 미국 대선 직전 이래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미국채 금리 급락 속에 6거래일만에 하락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작년 12월래 최대인 1% 가량 급등했다. CIBC의 Bipan Rai는 “각국 정부가 새로운 변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모든게 유동적”이라며, “당장은 새로운 팬데믹으로 새로운 규제 조치가 시행될 수 있어 리스크오프를 가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annockburn Global의 Marc Chandler는 금요일 위험회피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과 신흥시장 자산에서 발을 빼 채권 쪽으로 몰려감에 따라 엔화와 스위스프랑 등 소위 저금리의 자금조달 통화에 대한 수요가 활발해졌다고 진단했다.

피난처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숨을 곳을 찾을 때 피난처를 제공해주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금요일 한때 9% 급락하며, 암호화폐가 보다 전통적인 위험자산 시장의 혼란시 헤지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Oanda의 Craig Erlam는 “투심이 얼어붙으면 무엇이 안전자산인지 알게 되는데 오늘 비트코인은 폭락했다. 오늘 목격한 것은 비트코인이 위험자산이란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과 주식이 늘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비트코인과 S&P 500 지수간 상관관계는 양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수준 부근으로 높아졌다. Baird의 Ross Mayfield는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이 어떤 종류의 자산으로 발전할지 논의가 활발하다며, 인플레이션과 변동성 헤지가 될지 아니만 단지 고베타 위험자산이 될지 아직 유동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