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멜트다운, 경제재개 시동

(블룸버그) —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붕괴가 본격화되는 모습에 미국내 셧다운 완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미국 3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졌고, 4월은 더욱 암울해 보인다. 코로나19 진정 신호에 급등했던 뉴욕증시는 미국 실물지표 악화를 확인하며 전일 상승폭을 상당부분 반납했다. 대규모 대손충당금으로 줄줄이 어닝 쇼크를 발표한 은행업종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미국채금리는 10년물이 12bp 가량 빠지는 등 장기물을 중심으로 하락했고, 달러(BBDXY)는 1%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유가(WTI)는 미국 수요 붕괴와 공급 급증에 배럴당 20달러를 하회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생산 조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반등을 시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정점을 지났다며 현지시간 목요일 경제 재가동 관련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며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조 노력은 더 깊은 혼란에 빠졌다. 피치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고하며 멕시코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한 후 달러-멕시코페소 환율이 최대 1.3% 급등했다. 한편,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과반을 훌쩍 넘는 180석 확보가 유력해 ‘압승’이 예상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거대여당 탄생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경제 멜트다운

미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결국 무너졌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8.7% 감소해 집계가 시작된 1992년래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고, 제조업생산은 6.3% 줄며 1946년래 최대폭 감소했다. 4월은 더욱 암울해보인다. 뉴욕주 제조업지수는 4월 -78.2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고, 4월 NAHB 주택시장지수는 30으로 7여년래 최저 수준이다. Maria Fiorini Ramirez는 “경제 셧다운이란 사실상 불을 끄는 것과 같다. 식료품 가게와 온라인 주문 외에 거의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경제가 재개되기 시작하면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간은 2분기 GDP성장률을 연율 -40%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많은 상점들이 이미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상태에서 제대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3월 소매판매 지표가 충격의 진면모를 모두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소비가 3분기부터 되살아난다 하더라도 기업 투자 부진이 이어질 수 있어 기껏해야 연말 정도에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베이지북에서 “경제활동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전역에서 갑자기 크게 수축됐다”고 평가했다. 3490억 달러 규모의 소기업 구제 프로그램이 현지시간 수요일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유가 20불 붕괴…美 생산중단 검토

국제유가(WTI)가 수급 우려에 한때 배럴당 20달러선이 무너져 2002년래 저점으로 밀렸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생산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 시추업체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등을 시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의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가솔린 소비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원유 공급은 거의 2000만 배럴 늘어 주간기준 사상 최대폭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의 역사적 감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며, 2020년은 글로벌 석유시장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은 다음달부터 공급을 크게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4월은 여전히 물량을 쏟아내고 있고 미국의 생산 감소는 소폭에 불과하다. Schork Group은 현재 감산만으로 수요 붕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수요는 올해 하루 900만 배럴 이상 줄어 십년간의 소비 증가분이 사라질 수 있다. 4월 석유 소비는 거의 3분의 1가량 줄어 1995년래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 여름이면 저장시설마저 꽉 차서 더이상 사들일 수가 없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유가가 더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재개 시동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신호 속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경제활동 재개 준비를 위한 새로운 테스크포스팀을 결성하는 대신 현지시간 수요일 재계대표들과 마라톤 회의를 열고 있다고 2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4번의 전화회의에서 애플의 팀 쿡,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월마트의 덕 맥밀런 등 미국 경제 각 부문을 대표하는 200명 이상의 재계인사들과 셧다운 해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고문이었던 Stephen Moore는 6월까지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상상을 초월한 경제적 재앙이 예상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르면 다음주나 늦으면 5월 1일엔 정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셧다운 해제 목표 시점으로 5월 1일은 미국내 많은 지역에서 “다소 낙관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코로나19 최대 진앙지가 된 뉴욕주는 셧다운 완화를 향한 첫단계로 대규모 항체검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또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명령했다. 뉴욕시장은 9월이면 보다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G-20 최빈국 지원

G-20 경제수장들은 5월 1일부터 올해말까지 최빈국의 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해주기로 합의하고 민간 채권단의 동참을 촉구했다. 중국 등 최빈국에 많은 돈을 빌려준 국가들이 G-20에 포함되어 있어 이같은 국제적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최빈국들은 부채를 갚는 대신 그 자금으로 바이러스 퇴치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사우디 재무장관은 G-20의 최빈국 부채 구제책이 약 2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G-20은 펀더멘털이 견조한 신흥국(EM)을 대상으로 긴급 유동성 라인을 설치하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IMF의 대외준비자산인 특별인출권(SDR)을 확대하는 방안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편 IMF는 앞서 “대봉쇄(Great Lockdown)” 경기 침체가 거의 한세기래 최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거나 재유행하는 경우 세계 경제의 수축 및 회복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3.3%에서 -3%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최악 대비하는 월가 은행들

월가 은행들은 팬데믹에 글로벌 경제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멈춰서면서 아직 디폴트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미리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려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JP모간과 웰스파고에 이어 BofA 역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결과 1분기 이익이 45% 급감했다. 씨티그룹의 경우 채권 트레이딩 부문이 8년래 최고의 분기실적을 자랑했지만 70.3억 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에 주당순이익이 1.05달러로 시장 예상 평균치 1.44달러를 하회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는 “경제가 더 나빠지면 추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최악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정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IR콜에서 밝혔다. JP모간은 총 82.9억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월가 최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손에 쥔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충격에 해당 부문에서 약 9억 달러 손해를 보며 1분기 이익이 46% 급감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