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 천만명 실직, 감산 합의?

(블룸버그) — 미국에서 3월 중순부터 2주 동안 약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수당을 신청하며 ‘대공황’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역사적 경기위축으로 7월까지 약 2000만명이 실직해 실업률이 10%대 중반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쓰나미급 실업 충격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트럼프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기대에 불을 지피며 쉐브론과 엑슨모빌 등 에너지업종을 중심으로 견조한 반등을 연출했다. 국제유가(WTI)는 20% 넘게 급등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당초 계획보다 빠른 2주 안에 미국인들에게 코로나19 구제법안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연준이 지방과 주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며, 파월 연준의장이 “크게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단 4개월만에 전세계 확진사례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미국은 24만명에 육박했다. 전체 사망자는 5만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인공호흡기 생산 확대를 지시했고, 뉴욕은 환자수가 워낙 빠르게 늘고 있어 6일후면 인공호흡기 재고가 바닥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목요일 오전 다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백악관 주치의가 밝혔다. 미국 민주당은 올해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를 당초 7월에서 8월 17일로 연기했다. 영국에선 약 100만명이 지난 2주 사이에 정부의 구제 지원을 신청했고, 러시아는 자택 대피령을 4월 30일까지 연장했다. 한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가 응급 심장수술을 받은 후 4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3월말 기준 4002억 달러로 한달 사이 90억 달러 가량 줄어 2008년 11월 이후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실업수당 2주간 천만명

코로나19 확산에 문을 닫는 사업장이 늘면서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두배 이상 늘어 2주째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목요일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3월 28일 마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는 총 665만명으로 블룸버그 사전설문 전문가 예상치 중앙값 376만명을 크게 넘어섰고, 가장 암울한 전망치였던 650만명마저 추월했다. 이전치는 331만명으로 소폭 상향조정됐다. 2주 동안 약 천만 명이 실업수당을 청구한 셈으로 금융위기 당시 첫 6개월 반동안 총 신청건수에 육박한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경기하강시 가장 먼저 충격을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소매업체와 식당, 여행 등 서비스 업종이 많은 타격을 입었다. 3월 21일 마감 주간 실업보험 연속수급 신청자수 역시 125만명이 늘어난 303만명으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신규 실업수당이 300-500만명 수준으로 몇주간 더 지속될 경우 4월 실업률이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Pictet Wealth는 이정도면 실업률 20%도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우디+러시아 감산?

트럼프는 현지시간 목요일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 후 사우디와 러시아가 1000만 배럴 가량 산유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브렌트유가 최대 47%, WTI가 35% 급등했다. 앞서 중국이 전략비축유 구매를 지시하면서 유가는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였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사우디 왕세자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가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고, 최대 1500만 배럴이 될 수도 있다며 “모두에게 훌륭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일산유량을 언급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의 대변인은 러시아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와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반면, 텍사스 당국자는 러시아 에너지장관과 글로벌 산유량을 하루 1000만 배럴 줄이는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고 트위터에서 전했다. 사우디는 감산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대신 “공정한 합의”를 논의하기 위해 OPEC+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금까지 OPEC+은 물론 미국 등 다른 대형 산유국들이 함께 나서야만 감산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만약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이 이루어진다면 러시아와 사우디가 자국 생산의 약 45%를 줄이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이전 글로벌 수요의 약 10%에 해당된다. Trafigura의 석유 트레이딩 공동 대표인 Ben Luckock은 이것만으로 수요 붕괴로 인한 에너지 산업의 고통을 막는데 충분치 않다며, 석유 수요가 약 35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국 정부 역시 전략비축유 구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자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채 금리 마이너스 접근

연준이 은행 자본 규정을 일부 완화하면서 17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 시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향해 한발 더 다가섰다. 연준이 미국채 유동성 개선을 위해 은행들의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0.2% 하회를 시도했다. ING Groep 스트래티지스트 Antoine Bouvet는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2년물 미국채 보유는 최고의 위험-보상 트레이드”라고 권고했다. 전세계적으로 10조 달러 이상의 투자등급 채권이 현재 마이너스 금리 상태지만, 미국채는 아직까지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독일 분트채는 커브 전 구간에 걸쳐 0% 아래에 있다. BofA는 코로나19에 따른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감안할 때 현재 0.6% 부근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분기에 0%~0.25%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최악의 경우 0%를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미국 금리 스트래티지스트 John Davie는 증시가 다시 새로운 저점을 시도할 경우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NatWest는 연준의 규제 완화 조치가 미국채 시장의 전반적 유동성을 개선시켜주겠지만 수요 폭발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S&P 500 실적 경고

분기 어닝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해 최악의 경우 S&P 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 70달러로 57%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본 시나리오로는 EPS를 11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이미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19명의 스트래티지스트 전망 중 가장 비관적이다. 골드만은 사업활동 재개가 더 늦게 이루어질 경우 높은 실업률이 계속 유지되고 소비지출이 완전히 멈춰서면서 기업 실적이 당초 추정치보다 훨씬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가 계속 실망스럽게 나오고 코로나19 사망자수가 늘어난다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 S&P 500 EPS가 2021년엔 반등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165달러)보다 30% 정도 못미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이 1%p 바뀔 때마다 S&P 500 EPS는 5달러씩 영향을 받는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분기 -9%, 2분기 -34%, 3분기 19%, 4분기 12%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암울한 독일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 지역이 셧다운되면서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취해진 강력한 조치들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2008-2009년 위기때 경험했던 -5%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목요일 우려했다. GDP가 올 상반기 몇달 동안 8% 이상 줄어들 수 있으며, 최대 위축은 5월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간의 훌륭한 경제 성장 후에 올해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는 2009년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이번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어서 지나가서 경제가 더 강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위기전 내놓았던 성장률 1.1%를 크게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알트마이어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성장을 되살리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긴급 지출 권한을 통해 총 7500억 유로가 넘는 역사적 구제 패키지를 가동했다. 국영개발은행인 KfW에 따르면 약 2500개의 기업이 총 106억 유로 달러의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KfW 은행장은 매출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이 패닉에 빠져 있다며, 향후 몇주간 지원 신청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8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장기간 셧다운 될 경우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폭스바겐은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멈춰선 가운데 현재 매주 20억 유로를 손해보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