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노착륙’? 미국채 변동성↓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고 노동시장 강세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노착륙(no landing)’으로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즉 우려했던 경기침체를 피해 성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연준이 보다 매파적으로 나올 위험 역시 높아진다. Janus Henderson Investors의 Matt Peron는 최근 경제지표가 시장의 ‘골디락스’ 분위기를 지지한다며,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하락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는 올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4%로 높였다.

미국 1월 소매판매 서프라이즈에 미국채 매도세가 이어진 가운데 2년물 금리는 5거래일째 상승해 한때 4.70%에 바짝 다가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뉴욕증시는 미국 경제의 견조함에 초점을 맞추며 반등에 성공했다. 한편 미 의회예산국은 연방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7월 지급 디폴트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부의장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 낙점됨에 따라 차기 연준부의장 후보로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가 거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기후변화 구설수와 조직 개혁 압박 속에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결국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소매판매 서프라이즈

미국 1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3% 증가해 시장 예상치 2%를 상회했다. 작년 12월 1.1% 감소에서 거의 2년래 가장 큰 폭의 증가로 돌아선 셈이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2.6% 늘어 예상치 0.9%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뉴욕주 제조업지수는 2월 -5.8로 이전치 -32.9에서 상당폭 개선됐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13개 종목군 모두에서 증가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유일한 서비스 분야인 식당과 주점의 매출이 7.2% 늘어 2021년 3월래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소매판매 자료가 인플레이션 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확한 경기 판단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주춤하고 경제가 힘이 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번 소매판매 수치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웰스파고가 조사한 2월 주택시장심리지수가 5개월래 최고치인 42로 전월 35에서 올라 2020년 중반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하며 주택시장에도 청신호가 나타났다. 1월 제조업생산은 전월비 1% 증가로 거의 1년래 가장 호조를 보였다.

미국채 변동성↓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트레이더들이 베팅을 재조정하느라 바쁘지만 한가지 희소식은 채권시장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미국채의 내재변동성을 보여주는 MOVE 지수는 최근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111 부근으로 작년 고점 대비 30% 넘게 후퇴했다. 작년에 비해 크게 조용해진 데에는 1월의 블록버스터급 고용보고서와 여전히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연준의 정책 결과에 대한 분포도가 좁아진 영향이 크다. 인플레이션 피크가 긴축 주기의 종료는 물론 올해말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베팅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 연준 피봇 기대는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스왑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7월까지 약 5.3%으로 올리고 올해 내내 5% 위에서 유지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번달 25bp 인상으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는 현재 4.5%-4.75%에서 운용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연준이 원하는대로 수요 파괴가 촉발될 수 있지만 이같은 상황은 보다 안정적인 무위험 벤치마크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금리 스트래티지스트 Praveen Korapaty는 변동성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채권 금리는 올해 더 오르겠지만 작년과 달리 점진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따라서 변동성 하락 리프라이싱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CB 3월 50bp 인상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추가 50bp 인상할 생각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유럽연합 의회 의원들에게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할 때 다음 3월 회의에서 금리를 50bp 더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통화정책의 다음 경로를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이 3개월에 걸쳐 둔화되었지만 ECB 위원들은 급등하는 물가와의 싸움에서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로자들이 구매력 악화를 이유로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어 고집스런 기저적인 물가 압력이 더욱 거세질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몇몇 ECB 위원들은 다음달 예고한 50bp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Gabriel Makhlouf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이에 동조해 2%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forceful)” 조치를 계속해서 취하는데 마음이 열려있다고 화요일 말했다.

美주식거래 결제일 단축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부분의 증권에 대해 결제일을 기존 T+2(거래성립일+2영업일)에서 T+1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을 최종 마무리했다. 2021년 1월 게임스탑 등 ‘밈(meme)’ 주식 투자 열풍에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면서 노출됐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현지시간 수요일 “이같은 개정은 시장을 보다 회복력 있게, 시의적절하게, 질서정연하게,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규정은 2024년 5월부터 시행되며, 이에 따라 미국채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T+1 결제가 적용된다. 또한 증권사는 트레이드 배분과 확인 등 일부 핵심 거래 단계를 1영업일이 끝나기 전에 완료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 경고

이번주 미-중 외교당국 수장이 독일 안보컨퍼런스에 참석해 양국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Wang Wenbi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수요일 브리핑에서 미국 제트기가 이달초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안에서 격추한 중국 풍선이 경로를 이탈해 미국 영공에 흘러들어간 사건은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격추하기로 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며 우리의 주권과 정당한 권리, 이해를 확실히 수호하기 위해 우리 주권과 안보를 침해한 미국 기관에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작년 5월부터 중국 상공을 떠다녔던 10개의 미국 풍선 중 일부가 신장 및 티벳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은 중국 소재 전직 직원이 기밀 정보를 훔쳤다고 비난했다. ASML은 내부 조사를 시작했으며 보안 통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통제의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규제당국이 조치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알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비에 대한 기술적 정보를 저장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에서 데이터가 도난당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