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 장기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비 6.4%로 시장 예상치 6.2%를 상회했다. 전월비로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0.5%로 작년 12월 수정치 0.1%에서 크게 가팔라져 3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이 월간 상승세를 부추겼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비 5.6%로 예상치 5.5%보다 높았고, 전월비로는 0.4%로 예상치와 같았다. Santander US Capital Markets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Stephen Stanley는 중고차와 항공료 하락을 지적하며 아니면 “더 심각했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거비의 가파른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을 연준이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1월 블록버스터급 고용보고서에 이어 예상보다 강한 CPI 지표는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경제가 잘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금리를 더 올리고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하며 어쩌면 최종 금리 수준마저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연준위원들의 매파적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가 안정을 향한 여정은 길고 험난할 전망이다. 최근 몇달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이끌었던 재화의 디스인플레이션이 모멘텀을 잃고 있는데다 노동시장 강세는 계속해서 임금 상승과 서비스 가격에 상방 리스크로 작용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3% 아래로 내려가려면 서비스 쪽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하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며, 결국 시장이 물가 안정을 위해 ‘더 오래 더 높게’ 금리를 가져가겠다는 연준의 방향을 따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더 높여야 할수도’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경우 금리를 더 올리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금리가 그렇게 까지 높아질 이유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아마도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CPI 보고서가 예상에 거의 부합했다며, 가장 큰 서프라이즈는 고용시장 강세라고 덧붙였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끌기 위해 연준위원들이 앞서 전망했던 것보다 금리를 더 높이 올려야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경제 전망 변화에 대응하거나 원치 않는 여건의 완화를 상쇄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금리 인상을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연설문에서 강조했다. 한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는 연준이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안정적 수준으로 되돌리는데 충분할 정도로 제약적인 금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 생각에 우리 일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거의 다 와간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 가서 정책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 되어 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이 작동하도록 놔 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화요일 한 연설에서 말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다는 일부 신호가 “고무적”이라며, “마침내 여러 재화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있어 꾸준한 진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준 금리는 5%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레이너드 백악관행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부의장을 지명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장은 제러드 번스타인이 임명됐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앞서 통과된 주요 법안들이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 재선에 도전할 전망이다. 연준내 가장 비둘기파적 인사 중 한 명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백악관행은 연준이 수십년래 가장 공격적 긴축을 언제 멈춰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2인자 자리를 다시 채워야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바이든이 연준부의장에 누구를 앉힐지, 또 언제 그 결정을 내릴지 아직 확실치 않다.
Monetary Policy Analytics는 잠재적 후보 중 하나로 Karen Dynan 하버드대 교수를 꼽았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그 전엔 연준에 17년간 몸담았다. Janice Eberly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한때 뉴욕연은의 시장팀을 이끌었던 Brian Sack도 연준 전문가와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명되고 있다. Nationwide Mutual Insurance의 Kathy Bostjancic는 비둘기파인 브레이너드가 연준을 떠날 경우 FOMC가 다소 매파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누가 후임으로 올지 또 그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타이트한 채용’
골드만 삭스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솔로몬은 올해 “훨씬 타이트한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비용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은 지난달 전체 직원의 6.5%에 해당하는 약 3200명을 정리해고 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매출과 이익이 줄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여러 비즈니스 부문에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소비자금융 분야로의 진출이 순탄치 않은데다 시장과 경제 전망마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국 비용 절감을 선택한 셈이다. 현지시간 화요일 크레디트스위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솔로몬은 작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몇달 사이에 CEO들 사이에서 심리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컨센서스가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바뀌었다”며, 연착륙 가능성이 6개월전보다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는 화요일 다른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등 여러 경제적 역풍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강한 상태라며,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소비하고 돈을 빌릴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채용과 관련해선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던 작년과 달리 현재는 비용을 줄이고 인력 규모를 역사적 수준으로 되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간은 1분기 트레이딩 수입이 전년동기대비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긴장 완화?
지난 주말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서 격추됐던 3개의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해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보 수집을 위한 스파이 풍선이 아니라 민간 상업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발언했다. “현재 이들 물체가 중국의 스파이 풍선 프로그램이나 미국을 노린 정보 수집의 일부라는 것을 가리키는 어떤 정황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은 미국이 중국군의 광범위하고 치밀한 정찰 프로그램에 타겟이 되었다는 우려를 덜어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풍선 사태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풀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주 독일에서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의 회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