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고용변곡점? 구로다 마지막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지난주 미국 실업수당 신청자수의 깜짝 급증이 노동시장 균열 조짐으로 해석되면서 5%를 뚫고 고공행진하던 미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19bp 넘게 급락했다. 이번주 초 파월 연준의장이 필요시 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도 있다고 말한 뒤 시장은 3월 22일 FOMC에서 50bp 인상 가능성 쪽으로 기울었지만, 2월 고용보고서를 대기하며 일부 트레이더들은 벌써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듯 보인다.

뉴욕증시는 오후 들어 은행주를 중심으로 낙폭을 확대해 S&P 500 지수가 1월 19일래 저점으로 밀렸다. 암호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의 청산과 벤처캐피탈 SVB Financial Group의 손실 등 악재가 겹치며 KBW 은행지수가 한때 8% 급락, 2020년 6월래 가장 큰 폭의 후퇴를 기록했고, SVB는 60% 폭락했다. Miller Tabak +의 Matt Maley는 “모든 사람들이 더 높은 금리가 올해 어느 시점에서 디폴트 증가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제재에 나선 미국이 인도와 반도체 산업 지원안에 대한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러먼도 미 상무장관은 인도가 전자제품 공급망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네덜란드에 이어 유로존 차원에서 첨단 반도체의 수출 통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이 밝혔다. 한편 북한이 9일 오후 6시 20분경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일 서부전선의 화성포병부대를 현지지도하고 화력 습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고용 변곡점?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월 4일 마감 주간 기준 2만1000건이 늘어난 21만1000건으로 작년 12월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 사전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모든 전망치를 뛰어넘은 수치로, 중간값 기준 19만5000건이 예상됐었다. 연속 청구건수 역시 2월 25일 마감 기준 172만 명으로 전주 대비 6만9000명 늘어 2021년 11월래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비조정기준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23만7513건으로 3만5000건 이상 늘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증가폭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했다. 중서부와 캘리포니아의 악천후가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Santander US Capital Markets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Stephen Stanley는 이번 실업수당 신청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뉴욕시 학교 방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시 교직원들은 노조협상을 통해 계약조건상 학교가 쉬는 동안 실업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냈다.

게다가 최근 몇주 동안 여러 테크기업과 금융기관, 언론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실업수당 급증이 앞으로 두달간 나타날 현상의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경기 둔화에 대비해 직원을 줄이고 채용을 늦추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Boock Report의 저자 Peter Boockvar는 “노동시장이 어쩌면 변곡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High Frequency Economics의 Rubeela Farooqi는 “제약적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고용 수요가 완화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해고가 여전히 적고 일자리 증가세가 강하다”며, “기업들은 계속되는 인력 부족에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BOJ 구로다 마지막 서프라이즈?

곧 퇴임하는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의 마지막 정책 결정 발표를 앞두고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때 1% 넘게 급락해 136엔을 하회했다. 한달래 최대폭 하락으로, 미국채 단기물 금리와 달러지수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BOJ의 일드커브 통제 전략이 작년 12월처럼 깜짝 조정될 리스크를 지적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BOJ가 이번 회의에서 기존의 초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에는 정책 기조를 선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Rabobank의 외환 스트래티지스트 Jane Foley는 “엔화가 하루 기준으로 G-10 통화 중 가장 성적이 좋다”며, “구로다의 마지막 정책회의를 맞아 투자자들이 엔화 숏 포지션을 들고 있고 있는 것이 현명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정책 변경을 향해 여건이 형성되고 있으며 먼저 일드커브 통제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추가 강세 전망

경직적 물가 압력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지키기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장했다. 견조한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에 힘입어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일부 믿음이 강해지고 그 결과 중앙은행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고 G-10 FX 전략 책임자인 Athanasios Vamvakidis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과 선진국 통화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임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고수할지 아니면 포기할지에 따라 환율이 결정될 것”이라며, 먼저 눈을 깜빡이는 사람이 지는 “눈싸움(blinking game)”에 비유했다. 저인플레이션 시대가 끝난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경우 그 나라의 통화가 강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역사적으로 볼때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를 경우 이를 끌어내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통화정책이 아직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은데다가 재정정책은 너무 완화적이고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예산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목요일 6.9조 달러 규모의 2024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부채상한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야당인 공화당과 본격적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바이든은 초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사회안전망을 보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수요일 바이든의 증세안을 거부했다. 이번 예산안은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지급 능력 연장, 처방약 개혁 등을 담고 있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적자를 3조 달러 줄일 방침이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3.2% 늘린 8420억 달러를 책정했다.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경우 자본이익세를 거의 두배로 높이고, 억만장자 최저세율을 25% 부과하고, 법인세는 21%에서 28%로 올렸다. 이같은 증세안은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작년에 바이든은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증세안 일부를 포기한 바 있다. 이번 예산안에 제시된 경제전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현재 6.4%에서 올해말 4.3%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중앙값에 대체로 부합한다.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0.6%, 실업률은 50여년래 최저 수준인 3.4%에서 연말 4.3%로 상승을 예상했다.

연준 2인자 유력후보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부의장 후임에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에벌리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제프 지엔츠는 물론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상황이 에벌리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현지시간 수요일 밤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월요일 백악관 대변인은 “가까운 장래”에 전개 상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연준의 최대고용 임무를 수호하고 경제 침체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과도한 금리인상을 저지할 인물을 연준 2인자로 임명해야 한다며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다. 연준부의장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에벌리가 지명될 경우 연준내 다양성을 요구해 온 정치인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에벌리가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 캐렌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보다 비둘기파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