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걸프전 재현? 180º 바뀐투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외교관을 비롯한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공격을 계획해 그를 사전에 암살했다며, 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치라고 현지시간 금요일 강조했다. 또 이미 52개의 이란 공격목표 지점을 정해두었다며, 이란 보복시 “매우 빠르고 강하게 치겠다”고 토요일 경고했다. 이에 일요일 이란은 서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낼 시점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이라크 의회는 주권침해를 이유로 미군 철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이라크 소개령을 내리고 뉴욕 등 미국 전역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미 6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 추가로 파병할 계획이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고, 이란 외무장관은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벌인 비겁한 테러행위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는 중동내 미군 시설과 기지를 표적으로 공격하고 지역내 민병대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 관료는 약 36개의 미군 기지와 시설이 이란 방위군 공격권 안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은 바레인이라고 이란 방송에서 밝혔다.

중동지역에서 전운이 감돌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험회피로 돌아서 엔화와 미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금요일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한달래 최대 하락을 기록했고, 다우와 나스닥 지수 역시 한때 1% 넘게 밀렸다.​​​​ 미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4~8bp 가량 하락했고, 10년물의 경우 1.78%대로 내려앉았다. 금값은 최대 1.6% 올라 작년 9월 기록했던 6년래 최고 수준 부근을 시도했다. 국제유가(WTI)는 장중 4.8% 급등해 배럴당 64달러로 작년 4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Manulife는 이에 대해 일시적 공포로 시장이 오랜 랠리 이후의 숨 고르기에 있다고 진단한 반면, 오안다는 또다른 페르시아만 전쟁으로 전개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1990년 걸프전 당시 S&P 500 지수는 3개월에 걸쳐 20% 급락했다.

한편, 이란 정부는 2015년 미국 등과 도출한 핵합의에 더이상 제약을 받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합의 탈퇴를 시사했다. 지난 금요일 미국의 드론 공격을 주권 침해로 규정한 이라크 의회는 2014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적으로 도입했던 외국 군대 개입 요청안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리스크오프

미군 공습에 이란 군부실세가 사망하며 긴장이 고조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조심스런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가혹한 보복”을 경고하면서 리스크오프 움직임은 더욱 심해졌다. 블랙록은 24시간만에 투심이 180도 바뀌었다며, 이는 2020년의 특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펀더멘털은 조금씩 나아지고 무역도 좋아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동성 소동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번 사태에서 확실한 승자는 엔화로, 유로-엔화 환율이 120선을 지킬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타이밍이 안 좋다며,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의 먹구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글로벌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꺾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매력적인 반면, 원화처럼 리스크에 취약하고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의 통화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NG Groep은 최근 미국-이란간 갈등이 심각한 긴장 고조로 발전하지 않았지만, 이번 위기의 경우 아무리 잘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미국채와 분트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lombo Wealth는 시장이 이번 사태를 이유로 일부 이익실현에 나설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주식 익스포저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계산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자국의 군부실세를 암살한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이란 경제는 이미 비틀거리고 있으며, 미국과 재래식 전쟁을 벌일 경우 시아파인 이란 지도부는 심각한 열위에 놓일 수 있다. 반정부 시위로 이라크와 레바논은 물론 이란 내에서도 이들은 도전받고 있다. 술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마저 살해되면서 이란은 효과적 대응을 지휘할만한 인재를 잃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서방세계가 체결한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이란이 취해온 전략을 보면 무모하게 보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란의 대응은 술레이마니의 지위를 반영할 정도로 충분해야 겠지만 미국과의 군사충돌을 초래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처럼 억제적인 보복은 외교관을 상대로 한 테러 공격이나 사이버 공격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이란 중 어느 누구도 전면전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최근까지 영국 정부의 고위 국방 고문을 지낸 Tom Beckett은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미 사실상 전쟁 중이다. 적어도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술레이마니는 미국에 대항하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하고 강화해왔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동내 미 동맹국가들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여왔다. 부시나 오바마 전 미 행정부는 확전 위험을 피해왔지만, 에스퍼 현 미 국방장관은 “이제 게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악 대비하는 원유업계

원유업계는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미국과 이란간 직접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인 근로자들은 이라크 유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들은 서둘러 유가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쌓고 있다. RBC는 “격렬한 대응에 대비해야 한다”며 “보복의 악순환이 시작될 단계라고 진단하면서 이는 2020년 내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은 이미 원유시장에 전례없는 차질을 가져왔지만 아직까지는 단기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군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생산 지역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장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추가 혼란을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는 다양하다. WTI가 장중 4.8%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한달래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가격 급등에 대비하는 파생 상품의 비용 역시 상승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로 폭등할 경우 이익을 내는 옵션 계약이 400만 배럴 규모로 3월과 9월을 겨냥해 거래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2곳의 원자재상품 트레이딩 기관이 금요일 고위급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가능한 보복조치는 지역내 원유 시설 공습이나 원유수송관 또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공격 등이 가능하다고 씨티그룹이 설명했다. ESAI Energy는 보복이 주로 이라크에서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유가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美 제조업 2009년래 최저

미국 제조업이 지난 경기침체 이래 최악의 월간 성적으로 혼란의 2019년을 마감했다. 주문이 줄고 공장들은 생산을 축소했다. 미군 공습으로 이란 군부실세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더해 미국 경제지표마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금요일 뉴욕 증시와 미국채 금리는 낙폭을 확대했다. ISM 제조업지수는 12월 47.2로 시장 예상치 49.0을 하회, 5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수축을 이어갔다. 또한 2009년 6월래 최저 수준으로 지난 9개월 동안 한 번을 제외하고 연속 후퇴했다. 기준치 50선 아래는 제조업 활동의 수축을 의미한다. 미국 제조업은 미국내 기업 투자 후퇴와 글로벌 수요 부진, 또 최근까지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 등에 시달려왔다. 해당 설문을 담당한 위원회의 Timothy Fiore는 “무역 문제가 여전히 이슈”라며, “예상치 못한 공장 폐쇄와 연휴가 생산은 물론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의류와 목재 등 18개 제조업종 중 15개가 12월 위축을 보고했다.

연준 ‘당분간 금리 유지’

연준 인사들은 하방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통화기조가 당분간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지시간 금요일 공개한 12월 10일~11일 FOMC 회의 의사록에서 연준당국자들은 국제 무역을 둘러싼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부진한 대외 경제 성장 등 글로벌 전개상황이 경제 전망에 일부 하방 리스크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3차례 인하를 단행했던 연준은 2019년 마지막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20년에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생각임을 시사했다. 의사록 공개후 선물 트레이더들은 올해 25bp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유지했다.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 부양 덕분에 미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노동시장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2% 정책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너무 낮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많은 이들이 글로벌 역풍 속에 미국 경제가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최근 단기자금시장 안정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스탠딩 레포 제도의 잠재적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준은 연말 자금 경색을 피하기 위해 레포운영을 통해 2560억 달러의 임시 유동성을 공급했다. 1월까지도 시장 안정을 위해 레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 기사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