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5.9%로 0.1%p 하향조정한데 반해 내년은 4.9%로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4.3%, 내년 3.3%를 전망했다. IMF는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지적하며, 만일 경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구축될 경우 중앙은행은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IMF는 중국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중국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9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취업자 수는 전년비 67만1000명 증가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인플레이션 확대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다며,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공급망 차질과 서비스 부문 재개에 따른 물가 급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다른 경제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듯 보인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말했다. 그는 주로 광범위하고 심각한 공급체인 문제가 물가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이 단기간 안에 그치기 어렵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상승해 거의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전망의 상방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과거의 인플레이션 부진을 고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미 그 사명은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11월 테이퍼링 개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리차드 클라리다 연준부의장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높은 인플레이션과 지속적인 재고용 흐름 속에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축소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거의 충족되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장기 목표 부근에 머물고 있다며, 올해 물가 급등세는 상대적인 가격 조정이 마무리되고 병목 현상이 풀리고 나면 대체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연준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방 쪽이라고 믿는다. 기저 인플레이션 추이,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를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논쟁
갑자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단어가 월가를 사로잡는 분위기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인 그렉 젠슨은 성장을 질식시키는 물가 급등이 “실제 위협”으로 많은 포트폴리오가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은행 시장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상당히 강한 컨센서스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저가 매수를 권고하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이 고객들과의 대화에서 최대 관심사임을 인정했다. 에너지 가격이 수년래 고점을 향하고 전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연준 등 중앙은행들이 팬데믹발 부양책을 거둬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미국 고용 증가세가 두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면서 이제 시장은 이번주 나올 CPI 지표를 눈여겨보고 있다. JOLTs 구인건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세에 8월 1044만 명으로 올해 들어 처음 감소했다. Bleakley Advisory Group의 최고투자책임자 Peter Boockvar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 성장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RBC Capital Markets의 Tom Porcelli는 계속 6%씩 성장할 수는 없다며,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은 단지 요점을 흐릴 뿐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어선 4% 정도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정체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美증시 회의론
BofA는 연준이 주식시장을 구출하는데 이전만큼 열의가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디 프라사드와 벤자민 볼러 등 BofA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주식 밸류에이션과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리스크 등을 이유로 연준이 지난번처럼 테이퍼링 계획에서 쉽게 물러나 시장 지지 발언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을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보다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가려면 시장은 악재의 시기를 거쳐야할 수도 있다”며, 최근의 지지부진한 가격 움직임이 지속될 수록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심리는 시들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BofA의 회의론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지나치다며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라고 조언한 골드만과 JP모간의 견해와 대조를 이룬다. 한편 두 진영 사이에서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는 이번주 미국 주식에 대해 중립 의견을 재확인했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 부채한도 문제를 포함해 각종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 균열 신호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향후 자산 매입을 위해 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PEPP)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3월 1.85조 유로 규모의 PEPP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통화 정책은 매우 완화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한 컨퍼런스 화상 연설에서 진단했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빌레로이는 기존의 양적완화(QE) 조치에 비해 자산군과 국가별 지원에 있어서 훨씬 유용한 PEPP의 특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PEPP는 월간 매입 한도를 정하지 않아 정책 당국이 금융 여건 변화에 따라 필요시마다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의 발언은 ECB 내부적으로 균열이 생겨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ECB 정책위원들은 이같은 조건의 향후 부양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마디스 뮬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PEPP의 유연성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60/40펀드의 종말?
최근 채권과 주식 가치의 동반 하락세는 소위 인기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인 60/40 주식-채권 펀드가 직면한 시작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BofA는 “60/40의 종말”이라 선언했고, 골드만삭스는 60/40 펀드의 손실이 1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치은ㅇ행 역시 주식-채권의 역학관계가 바뀌어 자산운용사들이 전략을 다시 세워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날뛰면서 연준이 경기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되면 금리가 상승해 채권과 주식 모두 아픔을 겪게 된다는 논리다. 이미 9월 60/40 포트폴리오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모델은 2020년초 팬데믹 발발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