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어제 미국채가 상승하고 원자재상품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완화 논의가 경기침체 우려를 잠재우는데 실패한 모습이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S&P 500 지수는 장중 2.2%까지 밀린 이후 에너지 가격 진정 등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100지수는 1.7% 상승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83% 부근으로 하락했다. 유로존 경기둔화 우려 속에 유로화 또한 달러대비 20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노무라의 Jordan Rochester는 어제 유로 약세는 러시아가 노드스트림1 가스관을 닫아버릴 경우에 일어날 일에 대한 경고신호일 뿐이라며 유로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결국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이 9% 넘게 하락하며 5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을 하회했다. 씨티그룹은 경기침체가 닥칠 경우 유가가 2023년 말까지 45달러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트레이더들도 미국의 경제 전망 악화 징후에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단기금융시장은 몇 주 전만 해도 연방기금 금리가 4%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는 2023년 1분기에 약 3.3% 수준에서 고점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메이커 ASML 홀딩이 주요 장치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권에 대한 기후변화 건전성 심사는 은행들이 예측했던 만큼의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영국 존슨 총리는 내각의 핵심 장관 2명이 사임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단기자금시장, 2023년 중반 금리 인하 전망
미국의 경제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징후가 보이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향후 1년안에 연준이 정책 전환을 완료하고 2023년 중반에는 금리 인하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주시하면서 금융당국으로서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표명한 상태라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극히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주 전만 해도 트레이더들은 연방기금(FF)금리가 4%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란 금리 인상 사이클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현재의 FF금리 유도목표는 1.5~1.75% 범위이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의 이같은 금리인상 전망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으며 현재는 2023년 1분기에 약 3.3% 수준에서 고점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에서 5월 인플레이션 조정후 개인소비지출(PCE) 감소와 6월 미국 제조업활동도 둔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JP모간, 모간스탠리 등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낮춘 이후 이같은 단기자금시장의 전망 변화가 나타났다. 한편 6월에 공표된 연준 관료들의 최신 예상 중앙값에서는 정책금리가 2023년에 걸쳐 상승해 3.75%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윈쇼어 캐피털 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 Gang Hu는 “경기침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원자재가격은 하락해 연준이 2023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나리오는 일관된 면이 있기 때문에 견해가 약해질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자기 실현적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침체 공포에 유가 하락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궁극적으로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WTI) 원유 선물이 9% 넘게 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WTI 원유 선물이 100달러 아래에 거래된 것은 5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련의 금리 인상에 착수함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약세 전망에 추가해 유가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65달러로 떨어지고, 수요에 타격을 주는 경기 침체가 닥치면 2023년 말까지는 45달러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Energy Aspects의 Amrita Sen은 유가에 이미 완만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내 빠듯한 수급 사정을 감안할 때 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든다 해도 배럴당 80~90달러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말했다. 더욱이 만약 러시아가 하루 500만 배럴 감산한다면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영역에 있게 될 것이라며 배럴당 최대 4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美정부, ASML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치 판매 금지 요청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장비 메이커 ASML 홀딩이 반도체 칩 제조 주요 장치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ASML이 구식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시스템의 일부를 중국측에 판매하지 않도록 미국 당국자가 네덜란드 당국에 로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대처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네덜란드 측이 동의할 경우 현재 중국으로의 출하가 금지돼 있는 칩 제조 장비의 범위와 구성이 대폭 확대돼 SMIC, 화홍반도체 등 중국의 칩 제조업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중국산 소비재에 대해 관세 일부 적용을 제외하기 위해 세부 사항을 마련 중에 있다는 움직임 속에 이번 조치가 다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와 네덜란드 외무부 측의 논평을 앞두고 있다. ASML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은 블룸버그 첫 보도 이후 장중 8.3%까지 밀리며 2020년 3월 이후 장중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ECB의 기후변화 건전성 심사, 은행권 우려만큼 나쁘지 않아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은행의 내성을 평가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많은 은행이 예측했던 만큼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유로존 대형 6개 은행 당국자에 따르면, 가장 엄격한 시나리오에서도 은행의 완충자본 장치에 큰 타격은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ECB는 8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홍수 등 재해가 모기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나 배출권 가격 급상승으로 법인 고객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은행이 받게 될 타격에 대해 추산했다. 이번 테스트는 은행권과 규제당국 모두에 일종의 학습 운동을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그 결과를 기반으로, 은행권이 기후변화 위험 대처에 좀더 많은 비용을 할당하기 바라는 ECB 위원들의 노력에 대항하는 로비 수단으로 사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슨 영국총리, 또 불신임 위기
인사문제와 거짓말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그동안 곁을 지키던 핵심 장관 2명이 사퇴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존슨 총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5일 잇따라 사임을 밝혔다. 존슨 총리가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의 2019년 당시 성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올해 2월에 원내 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존슨 총리측이 말을 바꾼데 대한 실망의 표시였다. 핀처 의원은 결국 지난달 30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추행한 혐의로 원내부총무 자리에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핀처 의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2019년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지만 자신은 이를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보수당도 ‘파티게이트’에 이어 다시 들끓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초 보수당 신임투표를 어렵게 통과해 총리직을 지켰는데 일각에서는 신임투표 후 1년 유예기간 규정을 변경해 다시 총리의 신임여부를 묻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존슨 총리는 총리직을 사임하지 않고 새로운 장관을 지명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 기사 문의: 이경하(서울) 기자 klee115@bloomberg.net, 한상임(서울) 기자 sihan@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