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가 진정? 연준 출구전략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즉각 군대를 철수하라는 유엔총회의 결의안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비무장을 요구하며 무차별 공격을 이어갔다. 양국은 2차 평화 협상에서 민간인의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휴전에 합의하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금융·경제 보복 조치가 가속화되면서 피치가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한데 이어 무디스와 S&P도 하향조정에 나섰고, 루블화 가치는 또다시 달러 대비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시장이 더이상 투자가능하지 않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당분간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피드백에 따라 3월 9일부터 블룸버그 지수에서 러시아 주식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일 파월 연준의장의 경기 자신감에 급등했던 뉴욕증시는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등락을 거듭하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 마감했다. 시장은 2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가 42만명으로 견조한 노동시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비 3.7%로 예상치 3.5%를 상회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의 차단이 매우 긴요하다며,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를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가 진정?

JP모간은 러시아의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85달러로 올해를 마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레이더들이 제재 확대 우려에 러시아산 석유를 피하면서 브렌트유는 장중 6% 넘게 뛰어올라 120달러선을 위협했다. 이후 이란 핵합의협상 기대가 높아지며 110달러 아래로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산 석유 중 66%가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JP모간은 전했다. 단기적으로 공급충격이 워낙 커서 유가가 120달러 수준에서 몇달간 지속되어야 수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웰스파고는 유가가 100달러 위에 머물고 상품조사국 식품지수가 작년말 대비 35% 오를 경우 올해 미국 CPI 상승률이 1.3%p 더 올라 1981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에너지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현지시간 목요일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뒤 오름폭을 대부분 반납하는 등 요동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는 이미 타이트한 유럽 에너지 시장에 리스크를 더했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은 원자재 상품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선물 가격은 한때 20% 넘게 급등하며 메가와트시당 200유로 직전까지 올랐다가 153유로로 밀리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번주 초 만해도 90유로대에서 거래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변동폭이 100유로에 이른다. 영국 천연가스 선물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Rystad Energy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Kaushal Ramesh는 “전례 없는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네덜란드 시장에서 가격이 치솟자 이익실현이 나와 심리에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유럽은 LNG 수입을 늘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아시아 역시 재고 확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천연가스 랠리에 기름을 붇고 있다.

연준 출구전략

파월 연준의장은 현지시간 목요일 상원은행위원회에 출석해 3월 25bp 금리 인상 지지 의향을 재확인하고, 인플레이션 고삐를 잡기 위해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생각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 역시 3월 25bp 인상을 지지할 계획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 금리 인상 속도나 폭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상대적으로 빨리 기준금리를 팬데믹 이전 수준인 1.5-1.75% 부근으로 올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중국 무역

러시아 중앙은행이 국제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러시아 루블화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요일에만 25% 급등해 주요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거래가 그만큼 부담이 높아졌다. 일부 중국계 은행은 해당 통화 쌍의 거래를 중단했고,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는 등 시장 압박 신호도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와 중국간의 전략적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그 보복으로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단절되고 있어 중국과의 교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 데이터를 토대로 블룸버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양국 간의 총 교역량은 2020년 1120억 달러에 이른다.

Credit Agricole CIB Hong Kong Branch의 Xiaojia Zhi는 “러시아와 중국간 무역이 거래 비용 상승 및 제한된 채널 등 도전에 직면할 수 있겠지만 교역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러시아의 수요가 약해질 수 있으나 양국은 이를 기회로 위안화 무역 결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러시아 측에 금융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며 정상적인 교역의 지속을 희망하고 있어 중국은 러시아에게 방패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상당 규모의 양자간 통화스왑 계약을 맺은 데다가 러시아 외화보유고 중 13% 정도가 중국 자산에 투자된 상태로, 이를 통해 러시아는 수입에 필요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회사채 불안

투자자들이 러시아 기업들의 외화채권 채무이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판 구글’로 불리는 검색 엔진업체 얀덱스가 현지시간 목요일 만기가 돌아온 달러채에 대한 쿠폰이자를 지급했다. 얀덱스는 2025년 만기인 12.5억 달러의 채권에 투자한 이들에게 470만 달러의 쿠폰 이자를 송금했다고 2명의 채권 보유자가 익명을 전제로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강도 높은 국제 제재에 직면하고 자본통제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진 러시아에 본사를 둔 기업의 외화채권 쿠폰이자 지급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Voya Investment Management의 Jean Dominique Butikofer는 “제재조치와 개정, 이행 등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어 매일 헤매고 있다”며, 모든 쿠폰이자 지급은 러시아 기업들의 채무이행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역외에 미달러를 예치한 듯 보인다며, 당분간 디폴트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국영에너지업체인 가즈프롬은 3월 7일 만기 예정인 13억 달러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