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환율방어전, 희망버려라

미-중간 무역전쟁이 신냉전으로 번질 위험이 확대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불안해지자 한국과 중국 등 중앙은행들이 방어전에 나섰다. BofA는 미-중 무역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이란 희망을 버렸고, Lombard Odier는 단기적 해결책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골드만은 교착상태가 지속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고, JP모간은 이미 신흥시장 통화에 대해 비중축소로 의견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조치에 일본과 대만, 영국의 통신사들이 화웨이폰 판매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미국은 중국 기업의 추가 블랙리스트 지정을 고려 중이다. 조만간 베이징에서 중국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던 므누신은 후속 협상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고, 월마트 등 소매업체의 우려에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긴장이 지속되며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마감했다. 연준 의사록은 당분간 인내적 접근방식이 적절하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 원유재고가 2017년 7월래 최대를 기록하면서 국제유가(WTI)는 한때 3% 넘게 빠졌다. 파운드는 메이 총리 사임설에 낙폭을 확대했고, 영국 길트채 금리 역시 크게 밀렸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아시아 환율방어전…도미노 붕괴?

미-중간 무역 긴장에 수출과 경제성장이 위협받자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 수요일 행동을 취했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3일 연속 위안화를 예상보다 강세로 고시했고, 최근 시장에 개입했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시위로 정치불안이 높아지자 시중 은행 등과 협력해 환율 안정과 시장 신뢰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무역전쟁 위협에 달러가 다시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EM통화에 대한 베팅은 시들해졌다. Nordea는 양국이 전면전을 피하지 못할 경우 위안화가 10% 가량 평가절하되어 EM통화 전반에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M통화와 달러 간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더 깊어져 연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달러가 안전자산 통화 지위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가 여전히 남보다 더 빠른 성장속도를 유지하고 있어, 신흥국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BofA ‘합의 희망 버렸다’…JP모간 ‘미국서 휴지통도 못산다’

BofA는 미-중 무역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이란 희망을 버렸다며, 연말 미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을 2.6%로 제시했다. 또 글로벌 중앙은행의 극적인 비둘기파적 선회와 미국 및 유로존의 낮은 인플레이션, 영국 브렉시트 혼란 등을 지젹하며 독일과 영국, 호주, 캐나다 채권 금리 전망 역시 하향조정했다. 한편, JP모간은 미-중간 관계가 너무나 악화되어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딜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면서, “중국기업은 당분간 미국서 아무것도 살 수 없다. 심지어 쓰레기통도 못산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화웨이 사태 등 최근 며칠간 전개된 상황을 볼때 미국의 대중관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6월 G-20회의에서 공식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단기간에 협상을 재개해 G-20에서 공식 합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란 가장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연준 의사록

오늘 공개한 4월 30일-5월 1일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위원들은 금리 변경에 대해 인내심을 갖는 것이 “당분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많은 위원들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파월 연준의장의 진단에 동의했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보다 낙관적 견해를 보였지만, 그 이후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고 관세보복전으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연준 위원들은 또한 채권 포트폴리오의 향후 구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윌리엄스 연은총재는 연준이 현재로선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고, 로젠그렌 연은총재는 관세가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며 관세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 역시 경제를 상당히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사임? 파운드 기록적 추락

파운드가 무너지고 있지만 이를 막으려는 투자자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Investec, Aberdeen, Pictet 등 자산운용사들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이 재개되자 파운드 포지션을 줄이거나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메이 총리 사임 압력 속에 무질서한 브렉시트 가능성이 다시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리드섬 장관은 메이에 반발해 사임했다. 파운드는 달러 대비 4개월래 저점을 경신했고, 유로 대비 사상최장기 추락을 기록 중이다.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유력한 총리 후보로 여겨지지만 가장 덜 시장친화적인 인물이다. Pictet은 파운드 비중이 지난 18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메이의 사퇴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지만, 시장이 존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는 약 3년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5% 가량 하락했다. Pictet과 Investec 모두 ‘노딜 브렉시트’나 총선 가능성이 불거질 경우 파운드가 1.2달러 아래인 2016년 저점을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록 ‘리스크 또 있다’…터키 외환보유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블랙록은 중동지역의 긴장과 남미 정치 불안을 시장이 간과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위협은 지정학적 긴장을 높여 유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브라질 재정문제와 베네수엘라 위기, 10월 선거를 앞둔 아르헨티나의 경제 불안 등 남미 지역 역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중동지역에 5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라는 요청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역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 방어에 애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순외환보유고가 10월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고, 리라화는 약세행진을 재개했다. 터키 증시 역시 약세장에 진입해 Borsa Istanbul 100 지수가 2월 고점에서 20% 이상 빠졌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