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백악관은 이란이 공개적으로 협상 제안을 거부했음에도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요구 조건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번주 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일간의 시한 중 절반이 지났지만 협상 진행 상황과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이번 주말 이란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CNN은 보도했고,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우리 영토를 방어하려는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가늠하는 가운데 뉴욕증시는 간밤 반등했다. 브렌트유가 전일보다는 내렸지만 배럴당 103달러를 다시 상회하는 등 유가 불안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BBH는 “시장은 여전히 전략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음에도 분쟁 완화 가능성을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긴장 완화 기조에 대한 이란의 대응에 따라 공포가 정점을 지났는지, 아니면 아직 앞에 남아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분기말 리밸런싱 달러매수…‘승자의 저주’에 압박받는 원화
간밤 달러-원(REGN) 환율은 1500원 안팎을 오르내리는 등 뚜렷한 방향성 없이 움직이다가 전 거래일 대비 약 1원 오른 1501원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란이 미국의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이스라엘 및 걸프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밝히자 달러(DXY)는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이란의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즈는 월말 및 분기말을 맞아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달러 매수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코스피가 계속 아웃퍼폼할 경우 리밸런싱 차원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질 수 있어 ‘승자의 저주’로 원화가 압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76% 급등한 코스피는 올해에도 34% 상승했고, 외국인은 올들어 한국 주식을 42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한국 증시의 상대 강세가 오히려 비중 조정과 환헤지를 자극하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는 원화 약세 압력을 일부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속젠은 RIA를 통해 5월 말까지 11억-125억 달러의 달러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란, 미국 휴전안 거부하고 자체 조건 제시
이란이 미국의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이스라엘 및 걸프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간접 협상 개시 시도가 현 시점에서는 비합리적이며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대신 이란은 자체적인 휴전 조건을 제시했다. 이란 고위 안보 당국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향후 공격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보장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권한 인정 등을 요구했다고 프레스TV는 보도했다.
미국은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마련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에는 이란이 주요 핵시설을 해체하고 미사일 전력을 자위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신 제재 완화 등 일부 보상이 제공되는 구조다. 이처럼 양측 간 입장 차가 커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란 지도층 주요 인물들이 암살당하면서 권력 구조가 흔들림에 따라 누구와 협상할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휴전 시도에 동의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미 경기침체 위험 상승…이란 전쟁 여파에 물가·실업 전망 악화
이란 전쟁 여파가 가시화되면서 미국 경제 전망도 악화되는 양상이다. 월가 주요 기관들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전망을 상향하고 경기침체 확률도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급등 영향으로 향후 12개월 내 경기 하강 확률을 기존보다 높아진 30%로 제시했다. 또 2월 4.4%였던 실업률은 연말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기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3%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고용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당초 관세 충격 완화와 감세 효과로 강한 성장이 기대됐던 기존 전망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이미 발생한 충격으로 인해 경제가 취약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약 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데이터센터 투자 등 일부 부문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공지능 투자와 고소득층 자산 증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여파에 비료 부족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디젤 가격 급등은 운송비를 끌어올려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소비는 아직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ECB 라가르드 ‘이란 전쟁 파장에 망설임 없이 대응할 것’
유럽중앙은행(ECB)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재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충격의 규모와 지속성, 파급 경로를 평가하는 단계”라면서 “필요한 정보가 확보되기 전에는 행동하지 않겠지만, 망설임 때문에 마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어느 회의에서든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 2% 달성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조건 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ECB는 세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에너지 충격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경우 통화정책 대응이 시차로 인해 효과가 늦게 나타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관망’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충격이 크지만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제한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수요가 아닌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일 경우 대응 강도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벗어나고 장기화될 경우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에도 S&P 500 기업 실적 낙관
셀사이드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유가 급등과 소비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모간스탠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S&P 500지수 기업들의 이익은 향후 12개월간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이 수치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시기에만 더 높게 나타났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이같은 실적 증가세가 “이번 유가 급등이 경기 사이클을 종료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기존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기업 이익 전망이 개선되는 현상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국면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단기 변동성을 거친 뒤 강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올 1분기 이익이 11.9%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전망치인 10.9%보다 오히려 상향된 수치다. 반면 JP모간은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1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S&P500 기업 이익 전망이 최대 5%p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