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인하 지연? 뜨거운 美CPI

서은경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새해 초부터 급등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하락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음에 따라 연준 금리 인하의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다. CPI 보고서 발표 후 스왑시장은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춰 5월은 물론 6월마저 의심하기 시작했고, 올해 전체로는 100bp 미만을 가격에 반영했다. 뉴욕증시에선 S&P 500 지수가 장중 한때 2% 급락했고, 미국채 2년물 금리는 19bp 가까이 급등해 4.66%로 2개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달러지수(BBDXY) 역시 장중 0.7% 급등했다.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군드라흐는 CNBC 인터뷰에서 현재는 CPI보다 PCE 지표가 더 중요하다며, 시장이 5월 인하를 포기한 상태로 연준이 만일 움직인다면 아마도 6월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고점 대비 약 3분의 2 정도 내려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령과 인지능력 우려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정상들과 만날 때 모든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NATO 회원국이라도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돕지 않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멍청하고 부끄럽고 위험하며 미국적이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야당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승인을 요청했다. 한편 유럽연합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최종 합병까지 이제 미국의 결정만 남았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1월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연준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

기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비 0.4%로 시장 예상치 0.3%을 웃돌며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비로는 3.9%로 이전치와 동일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 역시 전월비 0.3%, 전년비 3.1%로 시장 예상치를 모두 상회했다. 주거비의 경우 0.6% 올라 거의 1년래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거비의 지속적 둔화가 근원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2% 목표로 끌어내리는데 핵심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계산 결과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상승률은 전월비 0.8%로 2022년 4월래 최고치로 나타났다. 모간스탠리는 이달말 나올 1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가격지수가 전월비 0.29%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연율로 계산시 3개월치는 1.5%에서 2.1%로, 6개월치는 1.9%에서 2.2%로 상승이 예상된다.

찰스슈왑의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스트인 Kathy Jones는 “연준이 이번 지표를 5월이나 6월까지 기다려야 할 또 다른 근거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추세의 방향은 여전히 아래 쪽”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이 주거비 상승 때문임을 감안할 때 이 비용이 언제 떨어질지를 기다리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월 CPI 수치가 놀라울 정도로 강하게 나왔다며, 물가 목표 2%를 향한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다만 항공료와 호텔 등 변동성이 높은 부문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근원 재화 디스플레이션 추세가 아직 진행되고 있고 주거비 역시 대체로 안정될 것으로 보여 연준이 5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CPI 보고서에서 나타난 우려스러운 징후들이 지속될 경우 인하 시점이 지연될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PI에 놀란 트레이더들, 7월전 연준 금리 인하 기대 거의 포기하기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질기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자 트레이더들은 7월 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때 거의 포기했다. 올 1월 중순까지만 해도 5월 금리 인하를 100% 확신하고 연말까지 총 175bp를 가격에 반영했던 스왑시장은 CPI 발표 후 혼란에 빠졌다. 3월 인하 가능성은 10% 아래로, 5월 인하 가능성은 직전 약 64%에서 36%로 후퇴했다. 올해 예상 인하폭 역시 100bp 미만으로 조정됐다. 6월 금리 인하 베팅조차 CPI 발표 직후 불안에 휩싸였고, 미국채 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자 심지어 독일 국채 선물이 거래되는 Eurex는 5년과 10년물 선물 계약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지난 2년 동안의 가파른 통화정책 긴축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연준의 기조 선회에 희망을 걸었지만,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추가 증거를 확인해야만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First Citizens Bank Wealth의 Phillip Neuhart는 “오늘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놀라울 정도로 높게 나왔다”며, “이는 연준의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연준이 올해 나중에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오늘 보고서는 첫 인하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 Jay Bryson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연준이 지표 하나만 가지고 결정을 하진 않는다. 게다가 5월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의 임금 상승률이 작년 4분기에 전년비 6.2%로 시장 예상치 6%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자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의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8월에서 9월로 늦췄다.

달러-엔 150선 상향 돌파…日당국 개입 리스크 높아져

미국의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트레이더들이 연준 금리 인하 베팅을 낮추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달러-엔 환율 역시 작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150선을 상향 돌파했다. 달러-엔 환율은 1% 넘게 뛰어 올라 150.89로 11월 16일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일본 당국의 개입을 불러왔던 150선이 다시 뚫림에 따라 외환당국의 구두 경고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가 지난주 목요일 마이너스 금리가 종료된 후에도 BOJ가 정책 금리를 지속적이고 빠르게 인상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금융여건이 완화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 뒤 엔화는 다시 매도 압력에 직면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금요일 외환 시장의 전개 상황을 계속해서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AGF Investments의 Tom Nakamura는 시장이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탈출 기대에 엔화 강세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BOJ가 정책 정상화를 서두를 생각이 없는 만큼 BOJ 움직임에 기댄 엔화 강세 베팅이 되돌려지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6% 넘게 빠져 G-10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유로 대비로도 3% 넘게 하락했다. 미국 CPI 서프라이즈에 달러가 급등하면서 호주 달러와 노르웨이 크로네, 스위스프랑, 뉴질랜드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도 미 달러 대비 1% 넘게 후퇴했다

ECB 레인 ‘금리 인하,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레인은 금리 인하를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단행할 경우 위험이 수반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 추세가 매우 양호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2% 목표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방송된 스페인 RTVE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통화정책 완화의 정확한 시점은 지표에 달려 있으며, 현재 사상 최고치인 4%에 달하는 단기 수신금리의 인하 경로는 회의 때마다 상황을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CB 위원들은 첫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4월이나 6월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유로존 임금의 추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6월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vs EU 무역긴장

중국 정부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중국 기업 3곳에 무역 규제을 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불법 제재”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서에서 “관련 보도 내용을 알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을 근거로 중국에 대한 불법 제재나 ‘확대관할(long-arm jurisdiction)’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확대관할이란 법률 적용 범위의 국외 확대 조치를 의미한다. 앞서 블룸버그가 확인한 제안서 초안에 따르면 EU는 중국 소재 기업 3곳을 포함해 홍콩, 세르비아, 인도, 터키 등의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유럽 기업들과 교역을 금지시키는 새로운 제재를 검토 중이다. 회원국들이 이를 승인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EU가 중국 본토 기업에 직접 규제를 가한 최초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은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수행하며 제3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3자로부터 간섭이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결연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과 중국간 긴장이 최근 들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EU측은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관련 조사에 들어갔고, 중국은 EU산 주류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