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가암초, 美5년물 고점경신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브렌트유가 작년 11월래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서고 미국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3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석유기업인 쉐브론의 최고경영자는 물론 전통적인 약세론자인 씨티그룹마저 100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유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세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불안을 다시 촉발해 연준의 긴축이 거의 끝나간다는 시장의 기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옐런은 또한 일본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엔화 방어에 나선다면 이해할만 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8월 인플레이션마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서 미국채 5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5%를 넘어 2007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역시 4.37%로 2007년래 고점으로 올라섰다. PGIM Fixed Income의 Gregory Peters는 시장이 마침내 연준이 정책 금리를 오랫동안 높게 가져가고 더이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FOMC 정책 결정을 앞두고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가암초 만난 연준

연준이 미국 경제를 연착륙으로 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라는 친숙한 적을 만났다. 에너지 비용 급등은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 1990년대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앗아감으로써 미국을 불황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공급 감소에 국제유가는 6월 이후 거의 30% 급등했다. ​​2022년 고점인 130달러보다는 아직 낮지만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려는 연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

Moody’s Analyt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현재 유가 상승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장기간 100달러 이상일 경우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과 같은 공급 충격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연내 한번 더 금리를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은 원치 않는 변수다. 연준은 대개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근원 인플레이션에 보다 집중해왔다.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이번에도 유가 충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Stifel Financial은 에너지 비용이 현재 연준에게 “빅 와일드카드”라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를 경우 연준이 현재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공격적인 액션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준 관전포인트

빌 더들리 전 뉴욕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연준위원들이 이번주 금리 결정과 관련해 예고한대로 동결을 하겠지만, 경제전망요약(SEP) 업데이트에서 성장과 인플레이션, 실업률을 어떻게 볼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시장참가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연착륙을 SEP가 이번엔 반영할지 주목해야 한다며, 아마도 대다수의 연준위원들은 연내 추가 1차례 인상을 점도표에 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섣불리 앞서나가 금융여건의 완화라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업률 전망치가 낮아진다면 연착륙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6월에 예상했던 2024년 100bp와 2025년 120bp 금리 인하 전망치를 축소한다면 ‘고금리의 장기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둔화 전망

OECD는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과 중국의 실망스러운 반등으로 인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제는 올해 이미 3%의 “평균 이하” 성장을 보인 후 내년에는 2.7%로 코로나19 충격에 무너졌던 2020년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레어 롬바델리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경고했다.

OECD는 그동안 단행된 금리 인상이 앞으로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추가 통화 긴축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부진이 세계 경제에 “주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다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여러 나라에서 고집스럽게 높기 때문에 섣부른 통화 완화는 경계해야 한다며, 내년이 상당히 지나서야 제한적으로나마 금리 인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인도 갈등에 미국 불똥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시크교 지도자의 암살을 인도가 주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으로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캐나다와 중국에 대응하는데 전략적으로 중요해진 인도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인도 정부는 캐나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시크교 지도자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인도와 캐나다는 서로 상대방 국가의 외교관을 추방했다.

백악관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에게 캐나다측 조사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한 미국 정부 관료는 최근 인도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가 골치거리를 안겨주고 있음을 시인했다. 트뤼도 총리는 월요일 의회 연설에서 지난 6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사원에서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인도 정부 요원들이 그 배후에 있다는 “신뢰할만한”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인도는 니자르가 힌두교 사제를 죽이기 위해 공모했다며 그를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이번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교역 확대 협상과 군사 대화 등 모든 면에서 양국 관계가 틀어질 위험이 있다.

중국 첨단반도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자신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화웨이가 최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사실에 대해 “마음이 상했다”면서도, 중국이 이같은 반도체칩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중국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애쓰고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의회 청문회에서 말했다. 미 상무부의 산업안보국은 이달 화웨이 핸드폰과 중국 SMIC가 만든 7-나노미터 칩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러먼도는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상무부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어긴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경우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