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이란-이스라엘 맞불? 유가불안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이란이 예고한대로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확전을 강하게 반대하며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자칫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그토록 우려했던 이란의 참전이 현실화되고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쉽게 상향 돌파하고 투자자들은 미국채와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피신할 가능성이 높다. 브렌트유는 이미 지난 금요일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에 장중 한때 2.7% 넘게 급등해 배럴당 92달러선을 넘어 작년 10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2.5% 뛰어 올라 온스당 2400달러선을 뚫고 신기록을 재차 경신했고, 목요일 5%를 터치했던 미국채 2년물 금리는 4.86%을 하회하기도 했다. 뉴욕증시는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1% 넘게 후퇴했고, 월가 공포지수인 VIX는 작년 10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튀었다.

월요일 아침 아시아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지만 중동 관련 발언이나 액션이 나올 때마다 요동칠 위험이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14일 대외경제점검회의에서 강조했다.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12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말한 ‘과도한 쏠림이 있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 발언은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강달러 영향과 함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돌출이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초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불공평한 경제 관행을 비판했던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 제조업의 과잉생산으로 대미 수출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겠다”고 CNN에서 답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습

이란이 결국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군은 현지시간 토요일 밤 무인기와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으나 이스라엘 영공에 도달하기 전에 거의 모두 요격되었고,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 소녀가 다치고 군사기지 한 곳이 약간 타격을 입은 정도였다. 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고위 이란군 장교들이 사망하자 이스라엘에 응징을 다짐해 왔던 이란은 이번 공격이 정당한 대응이었음을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반격을 가하지 않는 한 추가 공격할 의사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스라엘이 반격할 경우 “훨씬 심각한” 공격을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몇시간 전에 국영언론을 통해 공습 경보를 내보낸데 대해 많은 서방 외교관들은 피해와 사상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내 일부 강경파는 이란을 직접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백악관과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공격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설득해 확전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무력 충돌할 경우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특히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같은 상황은 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주식시장은 일요일 소폭 하락에 그쳐 당장 증시 충격은 크지 않아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Ziad Daoud는 “이란이 이번 보복에 있어 상징성을 최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하려는 쪽으로 계획했다”며, “그 자체로는 시장이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설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이제 열쇠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자제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 불안…글로벌 인플레 악영향?

브렌트유가 이미 올해 들어 거의 20% 오른 가운데 UBS Group의 Giovanni Staunovo는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첫 사례로, 유가가 개장시 스파이크를 보일 수도 있다”며, 이제 공이 이스라엘에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FGE의 Iman Nasseri는 이미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가량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한 상태로,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시도하거나 이란이 페르시아만 부근의 선박 운송을 방해할 경우 추가로 2-5달러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rasia Group은 에너지 시장이 충돌 확대 위협과 오판의 악순환을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Plurimi Wealth의 최고투자책임자인 Patrick Armstrong은 “지금 같은 순간에 투자자들의 자연스런 반응은 안전자산을 찾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여기서 더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저가에 위험 자산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틀 연속 급락 후 뉴욕 현지시간 일요일 오후 3.5% 가량 반등을 시도했다.

East Capital의 Emre Akcakmak는 “이란 공습이 확전 시도라기 보다는 신중한 보복”으로 보이지만 자칫 유가와 에너지 가격에 파장을 미칠 경우 중동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EB의 Erik Meyersson는 지금까지 시장이 확전 리스크를 낮게 판단해 왔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이 계속 서로를 공격할 경우 이같은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apital Economics의 Neil Shearing은 중동 사태가 연준이 금리 인하에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추가해 줄 순 있지만 인하 자체를 못하게 막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첫 인하 시기를 9월로 예상하고, 에너지 가격이 향후 한달 사이에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콜린스 연은총재, 올해 2번 인하 전망…‘당장 인하 시급하지 않아’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의 회복탄력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3월 점도표에 올해 2번 인하를 적어넣었지만 “어떤 수치에도 큰 비중을 두지 않겠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완화될 전망이나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내심이 많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세 번보다는 두 번 인하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가 예상 범위의 상단으로 나타나 올해 인하 시점이 자신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튼튼한 노동 시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는 나의 기본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최근 높아진 수치가 경로상의 일시적 요철에 불과한지 아니면 더 우려스러운 문제인지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3월 점도표에서 19명의 연준위원 중 9명은 올해 2번 이하의 인하를 내다봤고, 중앙값은 3번 인하였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전반적인 물가가 연준의 2% 목표로 진정되려면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내려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왔다며, 연준이 아직도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질길지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 선제적 정책 변경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상회하고 경제 성장이 계속해서 모멘텀을 보이고 여러 자산 시장의 가격이 높아진 상태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적절하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 역시 강한 노동시장과 견조한 소비지출, 최근의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정책 금리 변경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올해 1차례 인하 의견을 고수했다.  한편 미시간대 4월 잠정 소비자신뢰지수는 77.9로 시장 예상치 79를 하회했고,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1%로 올라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3.0%로 5개월래 고점을 경신해 미국인들이 다시 물가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핌코 ‘인플레 재점화시 연준 금리 인상’…블랙록 ‘올 1-2번 인하’

세계 최대 채권 투자자 중 하나인 핌코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핌코의 핵심 전략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모히트 미탈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면 연준이 인하 대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현 수준 부근인 3.5% 내외에서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위험도 인정했다. 핌코는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 등 연준에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채권 베팅을 고수하고 있다. 미탈은 특히 영국 길트채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연준이 올해 기껏해야 2번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꺾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8%-3%까지만 내려가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며, 연준의 목표인 2%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주장했다. 핑크는 연준이 1번이나 2번 금리를 인하한 뒤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끈질길 수 있다며 연준 금리 인하 전망에 있어 시장보다 보수적인 견해를 취해왔다.

BofA ‘현재 자산가격 움직임은 전형적인 버블 시장’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기술주와 원자재가 드물게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과거 버블 형성 시기가 연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자산 가격 움직임은 소위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로 경제 성장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베팅에 부합한다. Michael Hartnett 등 BofA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이같은 전망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자본비용이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Hartnett는 “전형적인 버블 시장”의 모습이라며, 닷컴버블이 붕괴되기 전인 1999년과 비교했다.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채권과 미달러를 팔고 나스닥 주식 및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과 원자재 상품, 크립토를 매수하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어조에도 미국 주식 시장은 최근 몇 주 동안 회복탄력성을 유지했다. 채권 시장이 올해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3개월전 6차례에서 1-2차례로 대폭 조정했지만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고 있다. BofA는 노랜딩 시나리오가 경착륙 시나리오로 바뀔 위험이 있다며, 그럴 경우 통화긴축이 재개되고 지방은행과 부동산 부문의 자금난이 다른 분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월가 기업 어닝시즌의 문을 연 JP모간은 1분기 순이자수익(NII)이 시장 예상치에 약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나 장중 한때 주가가 6% 넘게 급락했다. 씨티그룹은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해 장초 3% 넘게 뛰었으나 장 전반의 약세 흐름에 밀리고 말았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