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가 폭등에 연준 빅컷?

(블룸버그) — 사우디 피습 충격에 브렌트유가 한때 19% 넘게 오르고 WTI도 15% 이상 폭등을 연출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부에선 연준을 비롯한 여러 중앙은행들이 더욱 비둘기파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연준을 공격하며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미국은 연준 때문에 다른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도 유가가 타격을 입었다. 큰 폭의 금리 인하와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당장 이번주 FOMC를 앞둔 연준을 더욱 압박했다. 아람코 생산시설 복구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조짐이다.
사우디발 악재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증시가 약세 마감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5bp 가량 하락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은 실무진이 먼저 금요일에 만난 후 다음주 쯤 고위급 회동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 행정부가 관세 장벽과 관련해 일본과 잠정적 무역합의에 도달했으며 수주내에 협정을 맺고자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당장 평양을 가진 않겠지만 언젠간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차관은 중동 불안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는 중이나 환율은 8월에 비해 다소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사우디 복구 시간 걸릴듯

지난 주말 공습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5%를 차지하는 사우디 아람코의 생산시설이 마비된 후, Abqaiq 원유처리 시설이 제대로 복구되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처음에는 며칠 안에 상당량의 원유 흐름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bqaiq는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며 사우디 산유량의 약 절반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생산 차질은 단일 규모로 최악의 공급 충격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손실 만회를 위해 여유 생산시설로 확보해둔 유휴 유전을 급히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예멘 후티 반군은 계속해서 사우디 원유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겨냥하겠다고 경고했고, 배후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한 트럼프는 미국이 책임소재 확인 결과에 따라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선 안된다며 신중함을 요구했고, 이란 로하니 대통령은 사우디-예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결과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사우디는 이란무기가 공격에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최악의 타이밍

사우디 원유 시설 드론 공격에 따른 기록적인 유가 급등은 이미 하강세를 그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볼때 최악의 타이밍에 발생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타격의 정도는 가격 급등세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지만, 이미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 취약해진 비즈니스와 소비자 심리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인 제조업 침체는 중국과 독일 등 수출 강국의 성장을 압박하고 있다. 노무라 홀딩스는 “글로벌 성장이 동시에 둔화되고 많은 지정학적 위험이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부정적 공급 쇼크는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여파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인도와 남아공 등 경상수지와 정부 예산이 적자인 신흥국의 경우 대규모 자본 유출과 통화 약세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원유 수출국은 기업과 정부 수입이 늘겠지만, 원유 수입국은 그 비용을 떠안으면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유럽내 많은 국가들 역시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사우디발 악재로 중앙은행들이 추가 통화정책 지원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사태는 향후 몇주간 중앙은행들의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를 기대할만한 근거를 더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주 제조업지수가 9월 예상보다 하락해 미국 제조업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더했다.

존슨 브렉시트 담판, 성과없이 끝나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이 성과없이 끝나고 깜짝 시위에 기자회견을 취소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합의 가능성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시끄러운 음악을 틀며 ‘더러운 거짓말쟁이’라고 존슨을 비난하자 영국 협상팀은 EU측에 기자회견을 건물 안에서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묵살당하고 말았다. 존슨은 결국 혼란스러운 현장을 떠나야만 했고, Bettel 룩셈부르크 총리는 영국과 브렉시트에 대해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실망 매물에 파운드는 장중 최대 0.8% 밀렸다. 협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돌파구 마련에는 근접하지 못했다고 한 EU 관료가 전했다. 존슨은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후 BBC 인터뷰에서 “큰 그림은 집행위가 딜을 원한다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확실히 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U측은 영국이 여전히 아무런 제안도 내놓지 않았다며, 영국이 책임지고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슨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유럽연합(EU)이 유럽내 트레이더들의 런던 증권거래소 이용을 막을 경우 주식시장이 노딜 브렉시트 발발시 심각한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영국 금융당국이 경고했다.

레포시장 혼란…연준 통제력 상실?

미국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현지시간 월요일 혼란에 빠지며 연준이 단기 금리를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ICAP에 따르면 미국채 입찰 결제와 기업의 분기 세금 납부 홍수 속에 오버나잇 레포금리가 3.80%로 153bp나 뛰어 12월래 일일 기준 최대폭 상승했다.이같은 시장 움직임에 연준은 이번주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정책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하기 위해 또 한 번 초과지준부리(IOER)를 조정할 수도 있다. 실효연방기금금리(EFFR)는 현재 2.14%이며, 연준은 2%~2.25% 범위를 기준금리 목표로 하고 있다. BofA는 “연준이 통제력을 잃었다”며, EFFR이 해당 범위위 상단을 향해 급등할 경우 연준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IOER를 인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떨고 있는 유럽 명품업체일부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재 패널은 예상대로 금요일 유럽의 에어버스 불법 지원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합법적으로 유럽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금요일 밝혔다. EU 소식통에 따르면 WTO가 이달 말까지 관련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회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50억~70억 달러의 유럽산 제품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110억 달러 상당의 유럽산 수입품에 관세를 위협해왔다. 대표적 프랑스 명품브랜드인 LVMH는 주가가 한때 4.8%나 하락했고, 에어버스도 5% 넘게 급락했다. 계속되는 홍콩의 정치적 혼란과 중국 경제 둔화 역시 유럽계 패션업계와 주류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WTO의 청신호에 따라 미국은 며칠 후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간 총 수출액이 250억 달러에 달하는 일련의 유럽 상품에 대해 최대 10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항공기 등 잠재적 대상 목록을 공개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