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세계 누적 확진자수가 10만8000명을 넘어서고 미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포감이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부양보다 연준 추가 금리 인하를 선호하며 그것만으로는 경제를 살리는데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버리고 채권과 금, 엔화 등 가능한 안전한 피난처로 숨는 모습이다. 중국 올해 1-2월 수출이 예상보다 악화되며 달러기준 전년동기대비 17.2% 감소했고 3월 실적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팬데믹을 경고했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감염에 의한 사망자수가 8일 133명 증가해 모두 366명이 되었고 감염자수가 7375명에 달했다.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인 4분의 1가량에 대해 모든 여행을 금지하는 사실상 봉쇄 조치를 내렸다. 애플은 전세계 직원 대부분에게 9일부터 13일까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금요일 한때 4.1%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나 막판 매수세에 힘입어 마감시 1.7%로 낙폭을 줄였다. 미국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을 크게 뛰어 넘어 27만 3000명 증가하고 실업률이 3.5%로 하락했지만, 이는 코로나19가 미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의 결과로 당국의 대응에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두려움이 커지며 미국채 주요 금리는 사상최저를 경신했다. 10년물 금리는 한때 0.657%까지 내렸다 15bp빠진 0.762%에 마감됐고 30년물은 한때 356bp까지 추락한 1.185%에 다다랐다 25.3bp내린 1.287%에 마감됐다. 30년물 선물시장 거래에서 수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번주 역시 금융시장은 대혼돈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JP모간은 크레딧과 자금조달시장에서 경색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거부로 결국 OPEC+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유가(WTI)는 10% 가량 급락했고, 사우디는 증산에 나서겠다며 유가전쟁을 선포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동향 3월호에서 코로나19 확산에 한국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공포시대 금리
코로나19발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올인하며 주요국 금리가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이에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취하는 분위기다. 금요일 분트 10년물 금리는 최대 6bp 하락한 -0.747%, 30년물은 13bp 빠진 -0.337%를 터치했다.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한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급락하며 1.185%까지 밀렸고, 10년물은 장중 신저점을 0.657%까지 낮췄다.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채권금리에 하한선은 없다며,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NatAlliance는 유동성 부족으로 미 30년물 금리가 곧 1%를 하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olumbia Threadneedle은 미국채 선물시장에 대해 장이 이처럼 얇았던 적이 없다고 지적했고, BlueBay Asset Management는 미국 머니마켓에서 FRA/OIS 스프레드 확대를 주목하며 “신용경색의 수렁”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S&P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양적완화, 일본은행의 자산매입 확대,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완화 조치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llianceBernstein은 중앙은행이 가능한 모든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어 채권 랠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 와해에 사우디 전면전
러시아가 사우디가 취한 추가 감산 압박에 저항하면서 결국 OPEC+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금요일 국제유가(WTI)는 2014년래 최대폭인 10% 넘게 빠졌고 이미 오늘 아침에도 20% 넘게 빠지고 있다. 사우디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충격에 대응해 산유량을 올해 연말까지 하루 150만 배럴 추가로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유가에 덜 민감한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두 거대 산유국간의 외교적 동맹마저 위태로워졌다. 이달말 종료되는 기존의 하루 210만 배럴 감산 약속 역시 연장되지 않았다.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이제 모든 OPEC+ 국가들이 4월 1일부터 산유량을 감축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IHS Markit은 “산유국 동맹이 코로나19에 희생당했다”며, “극적인 수요 위축에 산유국이 항복을 선언했다. 다음 분기에 유가가 20년래 최저 수준을 보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OPEC+ 합의가 깨지자마자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크게 늘리고 자국의 원유 공급가를 30여년래 최대폭 내리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커들로, 선별적 제한적 부양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은 미행정부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할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현지시간 금요일 글로벌 벤치마크 채권 금리가 사상최저로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그는 미 행정부가 제한적 정책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시의적절하고 선별적인 미시 대책을 원하는 쪽”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광범위한 대응과는 거리를 두었다. “모든 미국인에게 1000달러씩 돈을 주며 3000억-4000억 달러를 던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정부양책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대신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금리를 인하해야 하며 연준이 부양을 해야 한다”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커들로는 가능한 부양책으로 자가 격리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는 개인과 영세업체, 항공사와 농업 등 일부 피해가 심각한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루즈와 여행, 항공산업의 세금을 유예해주는 방안이 예상된다. 커들로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행정부가 “매우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행정명령이나 의회 도움을 통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78억 달러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지출안에 서명했다.
연준의 고민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총재는 연준이 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만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에 불충분할 수 있다며 보다 광범위한 자산 매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미 사상최저인 상황에서 그는 전형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지난 금융위기때처럼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유럽과 일본처럼 연준 역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연방기금금리가 실효하한까지 갈 경우 민감하게 움직이는 10년물 미국채 금리마저 그 부근으로 내려가면서 연준의 채권매입 정책이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코로나19가 단순히 공급충격에 그치지 않고 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다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 양적완화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모든게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며, 필요시 연준이 다시 행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핌코의 경고
핌코의 글로벌 경제 고문인 Joachim Fels는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거의 확실해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제에 있어서 최악은 향후 수개월 사이에 나올 것”이라며, 중국 제조업 급락과 여행 관련 서비스 시장의 부진을 지적했다. 코로나19가 두달 내에 피크에 도달한다는 전제 하에 경기침체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겠지만 미국 크레딧 싸이클에 균열이 발생해 금융여건이 크게 타이트해지면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연준이 최소 50bp 추가 인하를 단행하는데 이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는 처음에 ‘I’자 형태로 추락한뒤 ‘L’자형으로 침체를 이어가다가 서서히 ‘U’자형 반등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 기사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