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에 항복한 시장, 경제 연착륙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스왑시장이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치를 현지시간 화요일 뉴욕 오후 거래에서 75bp로 낮췄다. 이는 연준이 지난 12월 점도표에서 제시했던 중앙값 전망치에 부합한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초만 해도 3월을 시작으로 올해 150bp 넘게 인하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5월은 물론 6월 인하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Mischler Financial Group는 금리 인하 기대를 둘러싼 “버블에서 공기가 빠져나갔다”며 시장 가격이 적정해 보인다고 진단했고, Lord Abbett은 시장이 그동안 금리 인하의 시점과 규모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했다며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채권 발행 홍수 속에 미국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2-4bp 가량 올랐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블랙록은 높아진 금리와 끈질긴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액티브 펀드매니저와 헤지펀드들에게 단순한 매수-보유 포트폴리오를 앞설 수 있는 더 큰 기회가 생겼다며 “새로운 체제”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데이브 램스던 영란은행(BOE) 부총재는 향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통해 사들였던 영국 국채 전부를 처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백악관 회동 후 의회 지도자들 셧다운 모면 낙관

의회 지도자들이 현지시간 화요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후 3월 1일로 시한이 다가온 부분적인 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가 세출 예산안을 승인하기 위한 경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미국-멕시코 국경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치 상태다. 슈머는 심지어 이에 대해 “내가 겪었던 것 중 가장 치열한 논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의회 지도부와의 회동에 앞서 “정부 셧다운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이에 동의하고 초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의 강경 보수파는 낙태 접근권, 이민, 기후 등 주요 정책 현안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재정 절벽이라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과거 유사한 정치 혼란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의 전망을 낮추기도 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백악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합의에 도달하고 정부 셧다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그 기간에 따라 달라지며, 서서히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추정에 따르면 전면적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일주일마다 미국 경제의 분기 성장률이 0.2%p씩 타격을 입지만, 그 손실은 나중에 연방정부 봉급이 지급되면 대부분 회복된다.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셧다운 리스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G-20 ‘세계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는 재무장관들은 세계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예상보다 빠른 디스인플레이션을 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할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확인한 2월 23일자 성명서 초안에서 나타났다. 해당 초안은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리스크는 보다 균형적이며, 상방 리스크 중 예상보다 빠른 디스인플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적절한 통화정책과 공급망 차질 완화, 누그러진 원자재 상품 가격 덕분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최종본은 브라질 상파울루 회의서 치열한 협상을 거쳐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세계 경제는 최근 몇 년간 팬데믹 충격과 치솟는 물가, 가파른 금리 인상에 시달린 뒤 이제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 2.9%에서 3.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IMF 총재는 이번 G-20 회의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이라는 당면한 글로벌 정치 과제를 넘어 불평등과 기후 변화 등 보다 중기적인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탈세계화와 분절화로 좀처럼 합의가 쉽지 않은데다 전쟁 대응과 관련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입장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성명서 초안은 특정 지역을 지칭하지 않은 채 “세계 많은 지역에서의 분쟁”과 “지경학적(geoeconomic) 긴장”을 여러 도전과제 중 하나로 언급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화요일 상파울루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연착륙 경로가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했다며, 다만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 최빈국의 부채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많은 국가에서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보우먼 연준이사 ‘금리인하 시기상조’…내구재·소비자신뢰 부진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는 현재 수준의 제약적 금리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겠지만 아직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한 연설에서 적절한 정책 경로를 평가하기 위해 새로 들어오는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파급 효과, 금융 여건 완화, 지속적인 노동시장 긴축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리스크를 제시했다. “새로 들어오는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2%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계속 보여준다면, 결국 통화 정책이 지나치게 제약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 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게 적절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내 생각에는 아직 그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또한 만일 인플레이션 진전이 멈추거나 뒷걸음칠 경우 “향후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생각이 아직도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솔로몬은 경제 연착륙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다소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의 1월 내구재 주문 증가율이 전월비 -6.1%로 2020년 4월래 최악을 기록했다. 보잉 여객기 사고 여파에 항공기 주문이 급감한 영향으로, 운송 제외시 내구재 주문 증가율은 -0.3%을 기록했으나 시장 예상치 0.2%에 못미쳤다.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 역시 2월 106.7로 4개월만에 하락해 경제와 고용, 금융 여건 전망에 대한 미국인들의 견해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5.2%로 2020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연준 금리 인하 경로, 느리지만 꾸준하지 않을 수도

연준이 금리를 관리하는 방식과 관련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가파른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 연준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렸다. 이제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경제가 여전히 강세를 보임에 따라 연준 위원들은 더 느리고 어쩌면 덜 규칙적인 속도로 금리를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몇몇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는데, 대부분은 신중하고 느린 접근방식을 지지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부의장은 1990년대 중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다음 세 차례 회의에서 잠시 멈춘 뒤에 추가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경제의 연착륙을 달성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지난주 연준이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펠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지 피에그자는 “연준이 이번에는 모든 면에서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며, “정책 긴축을 되돌리기 시작하면 향후 경로는 시장 예상만큼 균일적이고 예측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서둘러 정책을 완화할 유인이 없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모기지, 신용카드와 같은 대출 비용은 물론 금리 인하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주기는 펀더멘털 상 여느 때와 많이 달라 보인다. 연준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금리를 낮추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금리 인하가 경제전망요약(SEP)이 발표되는 분기별 FOMC 회의나 두 번에 한 번씩 어떤 규칙을 갖고 결정되기 보다는 전적으로 경제지표 흐름에 달려 있다며, 올해 5월부터 연말까지 총 125bp 인하를 예상했다. 도이치은행은 중립금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두 단계로 나누어 처음엔 25bp씩 몇 번 내린 뒤 오랫동안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antander US Capital Markets는 연준이 무작위로 움직일 경우 자칫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11월 재선에 성공할 경우 파월 연준의장을 재임명하지 않겠다고 말해 정치적 불확실성도 연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캐나다 최대 연금, 오피스건물 익스포저 축소…뉴욕은 1달러에 팔아

캐나다의 연기금들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부동산을 사들이며 다른 나라의 은퇴 기금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제 최대 규모의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오피스 빌딩 익스포저를 축소하려 애쓰고 있다. CPPIB는 밴쿠버 타워빌딩 2곳과 남부 캘리포니아의 비즈니스 파크, 뉴욕 맨해튼의 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을 할인가에 매각했다. 뉴욕 지분의 경우 단 돈 1달러에 팔아치웠다. 이러한 거래는 자칫 시장 혼란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주요 투자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우려가 있다. BMO Capital Markets의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인 John Kim은 이번 거래에 대해 “오피스 건물에 대한 불신임투표”와 같다며, 다음은 누가 될지가 관심사라고 진단했다. CPPIB의 자산 규모는 5908억 캐나다달러(4369억 미달러)로 세계 10대 연기금 중 한 곳이며,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414억 캐나다달러에 이른다.

소식통에 따르면 CPPIB는 오피스 건물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확장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부동산 중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경우 차라리 이를 매각해 수익률이 더 좋은 곳에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CPPIB의 글로벌 부동산 책임자인 Peter Ballon은 최근 거래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지만, 최근 완공된 밴쿠버의 37층 타워를 포함해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은 우리 투자 프로세스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해당 자산의 가치가 극대화되고 그 자금을 오피스 빌딩을 포함한 다른 자산, 섹터 및 시장에서 수익률이 더 좋은 곳으로 재배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처분한다”고 이메일 성명서에서 말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