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중앙은행 수난시대, 인플레 헤지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전일 OPEC+가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산유량을 줄이겠다는 기습 발표를 하면서 국제유가(WTI)가 한때 8% 가까이 급등해 배럴당 80달러선을 쉽게 돌파했다. 이에 골드만이 브렌트유 기준 내년 전망치를 100달러로 올렸지만 씨티그룹은 상당한 추가 공급 차질이 발생해야만 100달러가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모간스탠리는 하반기 수요 전망이 어둡다며 오히려 올해 전망치를 기존 95달러에서 87.50달러로 내렸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번 감산 결정이 “건설적이지 못하다”며, 어떤 물가 영향이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이미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점에 불확실성과 부담을 더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주간 글로벌 금융 불안이 경제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느라 정신없었던 전세계 통화정책 당국은 이제 유가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 가능성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그야말로 중앙은행 수난 시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100달러 이상 갈 경우 은행 스트레스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더욱 강력하게 물가 안정 조치를 취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5월 FOMC 25bp 인상 가능성을 지난 늦은 금요일 58%에서 약 65%까지 높였다. 다만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3월 46.3으로 예상보다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자 OPEC+ 감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진정되며 미국채 2년물 금리는 반락했다. 뉴욕증시는 최근 기술주 랠리 부담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불러드 ‘유가상승은 연준에 부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OPEC의 감산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연준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 감산에 대해 “서프라이즈”였다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변동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추적하기 어렵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으로 흘러가 우리의 임무를 약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FOMC 금리 결정 투표권이 없는 불러드는 이번 감산이 가져올 파장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유가 움직임이 중국 등의 수요 증가를 전제로 한 자신의 경제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올해 말까지 약 50bp 금리 인하를 베팅 중인 가운데 지난달 자신의 올해 연준 최종금리 전망치를 5.625%로 제시했던 그는 80%-85% 확률로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경제가 느린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월가가 최근 은행 혼란이 악화되어 근본적으로 경제 전망을 바꿀 것이란 비관론에 너무 치우쳐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 스트레스를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이 있고 인플레이션과 싸우려면 통화정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사 쿡 연준이사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 시작했지만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CB 홀츠만 ‘5월 50bp 인상 카드 아직 유효’

로버트 홀츠만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글로벌 은행 시스템을 뒤흔드는 혼란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추가 50bp 금리 인상 카드가 아직 유효하다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로 촉발된 금융 불안이 신용을 억제해 금리 인상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은 경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OPEC+의 기습 감산 결정 역시 향후 경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약간의 낙관론이 되돌아왔지만 아직도 일종의 불확실성이 있다”며, “5월 상황이 더 끔찍해지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 우리는 추가 50bp 인상을 단행할 여유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그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더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매파적 발언에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0.7% 올랐고, 분트채 2년물 금리는 낙폭을 줄였다. 앞서 Gediminas Simkus 위원은 ECB 금리 인상의 대부분이 끝났다고 말했고, Yannis Stournaras 위원은 “난 이제 우리가 끝에 거의 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유행했던 대응전략이 다시 금융시장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그만두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갑자기 OPEC+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했다. 팬데믹 이후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 압력에 여러 차례 허를 찔렸던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이에 대비해 헤지에 나서고 있다. BofA는 올해 들어 금과 소형주, 신흥시장의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State Street Global Markets의 Marija Veitmane는 “또다시 시장에 문제를 던졌다. 인플레이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위한 자산 배분 책임자인 Christian Mueller-Glissmann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방어막으로 단기 미국 물가연동국채를 제시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리스크 다변화를 위해 전략적 배분 측면에서 부동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Plurimi Wealth의 Patrick Armstrong는 연준이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을 우선시할 경우 금융 여건을 다소 완화시켜 다시 인플레이션 파고가 밀려올 수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직성에 대한 베팅으로 일본 10년물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Carmignac의 Frederic Leroux 역시 인플레이션 반등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3%로 내려와 거기서 머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 단계에서조차 인플레이션의 회복탄력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닝시즌 경고

웰스파고의 주식 전략 책임자인 Chris Harvey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다가오는 어닝 시즌을 시작으로 기업 실적이 여러 분기에 걸쳐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블룸버그 TV에서 “여러 분기 동안 이익마진이 압박받기 시작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는데 이제 그 영향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라며, “돈을 벌지 못하고 이익 마진이 압박받으면 고통받게 된다. 어쩌면 매우 어려운 여러 분기 어닝 시즌의 첫 타자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과 미 재무부가 미국 은행 실패에 따른 파장을 막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자본 접근성이 올해 하반기쯤 다소 어려워질 수 있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환경이 둔화되면서 크레딧의 경우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며, 대개 경기가 침체되기 직전의 시기는 연준이나 경제가 부실 기업을 구제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월가 대표적 약세론자인 모간스탠리의 Michael Wilson은 20% 넘게 오른 테크주의 랠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새로운 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 부패 단속

중국 당국이 지난주 금요일 늦게 비공개회의를 열어 역내 대형은행 임원들에게 60조 달러 규모의 금융산업에 대한 부패 단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 관료들이 최소 6개 대형 국유은행의 최고경영진을 불러 류롄거 전 중국은행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CCDI는 지난주 류 전 회장이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CBIRC와 CCDI는 금융 산업의 부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임을 강조하고 은행들이 류 전 회장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고위 임원들에게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자기 규율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다시 속도를 높이는 모습으로, 2월 말부터 적어도 20명의 금융권 임원들이 조사나 처벌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바오판 차이나 르네상스 회장 등 금융계 거물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