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피바다’에 파월 개입, 中PMI

지난주 금요일 코로나19 공포에 투자자들이 주식은 물론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까지 묻지말고 내다파는 ‘피바다’가 연출되자 파월 연준의장이 이날 뉴욕장 마감전 구두개입에 나섰다. 우선 그는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했다. 다만 코로나19는 경제 활동에 서서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준이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경제를 뒷받침하는데 적절한 정책수단을 시행하고 “행동에 나설 것이다”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의 발언에 S&P 500 지수는 낙폭을 상당부분 되돌렸지만 주간기준 11% 하락해 2008년 10월래 최악의 매도세를 경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재차 압박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 2월 제조업 PMI는 코로나19 충격에 역대 최저를 나타내 추가적인 금융시장의 혼란을 예고했다.

파월의 구두개입에 앞서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대한 글로벌 위험 수준을 ‘매우 높음(very high)’으로 격상했고, 백악관이 일부 학교의 휴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날 뉴욕증시 주요주가지수는 이틀 연속 장중 4% 넘게 추락했다. 미국채 금리는 연준의 추가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에 2년물 금리가 1%를 하회해 0.8%대까지 밀렸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7% 가까이 추락해 배럴당 44달러를 하회했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 역시 크게 빠졌다. 커들로 백악관 고문이 ‘저가매수’ 타임이라며 시장 진정에 나섰지만, SunTrust는 투자자들이 무조건 주식을 던지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순수한 청산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미국과 일본 정부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감염지역 여행을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독일은 국경 검사를 강화했고, 스위스에선 대규모 행사가 금지되면서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됐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와 멕시코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됐다. 애플 등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이어지고 출장 제한 조치 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편 어제 발표된 한국의 2월 수출은 코로나19영향에도 불구하고 전년동월대비 4.5% 증가하며 15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확산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추경안을 5일 제출하기로 협의했다고 홍남기 부총리가 말했다고 머니투데이가 오늘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중국 최악의 PMI

코로나19 충격에 중국 2월 제조업 PMI가 예상보다 크게 낮은 35.7로 전월 50에서 급강하했다. 서비스업 PMI 역시 54.1에서 29.6로 무너져 사상최악을 기록했다. ANZ는 V자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1분기 성장률을 -2%로 제시하고, 대대적 경기부양보다는 선별적 지원에 머물고 있는 중국 당국의 조치에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ING는 해당 지표가 월요일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 지난 토요일 노무라는 PMI 최근자료 확인 후 중국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핌코는 1분기 성장률을 연율기준 -6%로 제시하면서 연간성장률이 3%로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MI 발표전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했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1분기 성장률이 중앙값기준 전기대비 -0.2%, 전년대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5.5%와 5.8%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가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지원을 기대했다. 중국 수요 감소 영향 등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호주의 GDP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3%로 하향조정했다. 오늘 아침 호주 채권시장에서는 3년 채권금리가 역대 최저인 0.35%로 하락했다.

골드만 ‘연준 75bp 인하’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의 “단기 위축”을 초래해 연준이 올 상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GDP가 올해 1-2분기에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하반기에 반등한다는 시나리오다. “경기불황 직전의 단기적 글로벌 수축”이 예상된다며, 연준이 3월 25bp 인하를 시작으로 6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75bp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FOMC가 보다 타이트한 금융여건을 두려워해 상당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해 유럽과 미대륙까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에 대해 비관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골드만은 광범위한 공급체인 중단과 내수 약화가 보다 심각한 경기하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글로벌 GDP 성장률이 2분기 반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불러드 ‘팬데믹시 금리 인하 가능’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팬데믹)으로 번질 경우 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면서도, 아직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만일 글로벌 팬데믹으로 발전한다면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지만, 이는 현재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진단했다. 그는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이 없다.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예정에 없는 긴급 FOMC 회동 필요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코로나19가 더 심각해질 경우 연준이 긴급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데 베팅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베팅에 미국채 금리가 사상최저를 경신했다. 트레이더들은 현재 FOMC 3월 회의와 6월 회의에서 25bp 인하를 각각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을 따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3월 회의 결과를 예단하고 싶지 않다. 회의 당일까지 상황을 모니터하기를 원한다.” 대표적 비둘기파로 알려진 불러드는 종종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가장 먼저 시사하곤 했다. 하지만 금요일 기조전환 필요성을 주장하진 않았다. 그는 FOMC가 작년 3차례 금리를 내리면서 연준이 부정적 충격에 잘 대비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준 제로금리?

머니마켓 트레이더들은 코로나19 확산에 연준이 신속하게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고, 심지어 비상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다는데 베팅하기 시작했다. 유로달러 옵션시장에서는 연준 기준금리가 이르면 6월 제로 수준까지 내려갈 상황에 대비한 헤지성 거래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생각보다 금리 인하가 더 빠르게 단행될 수 있다는 베팅이 가열되었다.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3월 25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올해말까지 3-4차례 금리 인하를 내다보고 있다. UBS는 “비상사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심리 타격, 유가 급락, 주식시장 움직임, 글로벌 공급체인 리스크 등 근거는 다양하다”며, “대부분의 다른 중앙은행과는 달리 연준은 정책을 움직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였다. 다음 FOMC는 현지시간 3월 17일-18일로 예정되어 있다. 3개월 리보금리의 경우 금요일 1.46275%로 11.8bp 폭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일기준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연준이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대신 3월 정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러스 공포에 금도 판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오랫동안 신뢰를 받는 안전 자산인 금 마저도 바이러스 공포에 트레이더들이 내다팔았다. 금요일 금 가격은 장중 수년래 최대폭인 5%나 급락했다. 이를 두고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자산군의 손실 보전을 위해 금을 내다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Commerzbank는 “피바다”라며, “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면서 동시에 주식 손실과 마진콜을 커버하기 위해 금 포지션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RBC Wealth Management는 중국의 금 수요 위축 가능성에 마진콜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탠다드차타드는 단기 이익실현에 불과하다며 올해 2차례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감안할 때 금값은 여전히 위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12개월 안에 1800달러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기사 문의: 서은경(뉴욕) 기자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